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 종료 -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2022년 09월 30일(금) 00:15
다양한 복지 정책이 존재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정부나 지자체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보호 종료 아동’ 정책이다.

양육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만 18세, 즉 ‘보호 종료 아동’이 되면 ‘자립 준비 청년’으로서 시설을 떠나 자립해야 한다. 하지만 강제로 양육시설을 떠난 청년들이 광주는 물론 여러 지역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자립 준비 청년들이 양육시설에서 나올 때 받는 자립 정착금이 지자체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략 500만 원 전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실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뉴스들이 줄을 이었다. 급기야 ‘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금액 이상으로 자립 정착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률안이 최근 발의되기도 했다.

법률이 개정되더라도 자립 정착금이 1000만 원을 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500만 원을 더 지원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막을 수 있는 것일까?

최근 지역에서 양육시설 아이들과 일반 가정 아이들이 함께한 행사를 치른 지인의 얘기를 듣고, 문제의 핵심은 돈(지원금)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됐다. 양육시설 어린이(초등 1년)가 일반 가정 참가자의 텐트에 들어가 놀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행사 진행자들은 참가 가정이 불편할까 봐 양육시설 어린이를 텐트에서 데려가려 했지만 어린이는 나오지 않으려고 했고, 다행히 참가 가정 부모들이 함께 놀겠다고 해서 난처한 상황은 종료됐다. 하지만 부모와 같이 온 아이의 퀵보드가 타고 싶었던 양육시설 어린이는 기회만 있으면 퀵보드에 올랐고, 급기야 아이들 간 소란이 일었다. 결국 행사 진행자와 보육시설 선생님들이 성탄절에 퀵보드를 사주겠다고 약속하는 등 소동 아닌 소동이 빚어졌다고 한다.

양육시설 어린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사랑과 가족 분위기였던 것이다. 나이는 청년이 됐다고 하지만 보호 종료 아동도 사랑과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 돈도 중요하지만 시설을 떠난 청년들을 반갑게 맞아 주는 사회 시스템이 확립돼야 되풀이되는 비극을 막을 수 있다.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chae@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kwangju.co.kr/article.php?aid=1664464500743946087
프린트 시간 : 2025년 05월 13일 18:0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