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 - 로런스 C. 스미스 지음, 추선영 옮김
강줄기 따라 흘러온 인류의 역사와 문명
2023년 01월 05일(목) 19:00
인류역사에서 강은 문명을 태동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고층 빌딩이 즐비한 미국 허드슨강. <시공사 제공>
범박하게 말한다면 강(river)의 임무는 모든 것을 아래로 흘려보내는 것이다. 강의 최종 목적지는 호수와 바다다. 그곳에 도달한 강은 퇴적물을 쏟아놓고 소멸의 운명을 맞는다. 일테면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소멸은 마치 영혼처럼 증발해 높은 곳으로 올라갔고 비가 되어 다시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런 뒤 침식, 평탄화, 운반, 퇴적 작용을 반복했다”

그러나 이것은 물리적인 강의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 강의 저력은 그 이상의 것이다. 침식과 운반, 퇴적은 언급한대로 자연적인 현상일 뿐 강이 지니고 있는 놀라운 힘은 바로 문명을 태동시킨다는 데 있다.

오랜 시간 흘러온 강을 조명한 ‘리버’는 매력적인 책이다. 저자는 브라운대학교 지구, 환경 및 행성과학학부 교수인 로런스 C. 스미스다. 그는 인류 문명을 강과 연계해 다채로우면서도 역동적으로 풀어낸다.

‘총, 균, 쇠’의 저자 재레미 다이아몬드는 “강을 정교하게 조명한, 아주 매혹적인 책”이라고 평했으며 ‘장벽의 문명사’의 저자 데이비드 프라이는 “30억 년 넘게 지구를 형성해온 힘! 강과 강에 의존해 살아가는 인간 모두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이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충격적이며 때로는 으스스하다”고 밝힌다.

저자에 따르면 전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건설 사업으로 솟아오른 산맥은 모래가 될 것이다. 잔해는 하곡, 삼각주, 앞바다의 대륙붕에 흩어진다. “지진, 산사태, 맹렬한 홍수 같은 자연현상은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리는 증거”로 두 세력이 펼치는 전투로 세계의 표면이 결정된다.

역사 이래로 인류는 강을 다양한 방식, 다시 말해 강이 제공하는 이점을 환경에 맞게 활용했다. 자연자본, 접근성, 영토, 복리, 권력 과시 수단이 그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나일강은 홍수를 일으켜 토사를 제공했다. 오늘날 나일강은 수력발전, 상수도, 카이로 시내를 관통하는 강변의 부동산을 공급했다. 미국 북동부 허드슨강은 뉴욕에 수변공원을 제공한 점이 그것이다. 각각의 모습은 다를 수 있지만 그러한 이점을 제공한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왔다.

또한 인류 최초의 역사는 모두 큰 강을 연해서 탄생했다. 티그리스 유프라데스강, 인더스강, 나일강, 황허강을 토대로 인류의 찬란한 문명이 발달할 수 있었다.

강을 모티브로 문화 예술도 꽃을 피웠다. 종교 외에도 문학을 비롯해 다양한 예술 장르가 강을 주제로 펼쳐졌다. 빈센트 반 고흐와 피에르 르누아르의 그림과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글은 상당수 강에서 영감을 얻었다. 마크 트웨인의 소설 ‘허클베리 핀’도 강을 매개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특징이 있다.

“오늘날 강은 퇴적물을 바다로 실어 나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강에 댐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고 대부분의 강이 인위적으로 유속을 낮춘 도시를 지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간과한다. 그래도 강이 이긴다. 강이 인간보다 더 오래오래 지구에 남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공사·2만3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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