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애 시인 ‘내 인생의 공책’ 펴내
소박하면서 단아한 언어의 맛
2022년 06월 08일(수) 19:30
시의 묘미는 정치한 언어와 세련된 표현에 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소박하면서도 단아한 언어의 맛에도 있다.

80세에 등단해 올해 81세를 맞은 박정애 시인은 후자 쪽이다. 그의 시는 평이한 언어와 보편적 정서를 그리고 있지만 담백한 미를 선한다. ‘거꾸로 사는 여자’에 이은 두 번째 시집 ‘내 인생의 공책’(한림·사진)은 ‘기교 없는 기교’의 시를 담고 있다.

윤삼현 시인의 표현대로 이번 시집은 “삶과 문학이 분리되지 않고 내적 동기와 하나가 되고 있음을 일러주는” 양상을 보여준다. 인생 만년이지만 시에 대한 열정이나 시를 향한 뜨거움은 누구에 못지않다는 의미다.

“울퉁불퉁 패인 흔적들이/ 내 공책 속에/ 가득히 적혀있네// 주는 사랑보다/ 받는 사랑을 더 원했던/ 앳된 시절이 머물러 있고/ 그대의 잘못보다/ 더 큰 나의 잘못들이/ 눈물자국처럼 얼룩져 있네// 인생은 벌써 저무는 노을인데/ 여백 하나 없는 낡은 공책에는/ 희로애락이 가득 적혀 있네…”

표제시 ‘내 인생의 공책’은 삶에 대한 관조와 사유가 담담한 어조로 노래한 작품이다. 삶을 오래 산 어르신들이 오늘을 사는 이들에게 들려주는 지혜와 연륜일 듯하다. ‘여백 하나 없는 공책’을 삶으로 비유한 것에서, 어떤 삶이 울림이 있고 의미 있는 삶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남겨진 시간들은/ 더 아껴가며/ 감사와 사랑으로 살겠다”는 고백은 여백을 감사와 사랑으로 채우고자 하는 심상으로 읽힌다.

한편 박정애 시인은 2018 광주시민백일장 우수상, 2018 전남백일상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19 ‘문학춘추’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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