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리의 시대-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일반적으로 로마제국 멸망 원인으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노예제의 폐단이다. 강제 노동으로 생산 효율이 떨어지고, 착취에 시달린 노예들은 수시로 반란을 꿈꿨다. 사회 지도층인 귀족의 지나친 사치와 향락은 평민, 노예, 이민족 등의 반발을 초래했다. 전성기에는 강력한 군대가 있었지만, 결국 내부에서부터 허물어지면서 외부의 침입을 견뎌내지 못했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나라는 15년만에 단명했다. 강한 힘으로 천하를 움켜쥐었던 진시황은 흉노족의 침입에 대비하고 자신의 권위를 세상에 보여주기 위해 대규모 토목공사를 일으켰다. 전쟁에서 벗어난 평민들은 강제 부역으로 죽어나갔다. 아이러니하게도 진승은 만리장성을 쌓다가 난을 일으켰고, 한고조 유방은 인부 호송을 맡았다가 도망자가 속출하자 은거하다 봉기했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은 제1 신분 성직자, 제2 신분 귀족, 제3 신분 평민으로 구성된 삼부회(三部會)의 결정에 부르주아를 중심으로 한 평민들이 반발하면서 촉발됐다. 루이 16세가 악화된 재정을 메우기 위해 삼부회를 소집했는데, 평민 대표들은 성직자·귀족 대표들에게 항상 수적으로 열세였다. 등골이 휘도록 세금을 바치는데, 토지 40% 이상을 소유한 귀족과 성직자가 세금 한 푼 안 내는 현실에 분노한 평민들은 스스로 무장한 뒤 바스티유 감옥으로 쳐들어갔다.
출범 6개월을 맞은 윤석열 정부가 벌써부터 위기에 봉착했다. 다소 감정적인 전 정부와의 선 긋기, 권위적인 보수정권의 자세 등에 더해 정부의 무능력을 여실히 증명해 버린 이태원 참사로 신뢰 기반을 상실한 것이 그 원인이다. 무엇보다 참사 이후 총리, 장관, 경찰청장, 대통령실 및 정부 고위 관계자 등의 무책임하고 전혀 공감할 수 없는 발언과 행동은 전 국민적인 분노를 샀다. 이는 서울대, 검찰, 50대 이상 고시 출신, 남성, 부유층 등으로 대표되는 그들과 일반 국민과의 인식 차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평생을 어려움 없이 마치 ‘귀족’처럼 출세 가도를 달려온 이들이 상식적인 사고에서 괴리돼 그들만의 틀에 갇혀 허우적대고 있다. 정부의 대대적인 인적 쇄신은 불가피하다. 새 인물은 평범한 어려움을 겪은, 국민과 공감할 수 있는 리더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chadol@kwangju.co.kr
1789년 프랑스 혁명은 제1 신분 성직자, 제2 신분 귀족, 제3 신분 평민으로 구성된 삼부회(三部會)의 결정에 부르주아를 중심으로 한 평민들이 반발하면서 촉발됐다. 루이 16세가 악화된 재정을 메우기 위해 삼부회를 소집했는데, 평민 대표들은 성직자·귀족 대표들에게 항상 수적으로 열세였다. 등골이 휘도록 세금을 바치는데, 토지 40% 이상을 소유한 귀족과 성직자가 세금 한 푼 안 내는 현실에 분노한 평민들은 스스로 무장한 뒤 바스티유 감옥으로 쳐들어갔다.
평생을 어려움 없이 마치 ‘귀족’처럼 출세 가도를 달려온 이들이 상식적인 사고에서 괴리돼 그들만의 틀에 갇혀 허우적대고 있다. 정부의 대대적인 인적 쇄신은 불가피하다. 새 인물은 평범한 어려움을 겪은, 국민과 공감할 수 있는 리더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