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의 추억-김미은 문화부장
2022년 11월 03일(목) 00:45
‘에로이카’는 베토벤 교향곡 3번의 제목이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는 오디오 기기 이름으로 익숙하다. 한때 ‘전축’의 대명사였던 ‘에로이카’는 ‘인켈’ ‘롯데 파이오니아’ ‘아남 홀리데이’ 등과 함께 인기를 누렸다.

오디오가 있는 곳에는 LP가 있었다. 대학 시절, 좋아하는 가수의 LP를 구입하는 건 큰 즐거움 중의 하나였다. 1948년 미국에서 첫 선을 보인 LP는 오랜 기간 음악 애호가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이후 CD와 MP3가 등장하고 스트리밍이 대세가 되면서 LP의 전성기는 사라진 듯 했지만 최근 레트로 붐을 타고 다시 화제의 중심이 됐다.

조용필·임재범 등 왕년의 가수들이 옛 앨범을 LP로 다시 발매하고 블랙핑크, 방탄소년단 등 아이돌 그룹도 LP 제작에 동참했다. 새롭게 발매되는 LP는 팬 서비스 차원에서 ‘한정판’으로 찍는 경우가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 아이유의 ‘꽃갈피’ LP 중고 음반이 200만 원 넘게 판매된다고 하니 ‘LP 재테크’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몇 년 전부터 김광석·김현식·산울림 등의 초기 LP 앨범이 몇 십만 원에 거래된다는 소식을 듣고 턴테이블을 없애 버린 후 오랫동안 듣지 않았던 LP 음반들을 한 번씩 살펴봤던 기억도 난다.

클릭 한 번이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편한 세상이지만, 사람들은 번거로운 절차를 무릅쓰고 LP가 전하는 아날로그의 매력에 빠져든다.

지난 주말 담양읍사무소 옆 옛 청소년문화센터 자리에 문을 연 담양 LP충전소에 다녀왔다. 광주MBC가 소장한 오리지널 LP 등 2만 3000여 장과 CD 5000장을 보는 순간 규모에 놀랐다. 아직 전시 공간이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는 않지만 일부 음반은 직접 들어 볼 수 있다. 좋아하는 ‘시나위’ 1집 등이 걸려 있는 3층에서 ‘퀸’의 ‘We will rock you’를 들을 땐 뛰어난 음향 시설 덕에 행복한 경험을 했다.

1층에서 판매하는 커피를 한 잔 들고 편안한 공간에 앉아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어도 좋다. 오랜만에 만나는 LP는 자연스레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특히 비틀즈 팬이라면 그들의 오리지널 LP 음반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김미은 문화부장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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