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누리호’ 달 탐사-송기동 예향부장
2022년 07월 26일(화) 01:00
20세기 초 영화감독들은 새로운 발명품인 필름과 카메라, 영사기가 조합된 활동사진의 특성을 활용해 무한한 상상력을 펼쳤다. 프랑스 조르주 멜리아스는 1902년 최초의 SF영화인 ‘달 세계 여행’(Le Voyage dans la Lune·21분)을 제작해 상영했다. 쥘 베른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영화에서 인간은 대포알 같은 우주선에 탑승하고, 우주선은 커다란 대포를 이용해 발사된다.

1929년 독일 프리츠 랑 감독은 영화 ‘달의 여인’(Frau im Mond·156분)을 제작했다. 격납고에서 발사장으로 레일을 따라 이동되는 유선형 발사체와 지구와 달 사이 운행 궤도, 무중력 상태 등 요즘 개념과 흡사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과학자들의 자문을 받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달에 가기까지 1920~1930년대 콘스탄틴 치올콥스키(러시아)와 헤르만 오베르트(독일), 로버트 고다드(미국) 등 로켓 과학자들의 기초 연구가 밑바탕을 이뤘다. 마침내 1969년 7월 아폴로 11호 두 우주인이 달에 ‘작은 발걸음’을 내딛으면서 인류는 ‘커다란 도약’을 이룰 수 있었다. 유튜브에서 찾아 감상할 수 있는 두 흑백 무성영화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장면은 달에서 보는 지구의 모습이다. 1968년 12월 발사된 아폴로 8호 우주인들이 우주 공간에서 실제로 이런 장면을 목격하고, 필름에 담으면서 상상이 실현됐다.

한국 최초의 달 탐사용 궤도선 ‘다누리호’(KPLO)가 다음 달 3일(한국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된다. 특히 연료절감을 위해 태양과 지구 중력을 이용하는 ‘탄도형 달 전이 방식’(BLT)을 사용하기 때문에 달 궤도에 도착하기까지 130일 가량이 소요된다고 한다.

미국 천문학자 칼 E. 세이건(1934~1996)은 ‘코스닉 커넥션-우주에서 본 우리’에서 “우주 탐사는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사는 지구를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해 준다”고 했다. ‘다누리호’가 오는 12월 초 달 궤도에 진입해 ‘계수나무 아래 옥토끼가 방아를 찧는’ 신화 속 달 세계의 어떠한 맨얼굴을 보여 줄지 자못 궁금하다.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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