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직시 못하는 인간 그린 ‘웃픈 연극’…27~29일 빛고을 시민문화관
광주시립극단 ‘벚꽃동산’ 공연
러시아 작가 안톤 체호프 작품
19C 몰락 귀족 통해 인간 성찰 그려
2023년 04월 25일(화) 20:30
광주시립극단이 무대에 올리는 ‘벚꽃동산’. <광주시립극단 제공>
‘갈매기’, ‘세자매’, ‘바냐 아저씨’, ‘벚꽃동산’. 러시아 작가 안톤 체호프의 희곡은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꾸준히 상연되는 인기작이다.

광주시립극단이 ‘연극적 환상’, ‘레옹스와 레나’에 이은 고전명작 시리즈로 ‘벚꽃동산’을 무대에 올린다. 27일(오후 7시30분), 28일(오후 3시·오후 7시30분), 29일(오후 3시) 빛고을시민문화관.

‘벚꽃동산’은 19세기말 러시아를 배경으로 유일한 도피처인 벚꽃 동산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연극이다. 귀족으로 살았던 현실감 없는 여지주 ‘라네프스까야’와 그 주변의 인물들이 새로운 시대를 맞으며 겪어내는 이야기를 그린다.

몰락 귀족 ‘라네프스까야’는 6년만에 빈털터리가 돼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가족의 자랑이었고, 수많은 추억이 담겨 있는 벚꽃동산은 재정 위기로 경매에 넘어가기 직전이다. 그녀 집안의 농노 자식이었던 로빠힌은 사업가로 성공, 그녀에게 별장 임대를 제안하지만 그 누구도 귀 기울여 듣지 않는 가운데 벚꽃동산이 경매에 넘어가는 날이 다가온다.

‘갈매기’,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 ‘바보 리어’ 등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던 최영환 동국대 영상대학원 공연예술학과 교수는 광주시립극단의 ‘벚꽃동산’을 어떻게 풀어냈을까.

“이 연극을 ‘소극(笑劇)적인 요소가 다분한 희극’이라 말한 체호프의 의도를 최대한 반영하고 저의 해석을 더해 ‘희비극(tragic-comedy)’으로 연출했습니다.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은 너무도 부조리하고 뼛속까지 연민이 느껴지지만 각 인물의 행동과 모습에서는 웃음이 절로 납니다. 그래서 이번 작품은 ‘웃픈(bittersweet) 연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 연출이 각색도 맡은 이번 작품은 화술 위주의 정극 스타일에서 벗어나 다양한 움직임과 춤, 마술 등 시청각적인 요소를 가미, 역동적으로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또 사실적인 무대 대신 은유와 함축, 상징이 가득한 ‘시적(詩的)’무대를 추구했다.

출연진들은 다양한 훈련과 연습을 통해 배우들간에 진심으로 교감하고 반응하는 법을 함께 익히며 작품에 임했다.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서는 배우들간의 호흡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100년 전 러시아에서 공연됐던 작품이 2023년 한국에서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작품은 자신의 삶의 모습에 대한 객관적 성찰 불능, 소통 불능, 꿈꾸지 못하는 자들의 군상을 보여줍니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지 못하는 극 중 인물들의 부조리함과 어리석음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죠. 진정한 삶을 살지 못하는 우스꽝스러움과 비애는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의 모습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작품을 통해 자신의 삶의 모습을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번 작품에는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한중곤, 김종진, 고난영,양선영, 윤 석, 이영환 , 유현지, 김민채, 양동진, 정유정, 황성인, 조홍일, 이승민이 출연한다.

주인공 라네프스까야는 지역의 베테랑 배우 유지영이 맡았으며 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나상문 로빠힌역으로 출연한다.

15년전 광주배우협회 공연에서 같은 인물을 연기했던 유 씨는 “제가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삶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15명 출연 배우 모두가 주인공인 작품”이라며 “꿈 속에서만 사는 자, 꿈조차 꾸지 못하는 사람들, 꿈을 이루려하는 자 등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과 호흡을 맞추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전석 1만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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