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없다-장필수 사회담당 편집국장
2022년 07월 27일(수) 01:00
1980년대 일본은 거칠 것이 없었다. 경제대국으로 돈이 넘쳐나 국민들은 ‘깃발 부대’라는 이름으로 해외여행지를 점령했고 기업들은 혁신의 아이콘으로 지구촌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하지만 1990년대 초 부동산 버블이 터지면서 ‘잃어버린 30년’이란 장기 침체를 겪고 있다.

요즘 전 세계가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 잡기에 나서고 있지만 일본은 만성 디플레 해소를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는 등 경기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른 나라는 꾸준히 물가가 올랐지만 일본은 오르지 않다 보니 어느새 싼 나라가 돼 버렸다. 빅맥 가격은 일본이 세계 33위(390엔)로 25위인 태국(440엔)보다 싸고 아이폰도 주요 34개국 가운데 가장 싸다.

그렇다고 구매력이 좋은 것도 아니다. 엔화 가치가 폭락해 일반 국민들은 가난해졌기 때문이다. 해외여행은 부유층의 특권이 됐고 일반인들은 1960~70년대처럼 신혼여행으로 가고시마나 도쿄 근처 온천가인 아타미를 가게 됐다는 자조섞인 소리가 나온다.

일본의 경제석학 노구치 유키오 히토쓰바시대학 명예교수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조만간 한국에 역전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달러당 139엔일 때 일본은 3만 2010달러로 한국(3만 1902달러)보다 조금 높지만 달러당 140엔이 되면 한국에 뒤진다는 것이다. 10년 전 일본의 1인당 GDP는 한국의 두 배였다. 2010년을 기준점(100)으로 본 현재 일본의 실질 구매력은 61.7로 1971년과 같다. 지난해 기준 1인당 임금은 일본이 3만 1714달러로 한국(3만 2316달러)에 이미 뒤졌다.

가난해진 일본 국민들은 아베 총리 저격 피살 사건을 보면서 이젠 ‘안전한 나라’도 아니라며 침울한 분위기다. 일본 언론은 아베 사건을 박근혜 전 대통령 대구 사저 앞 소주병 투척 사건 당시 경호원들의 발 빠른 대처와 비교하며 개탄하고 있다.

일본 특파원을 지낸 전여옥 전 국회의원은 1993년 ‘일본은 없다’란 책을 통해 당시 잘 나가던 일본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여러 가지로 일본을 닮아가는 우리 입장에선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문제점을 미리 점검할 시기다.

/bung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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