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장유물 - 윤영기 체육부 부국장
2023년 02월 27일(월) 00:30
불복장(佛腹藏)은 불상 내부 공간을 경전, 공예품, 의복 등 다양한 물건으로 채우는 행위다. 워낙 다채로운 물건이 포함돼 있어 타임캡슐로 통한다. 석가모니의 고향 인도에서 불상 정수리에 작은 홈을 파고 사리를 넣은 것이 시원이라는 설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부터 조선시대까지 성행했다. 광주시 동구 지산동에 있는 자운사(紫雲寺) 목조아미타여래좌상(木造阿彌陀如來坐像)은 대표적인 불복장 사례 가운데 하나다. 고려 때 조성된 이 불상은 2006년 복장유물(腹藏遺物) 81건과 함께 보물(제1507호)로 지정됐다.

복장유물에 포함된 수리 기록인 ‘중수기문’에는 1388년 나주에서 승려들이 주관해 불상을 수리했고 나주 목사 정윤후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시주했다고 적혀 있다. 고려시대에 불상이 나주에 있었고, 1388년 이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1611년 작성한 ‘중수원문’과 ‘시주물목’에는 황금을 내놓은 이, 헝겊을 시주한 사람도 등장한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이 끝난 후 국난극복을 위해 정성을 모았던 시주자들의 마음을 엿보게 한다. 이른바 빈자일등(貧者一燈)의 사례다. 가난한 사람이 부처에게 바친 등(燈) 하나라는 의미로, 정성이 중요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최근 국립문화재연구원이 자운사 불상을 비롯해 국보·보물로 지정된 문화유산 13건을 조사한 내용 등을 정리한 ‘유물과 마주하다 - 내가 만난 국보·보물’을 발간했다. ‘순천 송광사 소조사천왕상’ ‘미암일기·미암집목판’ ‘구례 화엄사 화엄석경’ 등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보물이 포함돼 있다. 책에는 국립문화재연구원 미술문화재연구실 연구자들의 땀과 열정이 배어 있다. 유물 보존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현장을 직접 찾아 유물과 개인적 인연을 비롯해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면모를 들려준다. 참기름병이 국보급 백자가 된 사연 등 흥미로운 내용도 있다. 문화재연구원은 문화재를 사랑하는 마음을 나누기 위해 홈페이지(연구마당-연구자료 통합검색)에서 책을 무료로 내려받도록 탑재해 놓았다. 이 책에 수록된 우리 문화재 내력을 읽어 보고 현장에서 실견하면 새로운 감흥을 안겨줄 듯싶다.

/윤영기 체육부 부국장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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