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벚꽃 피는 순서 아닌 동시다발 망할 위기
사라지는 지방 막을 수 없나 <11> 지방대 살아남기 전쟁
학과 통폐합하고 고강도 혁신
지역 중심대학으로 전환 시급
행·재정 지원 지방정부로 이양
지역·대학 동반성장 추진해야
2023년 05월 02일(화) 20:40
/클립아트코리아
최근 국립목포대학교는 2024학년도부터 65개 신입생 모집단위를 37개로 축소하고, 전체 학과의 30%에 해당하는 15개 학과를 폐지하는 파격적인 학사구조 개편을 추진키로 했다. 광주·전남지역은 물론 전국 국립대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규모다.

목포대가 주목받는 것은 고강도 혁신안을 실행에 옮기기 때문이다. 광주·전남지역 모든 대학들이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구조조정 안을 마련했지만 사문화된 것과 대조적이다.

A대학 관계자는 “대학 구성원 모두가 위기에 공감하고 구조조정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면서도 “학과 폐지의 경우 교수들이 ‘내가 정년퇴직한 후에 하라’는 식으로 반발하고 있어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대학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대세이기 때문에 학과 이기주의를 버리고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할 때”고 말했다.

일부 대학은 정부의 전향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학들이 교수·교직원을 감축할 수 있는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역 대학들은 명퇴 희망자가 늘고 있음에도 퇴직금 지원 등 예산 한계 때문에 본격적인 인력 감축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B대학 관계자는 “정부가 퇴직 대상자 재정 지원, 이직 프로그램 등을 외면하고 있어 학생이 줄어도 교직원은 줄일 수 없는 실정”이라며 “파격적인 혁신이나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대학 등 확실한 생존전략과 지향점을 가진 대학을 과감하게 지원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대학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 동시다발적으로 망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대학 문제를 국가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문이자 수도권 대학의 정원도 줄여 지역대학과 고통분담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 올해 서울시교육청 산하 605개 초교 중 신입생이 ‘50명 이하’인 학교는 107곳(휴교 4개교 포함)에 달하는 등 학령 인구 감소가 지역의 문제만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2024학년도 일반대학 첨단분야 정원 조정을 통해 2001학년도 이후 23년 만에 수도권 대학의 총정원을 늘렸다. 첨단 분야 학과 정원은 전국 4년제 일반 대학에서 1829명(수도권 817명·비수도권 1012명)이 순증된다. 이는 학생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가중하는 정책이다.

지방대 위기를 돌파할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역 중심대학으로 전환하는 정책이 대안으로 꼽힌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가 대표적이다. 라이즈는 대학에 대한 행정·재정적 지원 권한을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이양, 지역발전과 연계한 대학 육성으로 지방과 대학의 동반성장을 추진하는 체계다. 지역을 기반으로 혁신을 추진하는 비수도권 대학을 지원하는 글로컬(Global+Local) 대학사업도 마찬가지다. 이들 정책은 새로운 게 아니라 수십 년전 세계 주요 국가와 대학들이 실천한 생존모델이다.

국내에서는 부산이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부산시는 2019년부터 지·산·학 협력을 바탕으로 부산 청년 유출을 막는 정책을 추진, 라이즈 선정으로 도약기를 맞고 있다. 지자체가 나서 산학 협력의 연결·매개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부산시는 전국 최초인 2019년 1월 지자체 내 대학지원부서를 마련하고, 2021년 8월 전국 최초로 지산학 협력 전담 기관인 지산학 협력센터를 설립했다.

부산이 지산학 협력에 매진하게 된 것은 한국 제2의 도시라고는 해도 부산 역시 지역 소멸의 위기에서 벗어날 순 없었던 탓이 컸다.

부산에 비해 준비가 늦었지만 그나마 전남도는 라이즈 사업에 선정됐고, 광주는 탈락해 광주 대학가에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시는 라이즈 사업에 선정된 전국 비수도권 7개 지역에 포함되지 못했다.

지역 C대학 관계자는 “광주시 여성가족교육국 인재육성과(대학협력팀)가 라이즈 사업을 주도했다는 것만으로도 광주의 대학위기 체감도를 보여준다”며 “대학의 위기가 지역사회의 위기와 직결된다는 지자체의 발상전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지역 대학도 철저하게 지역 밀착형으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예컨대 학문 전수에 그칠 게 아니라 지역발전, 학생 취업 등 일자리와 연계된 커리큘럼을 도입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영문학과에 지역 관광영어 과정을 도입하거나 법학과에서 실용 부동산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D대학 관계자는 “강단에 안주하려는 현재 인식 수준으로는 위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며 “지역과 연동된 학문체계를 도입하지 않고 생존을 모색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윤영기 기자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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