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노년을 위한 건축환경…안전하고 쉬운 접근성·편리한 거주환경 제공돼야
행복해지려면 건축과 도시를 바꿔라 <42>
‘집’은 건축물 이상의 의미
요양시설보다 집 생활 의지 높아
획일적 4인 중심 아파트 벗어나
일생주기 부합 평생주거공간 필요
비타민D 노출·실내공기질 개선
아파트 발코니 정원·텃밭 활
2022년 12월 14일(수) 10:30
현대 주거건축의 대표적 형태인 아파트에서는 노인의 건강증진을 위한 공간으로 발코니의 활성화를 제안해 볼 수 있다. <출처vtt studio-stock.adobe.com>
노인에 대한 정의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기초연금 또는 교통우대제도 등의 기준이 되는 65세를 노인의 기준점으로 두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한국 노인인구의 비율은 2020년 기준 전체 인구의 15.7%, 2020년 20%, 2030년에는 25%로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며 그 비율은 2050년 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인들의 수적 증가와 함께 시대적·사회적 변화에 따른 노인의 특성 또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과거와는 다르게 노인 세대 내에서 그 다양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노년기 자녀 역할의 감소에 따라 노인들 스스로의 자립성이 증가 되었고 자녀와의 접촉은 감소하는 반면 친인척, 친구와의 접촉은 증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인구의 고령화와 노인인구의 증가에 따른 노인인구의 특성과 성격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으며 건축과 주거환경에 있어서도 노인세대의 다양한 필요와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주거의 형태들이 시도되고 있다. 유니버설디자인과 무장애 설계를 기본으로, 친환경, 웰빙, 건강, 치유등의 단어들이 건축과 설비등에 적용되고 있음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평생 주거로서의 건축

인간이 생활하는 세계 어느곳이든, 집은 건축물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개인과 가족 모든 세대에 걸쳐 행복의 기반이 되고 가족뿐만 아니라 이웃과의 연대감과 소속감을 갖게 하는 기본적인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2020년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건강이 유지된다는 조건에서 노인 응답자의 83.8%가 ‘현재 집에서 계속 산다’는 의견을 보였으며, 건강이 악화돼 거동이 불편해질 때의 희망 거주형태를 묻는 질문에서는 응답자의 56.5%가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하였다.

이는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긍정적으로 변화되고 고급형 노인 시설의 등장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 졌다 할지라도 아직까지는 노인요양시설보다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생활하고자 하는 의지가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같은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넓은 관점에서는 지역에서 계속 거주(AIP·Aging In Place)할 수 있도록 하는 고령친화 지역사회 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좁은 관점으로 보면 획일적인 4인 가구 중심의 아파트의 틀을 벗어나 사람의 일생 주기에 부합할 수 있는, 평생 주거 공간의 주거 건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령화시대를 맞아 건강한 노년을 위한 건축환경을 조성할 필요성이 있다. <출처 imtmphoto-stock.adobe.com>
◇건강한 노년 위한 정보 제공

그럼, 평생주거로서의 건축은 어떻게 노년의 건강한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건강한 노화가 갖는 의미는 일반적으로 볼 때 개인 스스로가 독립적인 생활 능력을 가지고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활동과 참여가 가능한 긍정적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즉, 건강하다는 것은 자신과 타인이 만족하는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개인이 가지고 있는 신체적, 정신적 능력에 맞추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며, 집은 개인의 생활에 아주 기본적이고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곳이기에 건강한 노년을 위한 주거환경의 역할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주택과 아파트는 4인가족을 기본으로 해 건강한 ‘평균가족’을 대상으로 디자인 되어 있으며 특별히 노인이나 장애인의 요구사항들은 충족하고 있지 않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노인을 위한 주택개조 사업들은 수행되고 있다. 예를 들면, 집수리 사업은 일상생활 수행 능력이 불편한 재가노인 약 24만 세대를 대상으로 2025년까지 실시할 예정이고 주거환경 개선사업 등의 정책들도 진행되고 있지만 그 대상이 취약계층과 요양등급의 노인들에게 집중되어 있어 일반적인 주택개조에 대한 활성화로는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현재의 정책이나 진행중인 상황을 보면 급변하는 인구구조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노인주택공급은 어려워 보이는것이 사실이다. 각자 살고 있는 현재의 집의 형태에 따라 재정적 무리 없이 수리나 리모델링을 하거나 공간 활용을 통해 건강한 노년을 대비한 주거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노인 건강의 관점에서 볼 때 안전하고, 쉬운 접근성과 사용이 편리한 거주 환경을 제공하는 집이 노년의 건강한 삶 영위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부상과 낙상으로부터 안전한 물리적 환경을 제공하며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고 육체적으로 덜 피로하게 하는 손쉬운 작동의 거주장치, 위생이 고려되어 거주자가 집안에서 독립적인 활동을 유지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집이 건강한 집일 것이다.

