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과 추모-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미국에서는 같은 날에 한쪽에선 기념식을, 다른 한쪽에선 추모식을 치른다. 일명 ‘콜럼버스 데이’로, 1492년 10월 12일 이탈리아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을 기념하는 날이다. 콜럼버스 데이는 미국에서는 국경일이지만 콜럼버스로 인해 탄압받고 희생됐던 원주민 측에서는 ‘원주민 희생의 날’로 오랜 기간 추모일로 여겨졌다.
아메리카 대륙의 여러 나라들은 여전히 10월 12일을 ‘콜럼버스의 날’로 부른다. 다만 미국은 날짜를 특정하지 않고 10월 둘째 주 월요일로 정한다. 특히 미국은 수도 이름조차 워싱턴 D.C로 정했다. D.C는 컬럼비아 특구(District of Columbia)의 약자로써,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을 기념하기 위한 명칭이다.
하지만 미국 사회에서는 1970년대부터 콜럼버스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바뀌기 시작했다. 콜럼버스의 네 차례에 걸친 항해로 수많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학살당하고 노예로 끌려갔기 때문이다. 이후 콜럼버스 데이를 기념하는 것은 서양의 북미 지역 식민지화, 원주민 학살 등을 정당화한 것이라는 비판론 속에 이날을 원주민의 날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실제 미국의 상당수 주나 시가 콜럼버스 데이를 원주민의 날로 지정했다. 여기에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은 2002년 ‘원주민 저항의 날’로 공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역대 대통령 중 최초로 콜럼버스 데이를 ‘원주민의 날’로도 기념하는 포고문을 냈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별세에 대해 세계의 여러 국가와 세계인들이 추모하고 있는 가운데, 여왕에 대한 추모를 계기로 영국 군주제의 폭력적 역사를 되돌아 보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학자, 비평가, 전직 외교관들은 영국이 과거 아프리카, 아시아, 카리브해 국가를 식민지로 착취해 풍요를 누려왔다며 반성을 촉구했다.
여왕 개인과 제국주의 국가 영국을 따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역사와 뉴스를 지배자의 논리만이 아닌 피지배자 시선에서도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은 더욱 설득력이 있다.
/chae@kwangju.co.kr
하지만 미국 사회에서는 1970년대부터 콜럼버스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바뀌기 시작했다. 콜럼버스의 네 차례에 걸친 항해로 수많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학살당하고 노예로 끌려갔기 때문이다. 이후 콜럼버스 데이를 기념하는 것은 서양의 북미 지역 식민지화, 원주민 학살 등을 정당화한 것이라는 비판론 속에 이날을 원주민의 날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실제 미국의 상당수 주나 시가 콜럼버스 데이를 원주민의 날로 지정했다. 여기에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은 2002년 ‘원주민 저항의 날’로 공표하기도 했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별세에 대해 세계의 여러 국가와 세계인들이 추모하고 있는 가운데, 여왕에 대한 추모를 계기로 영국 군주제의 폭력적 역사를 되돌아 보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학자, 비평가, 전직 외교관들은 영국이 과거 아프리카, 아시아, 카리브해 국가를 식민지로 착취해 풍요를 누려왔다며 반성을 촉구했다.
여왕 개인과 제국주의 국가 영국을 따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역사와 뉴스를 지배자의 논리만이 아닌 피지배자 시선에서도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은 더욱 설득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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