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자 - 박성천 문화부장·편집국 부국장
2023년 05월 14일(일) 23:00
기독교 용어 가운데 ‘선지자’(先知者)라는 말이 있다. 가스펠서브가 쓴 ‘교회 용어 사전’에 따르면 선지자는 미래의 일을 예견하거나 하나님의 계시를 대언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성경에서는 아브라함을 ‘최초의 선지자’, 모세를 ‘탁월한 선지자’로 일컫고 있다. 또한 이사야, 예레미야 같은 구약시대 선지자와 신약시대 세례 요한 같은 선지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선지자 직분을 수행한 이는 사무엘부터라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그는 하나님 계시에 따라 사울과 다윗을 이스라엘 초대 왕과 2대왕으로 세우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선지자들은 하나님을 증거하고 바른 말을 전파하다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이사야 선지자는 타락한 사회를 경고하다 죽임을 당했고 세례 요한은 왕실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처형을 피하지 못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지난달 광주에 와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광주시민을 모독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5·18 당시) 북한의 고정 간첩 세력이 시민군이 공수부대를 향해서 앞으로 달라붙을 때 뒤에서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5·18 헌법 전문 수록을 반대하는 것이 광주의 민심”이라는 주장을 해 광주시민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얼마 전에는 ‘정치인은 내 통제를 받아야 한다’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등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문제는 전 목사의 발언에 암묵적 동조 내지 칭송을 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전에 그를 ‘이사야 같은 선지자’로 비유했으며, 김재원 최고위원은 ‘전 목사가 우파 천하 통일했다’ 등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아무리 봐도 전 목사를 선지자로 표현한 것은 선을 넘은 것이다.

한국 초기 기독교에는 선지자처럼 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 목회자들이 있었다. 신사 참배를 거부하다 순교한 주기철 목사, 여순 사건 때 두 아들을 죽인 원수를 양아들로 삼은 손양원 목사 등이 대표적이다. 그에 비하면 전광훈 목사는 ‘극우 선동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 하다. ‘세상이 목사와 교회를 걱정하는 시대’라는 자조 섞인 말들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skypark@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kwangju.co.kr/article.php?aid=1684072800752363087
프린트 시간 : 2025년 05월 10일 01:3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