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조류독감 비상 속 방역 전담 공무원은 턱없이 부족
22개 시·군 수의직 정원 78명 중
16명만 근무…6곳은 한 명도 없어
올 두차례 모집에 겨우 7명 충원
동물위생시험소도 정원 밑돌아
처우 낮고 업무 과중 시달려
동물병원 수의사까지 동원 방역
2022년 11월 29일(화) 20:35
/연합뉴스
전남지역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하고 있지만 일선에서 방역을 전담하는 수의직 공무원들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축전염병은 특성상 한번 뚫리면 피해규모가 상당한데도 방역 실무를 맡을 수의 인력이 부족해 동물병원 수의사까지 동원하고 있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전남도는 전남 22개 시·군의 수의직 공무원의 총 정원은 78명인데 반해 현재 근무중인 인원은 16명 뿐이라고 29일 밝혔다. 전체 정원의 약 80%가 결원인 셈으로 목포, 곡성, 장흥, 강진, 해남, 완도 등 6개 시군에는 수의직 공무원이 한명도 없다.

지방 수의직 공무원은 보통 가축전염병예방법, 축산물위생과 관련된 업무를 맡는다. 평소에는 소, 돼지, 닭, 오리 등의 전염병 예방사업 등을 진행하지만 AI·구제역과 같은 가축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는 현장에서 살처분, 방역대 설정 등의 방역 업무를 총괄한다.

일선에서 방역 최전선을 지켜야 하는 수의직 공무원들이 턱없이 부족해 지자체들은 방역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전문지식을 갖춰 현장에 대한 이해와 대처가 빠른 수의직 공무원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전남도는 한차례 뽑던 수의직 공무원 임용을 올해 두 차례 진행했지만, 이조차도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전남도는 지난 1월 ‘수의 7급’ 임용을 통해 47명을 선발하기로 했는데 6명만 지원했고 면접에 1명이 불참해 최종적으로 5명만 채용했다. 지자체의 충원 요구에 지난 9월 이례적으로 재공고를 내고 42명을 선발할 예정이었지만 이번에도 5명만 지원했다. 이조차도 면접에 2명만 참석해 최종 2명밖에 뽑을 수 없었다.

하지만 최종합격한 2명도 모두 전남도 소속으로 지원해, 인원 충원을 요청한 해남, 영암, 보성, 장흥 등 전남지역 18개 시·군에서는 수의직 7급 공무원을 선발하지 못했다.

결국 올해 전남에서 처음으로 오리농가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장흥에는 수의직 공무원이 한명도 없는 실정이다. 장흥은 올해 3명의 인력 증원을 요청했지만, 올해 두번 진행된 수의 7급 임용시험에서 장흥군에 지원한 수의사는 단 한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장흥군 가축방역 관계자는 “수의사들은 상황에 맞는 조치를 빠르게 할 수 있고 전문성이 있다”면서 “현장에서 농가, 방역 직원들이 ‘일을 이 정도까지 해야 하는가’라며 반발할 때도 전문 지식으로 현장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고흥군도 수의직 공무원은 단 한명 뿐이다.

고흥군 가축방역 관계자는 “방역 현장에 수의직 공무원이 없는 것은, 보건소에 의사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면서 “수의직 공무원들이 있어야 방역이 끝나고 나서도 농장에 사후 관리 등 자세한 내용을 설명해 줄 수 있어 전염병의 재발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남에서 가축 시료채취와 전염병 검사 업무 등을 담당하는 전남도 동물위생시험소도 인력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전남도 동물위생시험소의 수의직 정원은 82명이지만 현원은 65명 뿐이다. 지난 3년간(2019년 7월~2022년 11월) 전남도 동물위생시험소 수의직 의원면직자(자진 퇴직자)는 모두 17명으로 정원의 약 20%에 달한다.

이처럼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수의직들은 모두 업무 과중에 시달린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염병이 발생하지 않는 시기에도 백신접종, 예찰 업무에 치이고, 전염병이 터지면 5분 대기조 수준으로 근무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의직 공무원들이 부족한 가장 큰 이유는 수의사들이 공무원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 전염병이 터질지 모르는 긴장 상태를 부담스러워하고 월급이 충분하지 않는 등 처우가 개선되지 않아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전남지역 수의직 공무원은 “6년제 수의대학 졸업하고 동물병원 개업하면, 수의직 공무원 1년 연봉을 한 달만에 벌 수 있는데 누가 여길 오겠는가”라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수의직 공무원은 “전염병이 주로 발생하는 시기가 자녀들의 입학식과 졸업식 시즌과 겹쳐, 지금까지 한번도 자녀들의 졸업식에 가 보지 못했다”면서 “일에 비해 돈도 많이 못 벌고 개인 생활도 없을 정도로 바쁘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부는 부족한 수의 인력을 대체하기 위해 수의사 군복무대체제도인 ‘공중방역수의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제대하면 업무 연속성이 끊어진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대응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남도청 관계자는 “부족한 수의직 공무원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지원 자체가 극단적으로 적다”며 “다음달에 임기제 수의직 공무원을 뽑아 충원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천홍희 기자 str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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