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을 업을 수 있을까요- 김정연 동신대 언어치료학과 2년
2023년 02월 14일(화) 01:00
한자 ‘孝’(효)는 아들이 노인을 업고 있는 모습을 본 떠 만들었으며 자식이 부모를 부양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교의 영향 때문에 효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관객 1442만 명을 모은 우리나라 영화 ‘신과 함께 -죄와 벌’에서 마지막 관문을 천륜지옥으로 설정한 것도 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인들의 정서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천륜(天倫)은 ‘부모와 자녀간이나 형제 사이와 같이 변할 수 없는 관계는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하늘의 도리로서 그렇게 된 것이기 때문에 끊으려 해도 끊을 수 없는 것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최근 나는 부모님에게 어떤 자식인지 궁금해 엄마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다. 그중 “엄마는 내가 어쩔 때 가장 힘들고 슬퍼요?”라는 내 물음에 엄마는 “우리 딸 아플 때. 아플 때가 제일 힘들어. 내가 대신 아프고 싶은데 그럴 수 없으니까 속상하고, 그 모습을 보고 있는 게 너무 힘들어. 힘들어 할 때 그 아픔을 덜어주고 싶은데 불가능하니까 슬프고. 그러니까 아프지 마, 안 아픈 게 최고의 효도야”라고 답하셨다.

아프지 않은 게 효도라니, 그렇다면 못 할게 없지 않나? 하지만 아프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 고민 끝에 나는 심신이 단단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심심이 단단해 진다는 것은 아프지 않기보다 아픔을 잘 극복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사는 동안 아프지 않는다는 건 지극히 불가능하다. 누군가의 의도치 않은 행동이나 말로 인해 아플 수도 있고, 또 나의 행동이나 말이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인해 내가 다시 아플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처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상처가 났을 때 이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경험이 이후의 아픔과 상처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상처가 난 곳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거나, 그 상처가 보기 싫다고 덮어 두게 된다면 상처는 곪고 곪아 이후에 더 큰 아픔을 주게 된다. 상처가 났다면, 그 상처가 어떤 상처인지 잘 봐야 한다.

상처를 아물 게 하는 것은 ‘사랑’이다. 이슬아 작가는 산문집 ‘심신 단련’에서 “사랑을 하는 동안에는 나쁜 일이 자신을 온통 뒤덮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고, 나쁜 일이 나쁜 일로 끝나지 않도록 애썼다. 사랑은 불행을 막지 못하지만 회복의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사랑은 마음에 탄력을 준다. 심신을 고무줄처럼 늘어나게도 하고 돌아오게도 한다”고 했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너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니?’라는 말을 듣고 상처를 받았던 적이 있다. 그 상처는 다른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하며 내가 그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를 알게 되며 치유됐다. 나 자신의 가치를 알게 되고 나를 사랑하며 극복하고 이겨냈다. 그렇게 사랑은 상처를 낫게 하고 심신을 단단하게 한다.

결국 아프지 않는 게 효도이고, 아프지 않기 위해 심신을 단련해야 하며, 심신을 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즉 ‘부모님에 대한 효도는 나를 사랑하는 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다. 몸과 마음 모두, 어떻게 맞아야 덜 아픈지를 알게 되고, 어떻게 방어해야 덜 아픈지를 배우고 배워서 강해지고 튼튼해지려고 한다. 튼튼해져서 나는 그들을 업을 것이다. 그들이 나를 업어 왔던 시간만큼 천천히 더 오래 업고 싶다.

사랑은 우리를 행동하게 하고, 우리의 마음에 탄력을 준다. 또 사랑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워 나간다. 그렇기에 자주자주 표현하고 싶다. 원 없이 사랑을 표현하고 한다. ‘고마워요. 감사해요’ 커다란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서 오늘도 말하고 표현하려고 한다. 아껴 말하기에는 우리 인간의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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