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우종미술관에서 만나는 샤갈, 오지호, 박향률
5월 31일까지 소장전…샤갈 ‘연인들과 붉은 꽃’ 등 17명 작품 전시
골프장 안 미술관…쿠사마 야요이·이우환·앤디워홀 등 1500점 소장
2023년 03월 15일(수) 20:10
마르크 샤갈 작 ‘연인들과 붉은 꽃’
샤갈·쿠사마 야요이·나라 요시토모·이우환·김환기·이중섭·장욱진·김창렬.

인구 3만 8000명의 작은 시골 마을에 자리한 미술관 소장 작품 목록이 놀랍다. 미술관 소장품은 1500여점에 이른다. 푸른 차밭과 태백산맥문학관 등으로 유명한 보성의 ‘우종미술관’(조성면 조성 3길 338)이다. 미술관은 독특하게 골프장 안에 자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금, 우종미술관 안과 밖은 모두 꽃잔치다. 봉우리를 터트리기 시작한 매화, 새순이 나오기 시작하는 나무, 멀리 보이는 저수지까지 어우러진 풍경이 한 폭의 그림이다. 전시장 안에는 ‘진짜 그림’이 있다. 모란, 패랭이꽃 등 대가들이 화폭에 펼쳐놓은 꽃들은 황홀하다.

골프장 안에 자리한 보성 우종미술관은 샤갈의 작품 등 1500여점의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다.
보성 컨트리클럽에 자리한 우종미술관(관장 우영인)이 1·2 전시실에서 올해 첫번째 소장전을 열고 있다. 오는 5월31일까지 ‘아름다운 순간들’을 주제로 열리는 전시에서는 꽃과 여인을 소재로 한 국내외 작가 17명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눈에 띄는 건 샤갈의 작품 ‘연인들과 붉은 꽃’(27×35㎝)이다. 샤갈 특유의 파스텔 톤 색감과 몽환적인 느낌의 그림은 소품이지만 깊은 울림을 준다.
박항률 작 ‘새벽’
또 꽃·새와 함께 앉아있는 단정한 소녀의 모습이 인상적인 박항률의 ‘새벽’, 화병에 쏟아질 듯 담겨 있는 꽃이 눈길을 끄는 도상봉의 ‘정물’, 김종학의 ‘패랭이꽃’과 ‘할미꽃’, 천경자의 ‘무제’ 등도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다.

이건희 컬렉션전에서 주로 풍경을 만났던 오지호의 작품으로는 ‘모란’, ‘목단’ 등 정물화가 나왔고, 프랑스 작가 앙드레 브라질리에의 대형 작품과 이당 김은호의 ‘화조도’, 허백련의 ‘화조괴석도’, 권옥연·최쌍중·진원장 작가 등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지난 2008년 문을 연 우종미술관은 타 미술관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관람객들의 방문이 여의치는 않지만, 소장품의 면면을 알고 나면 시간을 들여 꼭 방문해보고 싶어진다. 우종미술관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펴낸 도록 ‘근현대미술의 여정’에 실린 국내외 작가 87명의 이름과 그들의 작품은 소장품의 수준을 잘 말해준다.

미술관은 매년 두 차례 소장품 기획전을 연다. 지난해 열린 소장전 ‘추상의 언어, 조형세계로의 초대’전에는 이우환·박서보·데미안 허스트·김환기·이응로, 호안미로의 작품이 나왔다. 또 다른 기획전 ‘색과 빛을 그리다’에서는 앤디워홀의 ‘마릴린 먼로’를 비롯해 말콤 몰리·잭슨 폴록·야마다 타로·천경자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박물관실로 운영중인 3전시실에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보물 제875호인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권7~10)을 비롯해 삼국시대와 고려시대 유물과 고미술품, 화려한 일본 근·현대 도자기와 공예품이 상설전시돼 있어 천천히 둘러보기 좋다.

미술관은 소장전과 함께 1년에 한 차례 중견작가 초대전을 개최한다. 도성욱·전지연 작가 등의 전시회가 열렸고 오는 6월에는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 전시가 예정돼 있다. 미술관은 또 보성 지역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미술관 관람 프로그램 등도 진행중이다.

우종미술관은 친환경기업 (주)와이엔텍과 보성컨트리클럽 등을 운영하는 박용하 우종문화재단 대표가 설립했다. 한국미술·고미술을 주로 수집했던 부친의 뒤를 이어 박 대표는 서양화를 집중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했고 골프장을 만들며 정식으로 미술관을 오픈했다.

우종미술관은 지난해 구례에 문을 연 갤러리 겸 카페 ‘반야원 플라타너스’에도 소장품을 전시하고 있다. 공들여 꾸민 정원 등이 돋보이는 이곳 갤러리에서는 앤디워홀, 후안 미로, 피카소 등의 판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월~화요일 휴무. 관람시간 오전 10시30분~오후 5시. 문의 061-804-1092.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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