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손자 “검은돈” 폭로, 은닉 재산 추징해야
2023년 03월 17일(금) 00:00
5·18민주화운동 당시 학살의 주범인 고(故) 전두환 씨의 손자가 자신의 할아버지가 불법적으로 형성한 재산으로 가족들이 호의호식하고 있다고 폭로해 파장이 일고 있다.

전두환의 차남인 재용 씨 아들 우원 씨는 지난 13일부터 가족사진 등을 담은 게시물을 SNS에 공개하면서 “제 가족들이 행하고 있을 범죄 사기 행각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고자 동영상을 찍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영상에서 “제 할아버지가 학살자라고 생각한다. 그는 나라를 지킨 영웅이 아니라 범죄자일 뿐”이라고 직격했다.

전 씨는 또 “아버지(전재용)와 새어머니는 출처 모를 검은돈을 사용해 가며 삶을 영위하고 있다”며 “이제 곧 미국 시민권을 획득해 도망가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작은 아버지인 전재만 씨가 현재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는데 와이너리는 천문학적인 돈이 드는 만큼 검은돈의 냄새가 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가 연희동 자택에 있는 스크린골프 시설이라며 공개한 영상에는 이순자 여사로 보이는 여성이 골프채를 휘두르는 모습이 담겨 있다. 전 씨는 특히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자신에게만 몇 십억 원의 자산이 흘러들어 왔고, 다른 가족들은 이보다 더 많이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 씨의 폭로를 접한 오월단체 관계자들은 5·18 가해자들의 진실 규명 참여와 전두환 씨 미납 추징금 환수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 씨는 1997년 4월 내란·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추징금 2205억 원을 확정받았으나 지난 2021년 922억 원을 미납한 채 사망해 환수가 어려운 상태다.

하지만 손자의 폭로를 통해 재산 은닉 의혹이 구체적으로 제기된 만큼 끝까지 추적해 미납급을 환수 조치해야 한다. 추징금은 상속되지 않는 현행법상 한계를 극복하려면 법령 정비도 필요하다. 전 씨 일가 역시 숨겨 놓은 비자금이 있다면 스스로 추징금을 납부해 역사 앞에 속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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