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시간 … 삶의 흔적과 그리움
김용옥 시인 ‘봄날 꽃비는 그리움이던가’ 펴내
2023년 03월 19일(일) 20:20
김용옥 시인
“때론 삶에 독한 회의(懷疑)를 느끼며 슬픔의 바다에 비애(悲哀)의 배를 띄우고 절대고독(絶對孤獨)의 돛을 바람에 맡긴 채 파도를 헤치며, 저 피안(彼岸)을 향하면서 좌절을 느끼기도 했던 그러한 나날들. 그렇게 사계절을 느끼며 시심(詩心)을 살찌웠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시인으로 태어난다. 어떤 인생을 살든 깊은 내면에는 순진무구했던 어린 시절의 자아가 내면에 깃들어 있기 마련이다. 또한 삶의 뒤안길을 돌아보며 발자국마다 남몰래 흘렸던 눈물과 고뇌의 흔적을 생각하게 된다. 그 시절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누구나 시인이 되는 것이다.

광주일보 편집국 부국장을 역임한 김용옥 시인의 ‘봄날 꽃비는 그리움이런가’(디자인 미)는 사계절 자연을 숨 쉬는 삶을 되돌아보고 노래로 위로받았던 날을 그리고 있다. 시어는 평이하지만 오랜 묵상 끝에서 펼쳐낸 단상들은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준다.

첫 시집이기도 한 이번 작품집에는 모두 165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나이 들어 시를 쓰다 보니 삶을 되돌아보고 하소연하는 글들이 꽤 많이 차지하고 있음을 느낀다”는 표현대로 삶의 흔적과 지나온 시간에 대한 회오, 그리움 등이 드리워져 있다.

“봄비가 내리면/ 내 마음엔/ 꽃비가 함께 쏟아진다/ 그리움으로 빨갛게 물든 꽃비// 아직 눈<雪>의 흔적을/ 머리에 이고 있는/ 그늘진 곳의 홍매화/ 갓 핀 노란 개나리/ 수줍은 분홍빛 진달래/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벚꽃/ 그 꽃들의 향기가/ 제각각 다른 그리움을 안고/ 파고든다…”

표제시를 떠올리게 하는 ‘꽃비는 그리움’은 이맘 때의 풍경을 소환한다. 봄비를 기다리는 화자의 심상은 맑고 잔잔하다. 외면적인 그리움은 그 대상이 사람일 수도 있고 자연에 대한 사랑, 절대자에 대한 간구 등 다채롭게 해석될 수 있다. 시 곳곳에서 묻어나는 기독교적 사상과 사유는 시인이 지향하는 세계의 일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번 시집은 주제별로 정리돼 있어 그동안의 시 창작의 이력을 엿볼 수 있다. ‘전설이 돼 버린 삶’, ‘계절에 녹아든 밀어’, ‘마음의 음계에 새겨진 노래’, ‘간구하는 나날’로 이루어져 있다. 시인은 자신의 삶을 모티브로 하면서도 결국은 나약한 인간으로서 절대자에게 모든 것을 맡겨야 하는 섭리를 서정적이면서도 담담한 어조로 고백하고 있다.

한편 김용옥 시인은 한국기자협회 전남도지부장, 광주대 신방과 겸임교수, 언론중재위원회 원영위원, 제44대 광주광역시 초교파 장로연합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크리스천 문학 신인상(수필 부문)을 수상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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