그럼 부상 등으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거주자의 신체 능력에 맞추기 위해서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무엇을 어떻게 수리하고 리모델링 해야 할까?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할까? 아니면 노인요양시설로 들어가야 할까?등 여러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정보들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미국 은퇴노인협회에서는 노인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의 집을 만드는 방법을 담은 홈핏가이드 (AARP HomeFit Guide)를 제공한다. 이 책자에서는 노인거주자들의 안전한 생활을 위한 집의 개조 방법에 초점을 맞춰 집의 기능과 구조 개선을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각 주거공간별로 정리하여 담고 있다. 영국 또한, 노인들이 보다 편안한 생활과 집을 만들 수 있는 방법에 관한 정보들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집수리나 리모델링의 경우 물리적 환경으로부터의 안전성과 사용 편리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안전하고 편리한 설비와 거주장치 제공를 통해 거주자의 독립적 생활 영위에 큰 도움을 준다. 여기에 건강의 관점에서 거주자의 스트레스 감소와 면연력 증가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건축적 접근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더해 볼 수 있다. 사람들, 특히 노인의 심리적·정서적 안정에 어떻게 건축이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의료과학의 발전과 함께 건강한 주거환경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의학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빛, 공기, 소리, 경관 등의 환경적 요소들이 사람의 심리적 안정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들이 연구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예를 들면, 자연의 녹색 경관을 바라보고 경험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회복력이 높고 스트레스 지수가 감소되는 효과를 보여주며 햇볕에 대한 노출과 소음 노출 정도는 사람의 수면패턴, 우울증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비타민D는 근육형성에 영향을 주고 환기와 실내공기질은 가벼운 증상인 두통, 인후통에서 심각한 증상인 일산화탄소 중독, 천식등 호흡기 질환과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연구들을 바탕으로 환경적 요소들을 건축공간에서 적절한 상태로 조성하게 되면 거주자에게 건강한 환경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아파트에서의 노인의 삶

현대 주거건축의 대표적 형태인 아파트에서 건강증진을 위한 공간으로 발코니의 활성화를 제안해 볼 수 있다. 발코니공간은 여러 상활에 적절히 사용될 수 있는 공간으로 다양한 신체적 심리적 자극을 제공해 줄 수 있다. 다목적 공간으로써 발코니는 대부분의 거주자가 사용하는 것처럼 거실확장기능, 수납 및 유틸리티 공간, 에너지 효율 증가와 외부소음 차단기능, 정원공간 등의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발코니 공간을 실내정원이나 텃밭 용도로 사용하게 되면 녹색자연경관을 만들어내게 되고 이는 혈압, 심장활동, 근육과 뇌파장활동의 회복력에 영향을 미쳐 스트레스 레벨을 감소시킬 수 있다.

더불어 정원을 가꿈으로써 적당한 신체운동과 활동을 유발시키고 수확물 섭취로 이어지는 건강한 식생활까지 증진할 수 있으며 적절한 양의 자연광은 거주자의 기분, 주의 및 전반적 건강을 향상시키고 불면증, 생체리듬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또한 햇볕이 풍부하게 전달되는 남향의 발코니를 활용하여 근력운동 공간을 마련하면 근육생성과 관련있는 비타민D 활성화와 함께 근력을 증진시키며 이는 근육의 피로도를 줄이게 되고 몸의 균형과 안정성에 도움이 되며 결국 부상과 낙상을 예방할 수 있다.

노화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지만, 그 동안 아무런 불편없이 살아왔던 집이라는 환경이 나를 점점 더 힘들게 만들고 나를 가두는 곳이 되어가는 것, 그리고 내 집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게 되는것 만큼 스스로에게 실망감을 갖게 되는 일도 없을것이다.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드는 시점인 지금,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은 건강한 노년생활에 대한 전체적이며 세부적인 정보 제공과 현재 살고 있는 집과 이웃에 계속거주(AIP)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마련하고 이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서 거주자가 큰 비용이나 어려움 없이 신체능력에 맞도록 주거공간을 맞춤형으로 변형 할 수 있고, 건강한 삶을 위해 기존의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평생 주거 공간으로서의 ‘집’에 대한 방향성이라 생각된다.

김경원

조선대학교 건축학과(5년제) 부교수

공학박사, 영국왕립건축사(RIBA)

Chapman Taylor Architects, 런던, 영국

Atkins, 런던,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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