시민의 날 - 최권일 정치부 부국장
2023년 05월 24일(수) 00:00
5월 21일은 광주시민의 날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에 광주 중외공원에서 첫 야외 행사로 성대하게 기념식이 치러졌다. 오랜만에 미세먼지 없는 화창한 날씨 속에 많은 시민이 가족 단위로 참여해 시민의 날 행사를 만끽했다.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시민의 날과 군민의 날을 지정해 기념행사를 치르고 있다.

하지만 광주시가 1년 365일, 많은 날을 두고도 굳이 5월 21일을 광주시민의 날로 지정한 배경에는 큰 의미가 담겨 있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의 힘으로 계엄군을 광주 시내 외곽으로 철수시키고, 자율과 자치를 되찾은 날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날부터 시민들 스스로 나눔과 연대를 통해 ‘광주 공동체’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데 역사적 의미가 있다.

계엄군의 대대적인 광주 진압이 있었던 5월 27일 전날까지 7일 동안 광주는 사실상 외부와 단절된 채 ‘고립무원’이었다. 이런 가운데 신군부는 광주가 ‘폭도들로 인해 치안 부재 상태’라고 조작했지만, 광주는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길거리에 있던 잔해들을 치우고, 흩어져 있던 시민군을 모아 재편성함으로써 치안을 유지했다.

그리고 시장 상인들은 대가 없이 길거리에 가마솥을 걸고 밥을 지어 시민군들에게 주먹밥을 나눴다. 계엄군의 총·칼에 스러진 부상자들을 돕기 위한 시민들의 헌혈 행렬이 각 병원 앞에 줄을 잇는 등 나누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대동 세상’(大同世上)’을 실현하면서 ‘광주 정신’을 만들어 낸 시간이었다. 그래서 5월 21일 광주시민의 날은 매우 뜻깊고 의미 있는 날이다.

43년의 세월이 흘렀다. 민주·인권·평화 도시 광주는 이제 인공지능(AI), 자동차,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육성과 문화예술 진흥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지역 일부에서는 여전히 정치·행정·사회적 갈등으로 잡음이 일고 있다. 80년 5월, 시민들 스스로 대동 세상을 실현해 ‘광주 공동체’를 만들었듯이 앞으로도 시민 모두가 서로 나누고 연대하면서 모두가 잘사는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화합하고 단결했으면 한다. 그래야만 광주시민의 날이 더욱 빛날 것이다.

/cki@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kwangju.co.kr/article.php?aid=1684854000752791087
프린트 시간 : 2025년 05월 10일 02:0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