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도발 이어지는데…광주 전쟁대피소 유명무실
대피소 582곳 관리 허술…시민들 어디 있는지 모르고 일부 문 잠겨 있어
민방위 대피시설 비상용품 없어 긴급대피 활용 불가능…실효성 떨어져
3만 여명 수용하는 아파트 지하주차장 대피소는 안내 표지판조차 없어
2022년 12월 06일(화) 21:00
전쟁이 발발하면 광주시민들이 대피해야 할 광주시 남구 구동 ‘광주공원 민방위교육장’이 안쪽에서부터 문이 굳게 잠겨 열리지 않았다.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 발생시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설치된 광주지역 민방위 주민대피시설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대피소는 문이 잠겨 있고, 대피소 안에는 라디오·응급세트 등 비상용품 등이 아예 없어 긴급상황에서 활용하는 것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지난 8월 광주시가 ‘2022 을지연습’에 앞서 자치구와 함께 자체 점검반을 구성해 580여곳의 민방위 주민대피시설을 점검했지만 안내표지판과 유도표지판 조차 없는 곳도 있어 점검조차 유명무실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시와 안전재난포털에 따르면 국가위기관리 및 전시전환시 주민들이 긴급 대피할 수 있는 민방위 긴급대피 시설로는 광주지역에 총 582곳(남구 126곳, 동구 88곳, 서구 101곳, 북구 145곳, 광산구 122곳)이 지정·운영중이다.

지난 5일 북한이 동·서해상의 해상완충구역에 포탄 사격을 가하는 등 올해 들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지속되고 있지만, 막상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주민들은 대피소가 어디인지조차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약 3만여명을 수용하는 광주시 북구 운암동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대피소는 대피소라고 알려주는 스티커나 안내 표지판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2022년도 민방위 업무지침’(업무지침)에 따르면 대피시설 출입구는 여러 사람이 보기 쉬운 장소에 설치하고 표지판은 노후·퇴색으로 식별이 어렵지 않게 정비를 해야하고 교체시에는 다국어를 병기하도록 돼있다.

또 유도 표지판은 대피방향이 실제 대피방향과 일치하도록 좌·우를 구분해 설치돼 있어야 하지만 대피소 입구 주변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문제는 대피소를 들어가기조차 어렵다는 점이다. 이 아파트 대피소는 운암동 인근 주민들을 제한없이 수용해야 함에도 아파트 주민들만 엘리베이터와 아파트 내 계단을 통해 들어갈 수 있도록 돼 있었다. 외부인은 아파트 입구부터 제재당했다.

또 대피소임에도 실질적으로 민방위 훈련시 사용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실제상황에서 대피소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아파트 관리실에서 근무 중인 A씨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대피소인지도 몰랐고 1년 넘도록 근무를 했지만 주차장을 활용해 민방위 훈련을 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광주시 남구 광주공원 남구민방위교육장은 500여 명을 수용하는 대피소이지만 지난달 22일 방문시 안쪽에서 문이 굳게 잠겨 열리지 않았다.

업무 지침에 따라 평시에도 대피시설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하고, 즉시 활용하는데 방해가 되는 무거운 물건 적재 및 시설에 고정장치 부착이 금지돼 있지만 내부에서 문을 걸어 잠궈 지침을 지키지 않고 있었다.

6일 재차 방문했을 때 교육장은 리모델링 공사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국민재난안전포털’과 ‘안전디딤돌’ 앱에는 당장 사용가능 한 민방위 대피시설로 표기돼 있었다.

주민들을 상대로 한 대피소 홍보도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시 동구 충장로·금남로 지하상가(3만559㎡)는 3만7000여명이 대피하는 공간이지만 지하상가 방문객은 커녕 상인들조차 대피소라는 사실을 몰랐다.

필수 비치 비품조차 없는 경우도 있었다. 대피소마다 휴대용 도끼·삽·스패너, 망치 등 정비공구, 자가발전 손전등, 라디오, 양초, 성냥, 호각 등 비상용품이 비치돼 있어야 하고 정전시 4시간 이상 사용 가능한 비상조명등이 있어야 한다. 또한 대피 가능 인원 1인당 1개의 주민 대피용 방독면, 응급처치비품 등도 구비돼 있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자체가 관리를 허술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각 지자체는 분기마다 주민대피시설을 찾아 일제 점검·정비 계획을 수립하고 대피방해 요소를 없애는 한편 대피시설 정보를 갱신하고 장애인 편의시설 구비 현황을 파악해야 하지만 실시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남구 관계자는 “아파트 주차장이나 교회 같은 공공시설의 경우 관리 주체가 지자체가 아니고 협조를 얻어서 관리를 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민현기 기자 hyun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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