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문화] 엔데믹 시대, 일상과 문화를 바꾸다
클래식·대중공연·콘서트…
줄 잇는 야외음악축제
미술관·박물관 관람객 발길
영화관·야구장 등
다중이용시설도 북적
2022년 06월 06일(월) 19:10
지난 5월3일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무대인사를 하는 미샤 마이스키(왼쪽)와 릴리 마이스키.
이제 뉴 노멀(New normal) 라이프의 시대다. 라이브 콘서트장 ‘떼창’과 야구장 ‘치맥’ 등 평범한 일상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로 활기를 띠고 있는 다채로운 공연과 전시, 축제에 대해 살펴본다.

◇‘따뜻한 위로’ 전한 마이스키 부녀(父女) 연주회=지난 5월 3일 광주시 북구 운암동 광주 문화예술회관 소극장. 공연 전 소극장 입구는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74)와 피아니스트인 딸 릴리 마이스키(35)의 연주회를 고대하며 예매한 티켓을 찾으려는 관객들로 북적거렸다. 그리고 얼마 뒤 ‘한 칸 띄어 앉기’를 적용하지 않은 객석 역시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비록 모든 이들이 마스크를 쓰긴 했지만 오랜만에 다시 볼 수 있었던 공연장 만석 정경이었다.

마이스키 부녀 한국공연은 지난 2017년 이후 5년 만에 이뤄졌다. 미샤 마이스키는 2020년 봄에 광주 등 한국투어를 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해 취소한 바 있다. 무대에 오른 마이스키 듀오는 클라라 슈만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세 개의 로망스’를 시작으로 요하네스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G장조’, 벤저민 브리튼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C장조’,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위대한 탱고’를 차례로 들려줬다. 아버지의 첼로와 딸의 피아노 선율이 파도치듯 부드럽게, 때론 격정적으로 어우러졌다. 미샤는 세 곡의 앙코르 곡을 연주했다. 3번째 곡은 ‘청산에 살리라’. 귀에 익은 한국 가곡 선율이 흘러나오자 객석에서 ‘아!’하는 탄성이 터졌다. 첼로 거장이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는 광주 시민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였다. 부녀가 2시간여의 열정적인 연주를 끝마치자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지구촌을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세가 주춤함에 따라 정부는 방역지침을 완화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사적모임 인원수, 영업시간 제한 전면 해제 등에 이어 ‘코로나 19’의 감염병 등급을 1급에서 2급으로 하향 조정하고, 영화관과 야구장 등 다중이용시설의 실내 취식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시민들의 일상 회복은 물론 문화예술계도 활기를 띠고 있다

서울시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입장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야외 공연장서 팬도 가수도 신난 ‘떼창’=“얼마만의 떼창인지… 랜선으로 봐도 이렇게 심장이 뛰는데 저 곳에서 다함께 즐기고 느끼고 직관하신 분들이 너무 부럽네요!”

“오랜만에 관중들의 함성으로 기를 받고 관중들도 싸이님의 열정에 전염되었군요. 평범한 일상이란 것이 이렇게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지난 5월 4일 경기도 수원시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에서 열린 대동제에서 열창한 가수 싸이의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싸이는 축제 무대에 올라 스마트폰 촬영에 열중하는 학생들에게 “지금부터 (공연을) 기록하지 말고 기억하는 시간을 가지라”면서 ‘연예인’, ‘나팔바지’ 등 자신의 히트곡을 잇달아 불렀다. 싸이는 특유의 무대 에너지를 폭발시키며 노래 도중 ‘다같이 소리질러!’를 연발해 학생들의 흥을 한층 끌어올렸다. 학생들은 싸이의 노래를 다함께 따라 부르는 ‘떼창’으로 호응했다. 청중이 떼 지어 함께 부른다는 의미의 ‘떼창’은 한국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장면이다.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대중음악 공연에서 환호나 함성, ‘떼창’은 금지됐다. ‘떼창’을 하며 침방울이 튀어 코로나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싸이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 19로) 찌뿌둥했던 지난 2년을 마치는 기지개가 되고 싶었다”며 “내 노래를 들은 청자(聽者)로부터 ‘저 형 아직도 저러고 앉아있네’라는 말을 가장 듣고 싶다”고 밝혔다.

