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매서운 한파…위기감 높아지는 건설업계
고금리 여파에 광주, 전남 분양시장 얼어붙어
최근 지역 아파트 청약경쟁률 '1대 1'도 안돼
부동산시장 침체의 늪 빠져 내년 건설업체 부도 속출 전망도
2022년 12월 27일(화) 19:30
<광주일보 DB>
부동산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청약시장에도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최근 광주·전남지역 분양 주택의 청약경쟁률이 ‘1대 1’을 넘지 못하고, 함평에서는 청약 1순위 접수가 아예 없는 단지도 나왔다.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대출금리가 크게 치솟으면서 집을 살 여력은 점점 줄어들고, 집값 역시 떨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지고 있다.

이처럼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자 건설업계의 위기감도 짙어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개선되지 않으면 자금력이 부족한 건설업체의 부도가 속출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마저 나온다. 무엇보다 지역 산업계에서 건설업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큰 데다, 건설현장이 멈춰 서면 일용직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지역경제계의 우려도 크다.

2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달 5일부터 7일까지 청약을 접수한 함평의 한 아파트 단지는 전용 84㎡ 232가구 공급에 1순위 청약 접수가 단 한 건도 없었다. 2순위 청약에서도 3건밖에 접수가 되질 않았다. 전체 공급물량의 0.86%만 청약이 접수된 것이다.

앞서 지난 달 7일부터 9일까지 청약을 접수한 여수의 한 아파트 단지도 총 232가구(84㎡ 230가구·179㎡ 2가구) 중 1순위 청약은 77건만 접수됐다. 2순위 청약 접수는 39건으로, 모두 116건이 접수됐다. 전체의 절반(50%) 수준이다.

광주에서도 청약 한파는 매섭다. 광주 북구에 들어서는 한 아파트 단지는 이달 5일부터 7일까지 청약기간 동안 84㎡ 227가구 중 1순위 청약 접수는 71건에 불과했다. 2순위는 27건으로, 43.2% 수준인 98건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달 21일부터 23일 청약을 접수한 광주 서구의 또 다른 단지는 116㎡ 143가구 중 1순위 접수는 단 2건 뿐이었다. 2순위는 20건으로 총 22건(15.4%)의 청약접수가 이뤄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뜨거웠던 청약의 열기가 차갑게 식어버린 것은 고금리와 대출규제로 인한 부동산 경기침체에, 집값의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악순환이 멈추지 않으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건설업계의 ‘줄도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주택산업연구원의 ‘2023 주택시장 전망’에 따르면 고금리와 집값 급락으로 주택시장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현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거의 중단된 상태다. 또 브릿지론 등으로 지원된 자금의 대환이 막혀 건설업체의 자금난이 증폭,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내년 상반기 보유현금이 부족한 건설업체부터 부도가 속출할 수 있는 실정이다.

주산연은 또 내년 하반기부터는 이들 업체에 자금을 지원한 2금융권의 부실로 전이돼 우리 경제에 2차 충격이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고도 내다봤다.

2020년 기준 광주의 건설업 사업체는 1만5314개, 종사자는 8만1661명이다. 전남은 2만3632개, 11만2334명이다. 여기에 부동산업은 광주 9243개 2만4020명, 전남 5154개 1만3334명으로 파악됐다.

건설 및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인구만 광주·전남에 23만1349명에 달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건설사에 자재를 납품하는 제조업계, 레미콘업계 등을 포함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난다.

특히 광주는 전체 산업에서 건설업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부동산시장 침체와 건설업계의 불황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광주의 한 주택건설업계 관계자는 “무작정 분양을 미룰 수도 없는 일이다. 지금은 분양을 해도, 안 해도 모두 걱정스럽다”며 “청약 시장이 위축되면서 분양에 나서 자금을 확보해야 할 지역의 일부 중소 건설사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금 유동성 위기에 처한 건설사들의 부도 사태가 발생하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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