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옥 작가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 일깨워주고 싶어”
광주일보 신춘문예 출신… ‘내 친구는 어디에?’ 펴내
직접 글 쓰고 그림까지…“동화는 나의 삶, 일상에서 모티브 찾아”
2023년 03월 14일(화) 19:55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대상에 대한 활자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글을 매개로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린다는 뜻도 담겨 있다. ‘글을 쓰듯 그림을 그리고 그림을 그리듯 글을 쓴다’는 말은 예에서 연유한다.

글을 쓰고 직접 그림을 그려 책을 발간한 이가 있어 화제다. 광주일보 신춘문예 출신 안영옥 동화작가는 최근 그림책 ‘내 친구는 어디에?’(밥북)를 펴냈다. 안 작가는 “무식이 용감을 부른다”는 말로 자신을 낮췄지만 작품에서는 간단치 않은 ‘내공’이 느껴진다.

그림책은 산뜻한 색감에 따뜻함이 인상적이다. 단순하지만 세밀한 선과 부드러움이 느껴져 처음 그림책에 도전하는 이의 작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오랜만에 작품집 발간 소식을 전해온 안 작가는 “각박한 사회에 정작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놓치고 사는 일이 많다”며 “일상을 살면서 가족이나 친구의 소중함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의 마음에 환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문학과 관련 별다른 소식이 없던 차였다. 대개 이런 경우 작가들은 ‘창작의 방’에 스스로를 유폐하고 글을 쓰는 게 일반적이다. 더러는 신상에 변화가 생겨 창작에 매진할 겨를이 없는 경우도 있다. 안 작가는 그동안 새로운 방식의 작품집 발간을 위해 ‘침잠’의 시간을 택했던 모양이다.

작가가 언급한 대로 작품의 기저에는 ‘사람의 소중함’이라는 주제가 깔려 있었다. 자본주의 위주의 경쟁사회, 돈이 최고라는 배금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얼마나 사람이 중요한 존재인지를 새삼 생각하게 한다.

“언젠가 동호인들끼리 동화를 합평할 기회가 있었는데 어떤 동료로부터 제 작품이 그림동화 원고로 적합하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때마침 광주신일작은도서관의 ‘도전 그림책작가’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어요. 그림책이 완성되고 나서 ‘객관적인 평가’를 받고 싶어 출간을 했어요.”

그럼에도 그림을 그리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을 것이다. 원고수정부터, 썸네일, 스토리보드, 채색 등 과정이 진행될수록 어려움이 가중됐다 한다. 안 작가에 따르면 줌으로 수업이 이루어졌는데 퇴고 과정이 길었고 썸네일 들어가면서는 오프라인으로 수업이 진행됐다.

이번 작품은 민달팽이가 같이 놀 친구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서며 겪게 되는 일들을 다뤘다. 달팽이는 자신의 모습과 비슷한 달팽이에 대해선 관심이 없고 꿀벌이나 일개미에게만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꿀벌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일개미는 떼로 몰려와 민달팽이 위에 올라타 못살게 군다. 민달팽이는 ‘살려 달라’ 소리치지만 개미 떼는 들은 체도 하지 않는다. 때마침 소나기가 내려 개미 떼는 달아나고 민달팽이는 겨우 어려움에서 빠져나온다. 몇날 며칠 끙끙 앓은 민달팽이는 비로소 자신과 비슷한 달팽이들이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보고는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안 작가는 “비단 민달팽이가 아니라도 마음속에 가까이 있는 소중한 사람을 품고 사는 사람이 아름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언급했다. “아름다운 마음이 결국은 밝고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는 지극히 당연한 얘기가 새삼 떠올려지는 것은 그만큼 오늘의 삶이 각박하고 정이 메말랐다는 방증일 테다. “가장 소중한 사람은 항상 옆에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는 작가의 말에서 작품의 지향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직접 그림까지 그렸기에 창작하는 데 훨씬 이점이 있을 듯했다. 서사를 장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마지막까지 긴장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그렇다.

“독자의 이해를 돕는 구실이 장점입니다. 작가가 그림을 그리게 되면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더 강해져 몰입도가 크다고들 합니다. 물론 단점도 있겠지요. 글과 그림 속에 작가 한 사람의 성향이 지나치게 고스란히 배어나는 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그러나 그림책동화는 시각적인 효과가 크기 때문에 글보다 그림이 우선이라 지나치게 글로 채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등단 전에는 꿈속에서도 동화를 쓸 만큼 아동문학에 빠져 있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꿈속 이야기를 노트에 채웠던 기억은 여전히 새롭다. “지금 들춰보면 말도 안 되는 엉터리 글이지만” 동화에 대한 열정과 마음만큼은 순수했던 것 같다.

안 작가는 동화 창작 외에도 지금까지 문단에서 다양한 활동을 했다. 금초문학회, 광주전남아동문학인회, 광일문학회(광주일보신춘문학회) 등에 참여를 했으며 광주시문인협회 기관지 ‘광주문학’에서 편집위원과 편집국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어린이들을 만나왔으며 어린이 논술 강사를 하기도 했다.

“동화는 제 삶입니다. 프랑스 학자 뷔퐁은 ‘글은 곧 그 사람이다’라고 했는데 저 또한 그 말에 공감하죠. 앞으로도 일상에서 발견하는 의미 등을 모티브로 좋은 작품을 쓰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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