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의 진화-임동욱 선임기자·이사
1980~90년대를 전후해 호남 출신 조폭(조직폭력배)들이 전국적인 악명을 떨치던 시절이 있었다. 김태촌(서방파), 조양은(양은이파), 이동재(OB파)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호남 지역 조폭들이 전국구로 부상한 배경에는 호남의 척박한 경제적 현실이 자리 잡고 있었다. 타 지역에 비해 조폭들이 먹고 살 만한 여건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돈이 몰리는 서울로 상경, 생존을 무기로 기존 질서를 허물고 지역을 넘어 전국적 조폭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악명은 예향인 호남의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조폭들의 진화도 이어지고 있다. 90년대 이전까지 1세대 조폭들이 유흥가 주변에서 갈취 등을 통해 세를 불렸다면 90년대 이후의 2세대 조폭들은 아파트 건설 등 개발 이권에 개입하거나 시행 주체로 활동하며 세를 확장했다.
2000년 이후 3세대 조폭들은 금융 시장으로까지 진출한다. 사채업을 기반으로 성장, 주가 조작을 일삼는가 하면 인수 합병 시장에 뛰어들어 몸집을 불려 왔다. 2010년 이후의 4세대 조폭들은 불법 인터넷 도박과 코인 시장 등에서 엄청난 부를 쌓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해외 도피 8개월 만에 태국에서 체포돼 송환된다. 그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등 온갖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김성태 전 회장과 ‘경제 공동체’로 대북 송금에 간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배상윤 KH그룹 회장도 도피성 해외 체류를 정리하고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전주 나이트파’, 배 회장은 ‘신영광파’에 몸을 담았던 호남 조폭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사채 시장에서 자본력을 키우고 주가 조작, 인수 합병 등의 과정을 거쳐 단기간에 상장 기업 회장으로 변신한 3세대 조폭인 셈이다.
조폭의 진화는 사회의 시스템과 도덕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퇴화할 때 만개하며 결국 민생을 멍들게 한다. 이제 정치권에도 등장한 기업형 조폭의 그림자에 정부와 사법 당국은 물론 사회 전반의 각성이 요구되고 있다.
2000년 이후 3세대 조폭들은 금융 시장으로까지 진출한다. 사채업을 기반으로 성장, 주가 조작을 일삼는가 하면 인수 합병 시장에 뛰어들어 몸집을 불려 왔다. 2010년 이후의 4세대 조폭들은 불법 인터넷 도박과 코인 시장 등에서 엄청난 부를 쌓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조폭의 진화는 사회의 시스템과 도덕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퇴화할 때 만개하며 결국 민생을 멍들게 한다. 이제 정치권에도 등장한 기업형 조폭의 그림자에 정부와 사법 당국은 물론 사회 전반의 각성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