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의 날 -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가장인 남성들은 대부분 50대에 들어서면 부부 사이의 주도권(?) 다툼에서 밀린다고들 얘기한다. 대다수가 직장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거나 퇴사를 앞둔 상황으로, 여건상 가정에 쏟는 시간이 적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자녀 교육과 대학 입시를 사실상 부인이 도맡으면서 가정 내 영향력이 크게 위축된 것이 결정적이다. 더불어 신체적·정신적으로도 50대가 되면 남성은 유약해지고 여성화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여성은 갱년기를 지나면서 강해지는 성향이 짙어지는 것도 원인 중 하나이다.
이렇게 가장이 직장과 가정에서 눈치를 보는 상황을 여성의 사회 진출이 보편화된 산업화 이후의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짙다. 여성의 교육과 경제력이 남성과 대등해지면서 위축된 가장들이 늘고 있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나이 들수록 위축되는 남편의 모습은 옛날에도 마찬가지였던 듯 하다. 기록을 보면 대다수 남편들은 부인에게 꼼짝 못하는 존재로 나온다.
조선 중기 유몽인이 지은 ‘어유야담’에는 ‘부인을 두려워하지 않는 남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얘기는 “남자 중에 강심장인 사람이라도 능히 부인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가 몇이나 되겠는가”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옛날에 한 장군이 십만 병사를 이끌고 들판에 진을 쳤다. 푸른색과 붉은색의 대형 깃발을 동쪽과 서쪽에 하나씩 세웠다. 장군이 명령을 내렸다. “아내가 두려운 자는 붉은 깃발 아래 서고, 두렵지 않은 자는 파란 깃발 아래 서라.” 십만 군사가 우르르 붉은 깃발 아래 섰는데, 단 한 사내 만이 푸른 깃발 아래 서 있었다. 장군이 그 이유를 물으니, 다음과 같이 답했다. “제 처가 항상 저에게 경계하여 말하기를, ‘남자 셋이 모이면 반드시 여색(女色)을 논하니, 남자 셋이 모인 곳에 당신은 일체 가지 마시오’라고 했습니다. 하물며 십만의 남자가 모여 있지 않습니까? 감히 아내의 명령을 어길 수 없어 혼자 푸른 깃발 아래 서있는 것입니다.”
50대 가장들의 암과 심뇌혈관 질환 발병율, 고독사 등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한다. 5월 가정의 달에 한 가정을 위해 묵묵히 자신을 희생하는 가장들의 노고를 위로해 주는 날이 하루쯤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chae@kwangju.co.kr
조선 중기 유몽인이 지은 ‘어유야담’에는 ‘부인을 두려워하지 않는 남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얘기는 “남자 중에 강심장인 사람이라도 능히 부인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가 몇이나 되겠는가”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옛날에 한 장군이 십만 병사를 이끌고 들판에 진을 쳤다. 푸른색과 붉은색의 대형 깃발을 동쪽과 서쪽에 하나씩 세웠다. 장군이 명령을 내렸다. “아내가 두려운 자는 붉은 깃발 아래 서고, 두렵지 않은 자는 파란 깃발 아래 서라.” 십만 군사가 우르르 붉은 깃발 아래 섰는데, 단 한 사내 만이 푸른 깃발 아래 서 있었다. 장군이 그 이유를 물으니, 다음과 같이 답했다. “제 처가 항상 저에게 경계하여 말하기를, ‘남자 셋이 모이면 반드시 여색(女色)을 논하니, 남자 셋이 모인 곳에 당신은 일체 가지 마시오’라고 했습니다. 하물며 십만의 남자가 모여 있지 않습니까? 감히 아내의 명령을 어길 수 없어 혼자 푸른 깃발 아래 서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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