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과 인간 -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2023년 02월 17일(금) 00:00
대화형 초거대 인공지능(AI)인 ‘챗GPT’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로봇, 인터넷, AI 등의 초고속 발전을 목도한 현대인들로서는 웬만한 혁신에는 눈썹도 까딱하지 않지만 이번 ‘챗GPT’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로봇이나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는 물론 과학적 개념이 없었던 고대 시대에도 신화나 전설 등을 보면 현대의 로봇이나 인조인간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창조물이 등장한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인 ‘탈로스’이다. 탈로스는 크레타섬을 지키는 파수병 거인 로봇이다. 그는 침략자로부터 크레타섬을 지키기 위해 크레타 해안을 하루 세 차례 순찰한다. 온몸이 청동으로 되어 있는 탈로스는 적들을 물리칠 때 뜨겁게 달아오른 몸뚱이로 덥석 껴안아서 죽였다고 한다. 탈로스는 천하무적이었지만 발목의 빗장(나사)이 빠지면서 죽은 것으로 나온다. 즉 탈로스는 현대 개념으로는 부속품 고장으로 인해 망가진 로봇인 셈이다.

인조인간의 개념이 담긴 신화도 여럿 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피그말리온’이라는 조각가는 상아로 여자 조각상을 만들어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사랑에 빠져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사람으로 만들어 달라는 기도를 올려 소원을 이룬다.

유대의 전설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탈무드에도 등장하는 ‘골렘’은 지구 모든 지역에서 긁어모은 흙먼지로 만든 인형에 생명을 불어넣은 거인이다. 중국의 전설에도 인조인간으로 볼 수 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주나라의 ‘목왕’이 어느 날 손재주가 뛰어난 언사라는 사람을 만났는데, 언사가 그에게 사람과 똑같은 인형 하나를 데려 왔다고 한다. 이 인형은 사람처럼 노래 부르고 춤을 추기도 해, 구경꾼들은 그 인형을 ‘가짜 인간’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AI와 로봇은 읽고, 쓸 수는 있었지만 내용을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챗GPT는 판결문을 쓰고, 연애 상담이 가능한 인간의 정신노동까지 감당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챗GPT 상용화는 편리라는 이익을 얻는 대신 인간의 교육 및 사고 능력의 저하라는 손실을 가져올 것이다. 또다시 문제는 인간이다.

/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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