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차량 의식 잃은 운전자 생명 구한 ‘용감한 시민들’
길 가던 2명, 유리창 깨고 구출
2022년 11월 15일(화) 19:55
시민들이 화재 차량 운전자를 구조하는 모습. <광주경찰청 제공 영상 캡처>
불길에 휩싸인 승용차 안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던 60대 운전자가 지나가던 시민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했다.

15일 광주동부경찰과 광주동부소방에 따르면 이날 새벽 1시 20분께 광주시 동구 소태동의 동구다목적체육관 인근 도로에서 A(60대)씨가 몰던 그랜저 승용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가 났다.

A씨는 사고 이후에도 의식을 잃은 채 가속 페달을 계속 밟고 있었던 탓에 엔진룸에서 과열로 추정되는 불까지 났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하마터면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으나, 근처를 지나던 시민 2명이 곧장 구조 작업에 뛰어들어 A씨의 생명을 구해냈다.

불길에 휩싸인 차량을 발견한 시민들은 사고 현장 인근에 차를 세우고 경찰과 소방에 신고했다. 아직 차내에 A씨가 남아있는 것을 확인한 한 시민이 불길 속으로 달려들어 3차례 차 문을 당겼으나 잠겨 있었다. 시민들은 “유리창을 깨야 한다”고 소리쳤고, 한 시민이 자신의 차에서 야구 방망이를 챙겨왔다.

야구 방망이로 ‘깡’ 소리를 내며 유리창을 4차례 내리치자, 소리를 들은 A씨가 다행히 의식을 되찾았다. 시민들은 문을 활짝 열어 제끼고 연신 “빨리 나오라”고 외치며 A씨를 부축했다.

이 사고로 차량은 전소됐으나 A씨는 왼쪽 손등에 2도 화상만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구조에 동참했던 시민 신유익(여·26)씨는 “근처를 지나다 사고가 난 것을 보고 잠깐 차를 세웠는데, 그 차량 하부에서 불이 조금씩 피어오르는 것을 발견했다”며 “불이 나는데 소방관도 경찰관도 아직 오지 않은 상황이라 운전자를 빨리 꺼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자친구가 마침 사회인야구단 활동을 하고 있어 야구 방망이를 갖고 있었는데, 그 덕에 운전자를 빠르게 구조할 수 있었다”며 “A씨가 경미한 부상만 입어 정말 다행이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 같아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A씨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으며, 사고 직전 의식을 잃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구체적인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구조 활동을 벌인 신씨 등 시민 3명에게 감사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이 중 1명은 아직 연락이 닿지 않아 수소문 중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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