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안 시인,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지극한 환상통
‘아무튼 불가능한 세계’ 펴내
2023년 01월 04일(수) 19:40
전남대 재학시절, ‘장미 氏, 정오에 피어줄 수 있나요’를 출간해 지역 문단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최지안 시인이 시집 ‘아무튼 불가능한 세계’(시인동네)를 펴냈다.

두 번째 시집인 이번 작품집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그러면서 필연적으로 앓을 수밖에 없는 통증에 초점을 맞췄다.

이정현 문학평론가의 표현, 즉 “지극한 환상통과 결여의 언어로 가득하다. 쓸쓸하면서도 찬란한 마음의 동요”라는 것에서 보듯 시인은 지금 젊음의 특징인 환상통을 시적 언어로 그리고 있다.

각각의 작품 제목들부터서 눈에 띈다. ‘사라진 미래의 서’를 비롯해 ‘시끄럽게 우아한’, ‘천한 사랑 노래를 받아 적었네’, ‘그 때 나는 겁이 났다’ 등처럼 얼핏 소설 제목 같기도 한 제목들은 이색적이다.

“2550년 그는 시계 없어도 손목을 자주 올렸고, 안경을 두고 나온 날에도 관자놀이를 쓸어 올렸다. 그렇게 하는 동안 그는 불안하지 않아서 이런 것들이야말로 인간만이 실감하는 환상통이라 생각했다. 2555년 약속장소에는 AI 시인이 작품집을 갖고 서 있었다. 그(미래적 관점에서 ‘그’라 불러 본다면)가 앉아있던 곳은 모두 명소가 되었다.(후략)”

위 ‘사라진 미래의 서’는 향후 500년 후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약속장소에는 AI 시인이 작품집을 갖고 서 있었다’에서 보듯 미래에는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화자의 시선은 이미 수백 년 후의 일상을 상상하고 있고 그것은 말 그대로 ‘환상’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언젠가 그 환상이 현실이 된다는 것을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알고 있듯이, 시인이 바라본 환상은 친근하고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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