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 도전 마음 굳힌 듯
친문 ‘李 압박용’ 불출마 카드 무위로 싱거운 게임될 듯
설훈·김민석·박범계 출마 채비…‘97그룹 기수론’도 기지개
2022년 06월 29일(수) 20:35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당 내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당대회에서의 대표직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권을 둘러싼 대진표가 압축되고 있다.

우선, 친문 유력 주자였던 전해철(3선)·홍영표(4선) 의원이 출마를 포기한 가운데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그룹’ 대표주자 이인영 의원은 물론 이재명계 우원식 의원도 사실상 불출마로 기운 것으로 전해졌다. 전대 출마를 선언했던 정청래 의원도 친이재명 행보를 보여온 만큼 막판에는 출마를 접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내 다수파인 친문계로선 구심점을 잃은 터라 이 고문에 맞설 대항마를 찾는 것이 우선 과제가 됐다. ‘이재명 압박용’으로 던진 전해철·홍영표 의원의 불출마 카드가 결국 무위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출마가 예상되는 나머지 중진급 인사로는 범친문에 묶이는 설훈(5선)·박범계 의원(3선)과 계파색이 상대적으로 약한 김민석 의원(3선) 정도다.

비이재명계에서는 이들을 중심으로 세를 규합해 이 고문에 맞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비이재명계 주자들 간 단일화를 통해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야 그나마 승산이 있다는 주장이다.

설 의원은 2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제 홍영표 의원의 불출마는 친문의 교통정리 의미도 있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던 사람들의 단합이라고 할 수 있다”며 “저는 친문은 아니다. 친문은 아닌데 아마 비슷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민석 의원도 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의원은 민주당의 BTS다. 그런데 BTS가 잠시 멈추면서 숙성의 시간을 갖는다는 화두를 던지지 않았느냐”며 이 고문의 불출마를 에둘러 압박했다.

잦아든 듯했던 ‘97(90년대 학번·70년대생) 그룹 기수론’도 다시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재선 강병원·강훈식·박용진 의원의 전대 출마가 예고된 가운데 이들의 가세도 적잖은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용진 의원은 전대에 나서기로 마음을 굳혔으며 강병원 의원은 국회에서 공식 출마 선언을 했다. 또 다른 97그룹 주자인 박주민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대 출마와 관련해) 계속 이야기를 듣고 있다. 가든 부든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며 고심 중이라고 했다.

당권주자 라인업 구성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이 고문이 출마할 경우 당선은 떼놓은 당상이라는 평가가 여전히 우세하다.

원내 고위 관계자는 “이 고문이라는 골리앗이 출마한다면 인물 대결은 의미가 없다”며 “이재명 체제에 대한 전망만 남은 것 아니냐”고 했다.

최근 안규백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은 물론 당 상임고문들과 비공개 회동을 하는 등 사실상 출마 채비 중인 이 고문의 최종 결단은 후보 등록 시점인 내달 중순께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이 고문을 만난 민주당 의원들은 당권 도전 의사가 여전하다며 친문 중진들의 불출마에도 결국 출마하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임동욱 선임기자 tu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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