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영 시인 ‘밥’과 ‘별’ 사이…‘꿈’과 ‘현실’ 사이
‘발자국 사이로 빠져나가는 시간’ 펴내
2023년 02월 22일(수) 19:25
시는 뭔가 어렵고 심오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많은 이들이 떠올리는 시에 대한 단상이 그렇다.

그러나 일상의 말처럼 쉽고 평이한 시도 있다. 난해하지 않으면서 그 자체로 깊은 뜻과 사유를 담고 있는 작품 말이다.

광주 출신 박광영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발자국 사이로 빠져나가는 시간’(문학들)을 펴냈다.

작품집에는 모두 60여 편의 시가 수록돼 있으며 간결하면서도 압축적인 게 특징이다. 특히 화자의 시선은 ‘밥’과 ‘별’ 사이의 거리를 오간다는 데 있다. 사람살이가 꿈과 현실 사이를 오갈 수밖에 없지만 중요한 것은 그 중심을 잡는 일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흙탕물 위에서도 하늘은 파랬다”, “논물에 하늘이 담겨 있었으니/ 그때 별을 박았던 건 아닐까”, “밥과 별이 여태 다른 줄 알았다”에서 보듯 시 ‘밥과 별과 시’는 그런 현실과 이상 사이를 줄타기하는 ‘숭고한’ 과정임을 보여준다.

논에 모를 심는 것을 ‘하늘에 별을 심는 행위’로 상정한 비유는 신선하면서도 깊다. 머나먼 하늘만을 바라보는 데서 나아가 별을 심음으로써 화자는 그렇게 이상과 현실을 아우른다.

또 다른 시 ‘문득, 유월’도 이색적인 작품이다. “석류알처럼 반짝이던// 그이의 고른 이를 생각한다// 문득,// 유월의 저무는 무렵”에선 삶의 의미를 어느 정도 터득한 중장년의 목소리를 느낄 수 있다. 아주 짧은 시는 그러나 너무도 많은 해석과 상상거리를 제공한다. ‘그이’는 사랑했던 사람일 수도, 떠나간 친구일 수도, 뜻을 같이했던 동료일 수도 있다.

김규성 시인은 “유월은 단순한 ‘시간기호’가 아니라 “저무는 무렵”의 지시어로 6월이 지닌 기억/ 추억을 현재로 소환하는 통시적 ‘시간장치’이다”고 평한다.

한편 박광영 시인은 2014년 계간 ‘시와정신’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그리운 만큼의 거리’와 수필집 ‘제대로 가고 있는 거야’를 펴냈다. 2019년 ‘시와정신’ 시인상을 수상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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