정부의 방역지침 전환에 따라 미술관·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전시는 서울 용산구 국립 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8월 28일).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비롯해 다산 정약용의 ‘정 효자전·정 부인전’, 이중섭의 ‘황소’,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등 지난해 4월 고 이 회장 유족들이 국립 현대미술관, 광주 시립미술관, 전남 도립 미술관 등 7개 기관에 기증한 문화유산과 미술품 355점을 선보이고 있다.

광주 시립미술관은 개관 30주년을 맞아 ‘두 번째 봄’과 ‘하정웅 컬렉션 특별전’, 소장품 특별전 ‘기증의 시작’, 광주미술 아카이브전 ‘색채의 마술사 임직순’ 전시를 열고 있다. 특히 임직순 전은 탄생 100주년을 맞아 운창(雲昌) 임직순(1921~1996) 화백의 예술세계를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남 도립 미술관 또한 ‘리움미술관 순회전-인간, 일곱 개의 질문’을 2월 24일부터 5월 29일까지 3개월간 전시했다. 또 강운 개인전 ‘운운하다>(~6월 12일)와 소장품 상설전 ‘흙과 몸-성긴 연결, 촘촘한 관계’(4월 12~12월 31일)를 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이후 관객들로 붐비는 극장가.
◇ “관객들의 존재가 무대에 대한 갈급함 갖게 해”=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코로나 19’ 팬데믹의 여파로 문화예술인들은 전시와 공연 등 활동무대를 잃어버렸다. 그렇다면 ‘코로나 19’로 인한 문화예술 분야의 피해액은 얼마나 될까?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공연예술 통합 전산망과 미술시장 실태조사 등을 활용해 연구한 ‘2022년 KCTI 예술동향 분석 4월호’에 따르면 2020년 1~12월 ‘코로나 19’로 인해 취소된 공연은 1만6199건, 취소된 전시는 2750건. 이에 따른 매출액 (추정)피해는 4492억원(공연예술분야 3291억원, 시각예술분야 1201억원) 규모이다. 2021년 1~12월의 경우 공연 1만8240건이 취소됐으나 전시는 오히려 ‘코로나 19’ 이전보다 2839건이 증가해 공연예술분야 매출액 피해는 4244억 원으로 추산했다.

또한 2020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코로나 19’로 인해 발생한 누적 고용피해(인건비 감소)는 공연예술분야 2405억 원, 시각예술분야 289억원 등 총 2695억원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2021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월평균 예술 활동 수입은 58만원이고, ‘코로나 19’로 인해 예술활동 수입이 절반 수준으로 급격하게 낮아졌다.

‘코로나 19’ 팬데믹 속에서 문화예술 활동이 거의 멈춰버렸던 시간들이 예술인들에게 결코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는 이지영 음악칼럼니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많은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지난 2년간 다른 시간 속에서 살았다. 무대가 아닌 집에서, 라이브가 아닌 스트리밍으로 연주하기도 했지만 관객을 볼 수 없고 교감을 나눌 수 없으니 큰 절벽처럼 느껴졌다. 오랫동안 관객이 그리웠고 그들의 존재가 무대에 대한 갈급함을 더 갖게 했다. 그런가 하면 평소엔 연주 여행으로 오랫동안 집을 비웠는데, 이 기간에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조만간 새로운 ‘포스트 오미크론’ 단계에 접어든다. ‘코로나 19’ 팬데믹 초창기에 그러했던 것처럼 엔데믹 또한 처음 가는 길이기에 어느 정도 시행착오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끝내 ‘길’을 찾아 낼 것이다. 결코 ‘코로나 19’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되찾은 일상 역시 ‘뉴 노멀’(New Normal)일 것이다. 이러한 전환 속에서 나만 홀로 뒤처졌다는 생각에서 우울감을 느끼는 ‘엔데믹 블루’를 겪을 수도 있다.

생태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코로나 사피엔스’(인플루엔셜)에서 “코로나 19이후 인류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라며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신세계에서 살아갈 우리를 감히 ‘코로나 사피엔스’라 부른다”고 언급했다. 혹독한 겨울을 나고 봄꽃을 활짝 피워야한다. 흑사병 이후 인간을 중시하는 새로운 르네상스(문예부흥)를 맞았던 것과 같이 아마도 ‘코로나 19’의 엔데믹 속에서 새로운 문화예술의 흐름을 창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사진=연합뉴스, 광주문예회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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