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의 도사열전 - 조용헌 지음
2022년 06월 18일(토) 06:00
조용헌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석좌교수를 일컫는 명칭은 다양하다. 강호동양학자이자 사주명리학 연구가, 컬럼니스트로도 불린다. 보이는 것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감지하는 혜안을 지닌 이 시대의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그가 이번에 펴낸 ‘조용헌의 도사열전’은 운명을 거울처럼 들여다보는 이들의 신묘하고 지혜로운 인생 풀이법을 담고 있다. 40년이 넘는 세월 문, 사, 철, 유, 불, 선, 천문, 지리, 인사 등을 섭렵한 저자가 강호의 숨은 도사들과 교류하며 듣고 체험한 진기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20세기의 가장 큰 병은 암이었지만 21세기는 정신질환이 큰 병이다. 저자에 따르면 정신이 쉬지 못해서 오는 병인데 삶이 그만큼 복잡하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저마다 최선을 다해 살아가지만 삶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고통에서 벗어날 방도가 보이지 않는데 사실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꿀 필요가 있다.

저자는 ‘삼국유사’를 쓴 일연 스님은 신이(神異)를 다루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인간 삶에서 작동한다고 느끼는 그 어떤 영역”을 말한다. 그러면서 이 세상에는 보이는 세계와 그렇지 않은 세계가 공존한다는 것을, 60년 인생을 살며 내린 잠정적 결론이라고 부연한다.

책에는 인문학적, 인류학적 지식 등도 곳곳에 배치돼 있어 읽는 맛을 준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부분이 그러하다. “과거에는 돼지가 배부름의 상징이었다면 현대인에게 풍요로움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돈이다. 재물이다. 이것이 돼지꿈을 꾸면 복권을 사는 풍습이 생긴 배경이다. 돼지는 원시시대부터 인간에게 배부름을 안겨주는 동물이었다는 문화인류학적 사실이 꿈으로까지 연결된 것이다.” <불광출판사·3만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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