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의 정치 - 임동욱 선임기자·이사
2022년 10월 11일(화) 00:45
위기의 시대를 가장 잘 극복한 대통령의 롤 모델로는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꼽힌다. 국민과의 진솔한 소통을 통해 뉴딜 정책으로 대공황을 극복하고 국론을 결집,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소통의 형식은 노변담화(fireside chat)로 불리는 라디오 생중계를 통한 국민과의 대화였다. 격식을 차리기보다 힘든 시기를 함께 견디는 사람들끼리 편하게 나누는 대화 형식의 노변담화는 역대급 청취율을 기록하는 등 국민적 공감을 얻었다.

그의 소통 노력은 노변담화에만 그치지 않았다. 일반 국민들에게 수천 통의 편지를 직접 쓰기도 했고 하반신이 불편하지만 휠체어를 타고 미국 전역을 돌며 국민과 직접 만나는 시간도 가졌다. 여당이나 지지층에만 의지하지 않고 전 국민과 진솔하게 소통한 그의 노력은 힘든 시기를 보내던 국민에게 희망의 버팀목이 됐으며 미국을 세계 제1위의 초강대국이라는 반석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통령의 진심이 위기에 빠진 나라를 일으켜 세운 셈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마주한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의 충돌을 정점으로 국제 정세는 요동치고 있고 글로벌 경제 위기 국면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국내의 상황은 말 그대로 위기 상황이다. 무역수지가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금리, 환율도 크게 출렁이고 있다. 특히 물가 폭등 국면 속에 부동산 경기와 주식시장이 급락하고 장기화되는 경기 침체로 서민들은 점차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다.

하지만 위기 국면을 풀어내야 할 윤석열 정부의 역량은 충분치 않아 보인다. 정권 출범 초기인데도 설익은 국정 운영으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대로 급락했고 여당은 권력 다툼의 진흙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위기 극복은 결국 냉철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다. 방법은 진심 어린 소통이다. 진심은 신뢰라는 국정 운영의 자산을 만들어 낸다. 느린 것 같지만 가장 빠른 길이다. 흔히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다고 한다. 정치에선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점을 윤석열 정부가 새겨야 할 시기다.

/임동욱 선임기자·이사 tu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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