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정치와 관료 -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2022년 10월 13일(목) 00:30
엉터리 내용, 표절과 짜깁기, 기여 없는 자의 등재, 대학 입시를 위한 연구 참여 등으로 논문의 가치가 바닥을 치고 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연구자가 새로운 가설을 증명하고, 이론을 정립하며, 미래 과학기술을 제시하는 방법은 논문 작성밖에 없다. 가장 적은 나이에 논문을 쓴 이 가운데 독일의 사회과학자 막스 베버가 있다. 1877년 14세가 안 되는 나이에 독일 역사, 로마 등을 주제로 논문을 쓰는 등 그의 탁월함은 대단했다.

19세기의 대석학 베버는 관료제에 대해 ‘가장 합리적이며 효율적인 조직의 형태’라고 주장했다. 그 시기는 봉건귀족 중심의 중세를 거쳐 근대에 들어 왕을 보좌하면서 복잡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유급 공직자들이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막스 베버에 의하면 관료 조직은 분업화, 전문화, 위계 서열, 문서주의, 연공 서열과 능력에 의한 승진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귀족이나 그들이 추천한 인물들보다 높은 효율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베버는 관료가 사심 없이 공명정대하고, 사명을 가지고 전문 역량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개인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자신의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사람들로 채워진 관료 조직은 무사안일, 비효율, 경직, 무책임, 소극적인 대처 등의 부작용으로 국가 발전을 크게 저해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 국회의원, 단체장, 교육감, 광역·기초의원 등 선출직은 국민과 주민의 대표로, 임명직인 관료와는 다른 성격을 갖는다. 물론 이들이 힘을 합쳐 국가·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선출직은 기본적으로 관료 조직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들을 이끌고 견제·감시·자극해 오로지 국민과 주민을 위해 봉직하도록 해야 한다.

과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정치의 무능’이 관료 조직의 부작용과 관료의 권한을 지나치게 키우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우선 선출직의 능력을 사전에 철저히 검증하기 위해 정당 내부에서 보다 엄격한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 관료 조직 역시 지속적으로 혁신할 수 있도록 상호 견제·감시와 외부 전문가 임용 등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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