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밀가루값 너무 오르네…식당 사장들의 '눈물'
양파 2배·밀가루 70%…식자재값 평균 1년새 18% 올라
광주지역, 시중보다 저렴한 ‘착한 가격 업소’도 감소세
“음식값 올리면 손님 줄고 그대로 두자니 손해 보고” 푸념
2023년 04월 02일(일) 18:20
/클립아트코리아
“음식값을 올릴 수도 없고 끊임없이 오르는 식자재 값에 부담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광주시 동구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음식값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고물가 상황에서 식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상승하다 보니 “손해를 보고 장사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게 그의 푸념이다.

A씨는 자장면 한 그릇을 8000원에 판매 중인데, 밀가루를 비롯해 양파와 돼지고기, 춘장까지 가격이 오르지 않은 식재료가 없다고 한다.

현재 사용하는 20㎏짜리 밀가루 한 포대 가격은 지난해 1만8000원 선이었으나, 1년 만에 3만500원까지 올랐다. 무려 70%가 오른 셈이다.

중국음식점의 필수 식재료인 양파는 한 망(20㎏) 가격이 3만4000원으로, 작년(2만4000원)보다 1만원 상당 올랐다.

A씨는 “모든 식자재 값이 올랐고 관리비에 인건비까지 인상돼 가격 인상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줄고, 그대로 두자니 남는 게 없어 미칠지경이다”고 하소연했다.

기약 없는 물가 고공행진에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음식을 만들 때 들어가는 각종 재료의 가격이 나날이 오르면서 음식값을 올리지 않으면 손해를 볼 처지에 놓이고 있다.

실제 푸드테크 스타트업 마켓보로에 따르면 외식 사업자 전용 식자재 구매 앱 ‘식봄’에서 판매되는 식자재 2015개의 가격은 지난달 말 기준 전년 대비 17.6% 올랐다.

특히 식자재 총 2015개 중 84.4%에 달하는 1701개의 가격이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값이 내린 품목은 9.4%(190개)에 불과했고 가격 변동이 없었던 품목은 6.2%(124개)였다.

대표적인 외식 메뉴인 자장면 재료를 살펴보면 밀가루(제면용 20㎏)는 1년 새 15.5% 올랐고 식용유(18ℓ)는 22.0%, 춘장(볶음춘장 10㎏)은 8.8% 각각 상승했다.

식당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식재료 중 하나인 양파(15㎏)는 182.5%나 급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식당에서 많이 쓰는 단무지는 10.2%, 참치캔은 39.5%, 자연산 치즈는 34.8% 올랐다. 또 멸균우유(1ℓ)는 22.8%, 스위트콘 가격은 121.2% 상승했다.

이처럼 식재료의 가격은 30%에서 두 배까지 급등했으나, 광주지역의 자장면, 김치찌개, 비빔밥 등 8대 외식 상품 가격은 10% 안팎 수준이었다. 식자재 가격 상승률에 비해 음식 가격의 상승률이 적다는 점에서 외식업계의 마진이 줄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각종 식재료 가격이 크게 오르자 다른 가게들보다 저렴한 가격에 음식을 판매해왔던 ‘착한업소’도 버텨내지 못하고 있다.

광주지역 5개 자치구에 따르면 광주시내 착한가격업소는 지난 2020년 207곳에서 지난해 말 195곳으로 12곳(5.8%) 줄었다.

착한가격업소는 행정안전부가 주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장사하는 식당, 미용실, 목욕탕 등을 조사해 인증하고 쓰레기봉투 제공, 수도 요금 감면 혜택 등을 주는 제도다. 하지만 고물가를 버티지 못해 스스로 인증패를 반납하고, 음식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사례가 속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결국 착한가격업소 지정 폐지를 요청했다는 한 식당 운영자는 “꽤 오랜 기간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받아 가게를 운영했는데 도저히 물가를 감당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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