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붕괴 - 박성천 여론매체부 부국장
2022년 09월 19일(월) 00:30
세상에서 가장 가깝지만 한편으로 가장 먼 관계 가운데 하나가 가족이다. 가족과 함께 있어도 외롭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은 걸 보면 더 이상 혈연이나 법률혼 중심의 개념에 ‘가족’을 묶어 두기는 어려울 것 같다. 따뜻하고 그리운 정서를 환기하는 전통적인 가족의 이미지 또한 바뀌고 있다.

최근 가족의 개념과 경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통계가 발표됐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비친족 가구는 47만 2660가구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비친족 가구원’ 또한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처음 1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2016년 58만 3438명과 비교하면 가구원 수가 무려 74.0%나 급증했다.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전통적 가족 개념이 바뀌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반적으로 ‘8촌 이내가 아닌 남남으로 구성된 5인 이하 가구’를 비친족 가구라 한다. 최근 들어 학업이나 취업을 이유로 친구와 함께 살거나 또는 결혼하지 않고 동거를 하는 이들이 급격히 증가했다. 공통점은 높은 주거비 때문에 집을 합쳤다는 데 있다. 물론 연애·결혼·출산 포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첫 번째 고리가 바로 높은 집값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온전히 전통적 개념의 ‘가족의 붕괴’가 설명되지 않는다. 학업과 직장, 생활 양상의 변화가 외형상 비친족 가구의 증가를 불러 온 것은 맞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의 문제, 일테면 ‘편애’나 ‘차별’ ‘가부장적’ 같은 가족 관계의 문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호선 한양대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는 저서 ‘가족이라는 착각’에서 ‘가족이라서 다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얘기한다. 다시 말해 “가족이니까 모든 문제에 개입하고 지적하고 충고해도 상관없다는 말은 오판”이라는 것이다.

‘가족 붕괴’를 예방하는 것은 가족을 향한 막연한 착각을 버리는 데서 시작된다. 타인을 대하는 것과 같은 적당한 거리 두기, 친밀감을 토대로 한 새로운 가족의 형태 또한 확장될 수 있다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박성천 여론매체부 부국장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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