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한과 가야-윤영기 체육부 부국장
2022년 10월 24일(월) 00:30
한국 고대사에서 가야와 마한은 서로 닮은 역사를 가진 나라로 통한다. 가야는 통합 국가를 이루지 못하고 신라에 흡수됐다. 마한도 소국으로 존속하다 백제에 단계적으로 병합됐다. 두 나라는 고구려·백제·신라, 삼국과 별개 정치체로 600년 동안 존속했다.

호남·영남 고대 문화를 대표하는 마한과 가야는 보존과 연구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최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이 국립중앙박물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가야의 경우 지난 3년간 연구 지원에 29억 원, 유물 전시 지원에 34억 7000만 원이 지원됐다. 반면 마한 연구 지원금은 7억 4000만 원, 유물 전시 지원금은 8억 6000여만 원으로, 가야 관련 예산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가야 문화권 조사·연구 및 복원 사업은 20여 년을 헤아린다. 김대중 대통령 집권기인 2000년부터 본격 정부 지원이 이뤄진 가야사 1단계 정비 사업에는 1290억 원이 투입됐다. 노무현 대통령도 2단계 사업을 추진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가야사 연구·복원을 100대 국정 과제로 선정했다. 경남도는 정부 지원을 토대로 2037년까지 1조 726억 원을 투입하는 가야사 종합 추진 계획을 세웠다. 이미 구축한 가야 인프라로는 국립김해박물관, 대성동고분박물관, 대가야박물관 등 연구·전시 시설만도 10여 개에 달한다.

마한은 아직 갈 길이 멀다. 2021년 제정된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의 마한 역사문화권에 광주·전남 권역이 포함된 게 성과라면 성과다. 지역에 ‘마한’ 명칭을 내건 박물관 하나 없고 손꼽을 만한 사업도 찾아보기 어렵다. 광주·전남 마한사 재조명은 정치권, 학계, 지역민의 여망이 하나로 응집될 때 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가야사를 100대 국정 과제로 채택하라고 주문한 배경에 답이 있다.

문 대통령이 “지금 국면에서 약간 뜬금없는 이야기일 수 있다”며 가야사를 거론한 데는 ‘뜬금없지 않은’ 지역 역량이 작용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윤영기 체육부 부국장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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