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와 문해력에 대하여-김 창 균 빛고을고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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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대입 수능 국어 영역에 대한 수험생의 체감 난이도는 ‘불수능’을 넘어 ‘용암수능’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그런데 시험 직후 출제 위원이나 현장 선생님들은 수준이 평이하여 등급 컷도 예년과 비슷할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한다. 이러한 간극의 원인으로는 2년 이상 지속된 코로나 상황을 드는 게 일반적이었다. 대면 교육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대안으로 제시된 온라인 수업이 학생들에게 쉽게 다가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만들어진 언택트(비대면) 교육 환경은 사전 제작된 동영상을 기초로 하여 힘들게 출발하였다. 하지만 기기 사용법을 알려주고 학습 태도를 지도해 줄 보호자의 유무와 가정의 하드웨어 여건에 따라 학습 효과가 달라졌고, 비대면의 특성상 주의가 분산되는 탓에 학습 결손을 메꾸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다양한 화상회의 솔루션이 등장했지만 이른바 ‘줌 피로’(Zoom Fatigue) 문제가 대두하였다. 여러 사람과의 동시다발적 눈 마주침, 대상과의 물리적 공간 협소로 인해 심리적 불편함을 느끼고, 제한된 상황에서 상대의 비언어적 정보를 찾고 소통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것이다.
이에 게더 타운(Gather Town, 메타버스 기반의 가상 오피스 겸 화상회의 웹 플랫폼)과 같은 초기 메타버스 교육이 학생들의 집중력과 학습 효과를 높이는 방안으로 등장하였다. 학습자 스스로가 만든 자신의 아바타를 매개로 가상공간에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으로 보인다. 학습 동기 부여를 위한 다양한 상호 작용이 온라인상에서 어렵다는 점, 학생들의 학습 상태에 대한 정확한 모니터링과 실시간 피드백의 필요성 등의 미비점을 해결하는 방안이 메타버스에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칫하면 매체 고유의 가치와 비교 우위에 대한 이해 없이 새로운 기술적 이슈만을 천착하는 오류를 반복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잊지 않아야 할 것은, 학생들에게 온라인 동영상을 통한 학습이 결코 낯선 경험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오프라인 교실에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유튜브(YouTube)에서 익히고 있다. 학습 동기와 의지가 뚜렷한 학습자에게 온라인 교실도 효과적이라는 점은 마스터클래스(MasterClass, 전문가가 사전 녹음한 튜토리얼 및 강의에 학생들이 접속할 수 있는 미국 온라인 교육 구독 플랫폼)의 사례를 통해서도 알려진 바이다.
작년 수능 국어로 돌아가 보자. 시험이 끝난 시점에서 전문가들이 난이도를 평이하다고 예측한 근거의 하나는 예년에 비해 지문의 길이가 눈에 띄게 짧아졌다는 점이었다. 정보량이 많지 않은 지문이라 안정적으로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현실이 미치지 못한 것이다.
국어 영역 지문은 글을 읽고 이해하며 제시문에서 명확한 근거를 찾아 정답을 고를 수 있도록 논리적으로 구성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단순히 읽는 게 아니라 맥락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 즉 문해력이 중요하다. 그런데 학생들이 영상과 자막으로 주어지는 짧은 텍스트에 길들게 되면서 어휘력이 떨어지고 긴 글 읽는 것을 힘들어한다는 점을 교육 현장에서는 염려하고 있었다.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도 읽기 능력은 계속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다수의 자료를 읽고 평가해 자신의 의견을 적는 문항과 여러 자료를 검토해 실제 상황에 적용하는 문항의 정답률이 낮았다. 그러고 보면 코로나 이전부터 나타난 문해력 저하 문제가 비대면 상황과 맞물리며 수능을 통해 수면 위로 부상한 셈이다.
사실 디지털 교육 환경에서의 읽기는 책을 통하기보다 어렵다. 문자 기호에 시각, 청각 등 복합 감각을 아울러서 표현하기 때문이다. 제작자가 의도한 영상의 흐름과 속도를 따라갈 우려도 크다. 그러므로 대충 읽고 쉽게 ‘복사하기’(Ctrl+C)와 ‘붙여넣기’(Ctrl+V)하는 한 문해력 향상은 요원하다. 우리나라 만 15세 학생들의 ‘피싱 메일 식별 역량’ 평가 결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PISA 보고서에 유념할 일이다.
그래서 다양한 화상회의 솔루션이 등장했지만 이른바 ‘줌 피로’(Zoom Fatigue) 문제가 대두하였다. 여러 사람과의 동시다발적 눈 마주침, 대상과의 물리적 공간 협소로 인해 심리적 불편함을 느끼고, 제한된 상황에서 상대의 비언어적 정보를 찾고 소통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칫하면 매체 고유의 가치와 비교 우위에 대한 이해 없이 새로운 기술적 이슈만을 천착하는 오류를 반복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잊지 않아야 할 것은, 학생들에게 온라인 동영상을 통한 학습이 결코 낯선 경험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오프라인 교실에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유튜브(YouTube)에서 익히고 있다. 학습 동기와 의지가 뚜렷한 학습자에게 온라인 교실도 효과적이라는 점은 마스터클래스(MasterClass, 전문가가 사전 녹음한 튜토리얼 및 강의에 학생들이 접속할 수 있는 미국 온라인 교육 구독 플랫폼)의 사례를 통해서도 알려진 바이다.
작년 수능 국어로 돌아가 보자. 시험이 끝난 시점에서 전문가들이 난이도를 평이하다고 예측한 근거의 하나는 예년에 비해 지문의 길이가 눈에 띄게 짧아졌다는 점이었다. 정보량이 많지 않은 지문이라 안정적으로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현실이 미치지 못한 것이다.
국어 영역 지문은 글을 읽고 이해하며 제시문에서 명확한 근거를 찾아 정답을 고를 수 있도록 논리적으로 구성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단순히 읽는 게 아니라 맥락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 즉 문해력이 중요하다. 그런데 학생들이 영상과 자막으로 주어지는 짧은 텍스트에 길들게 되면서 어휘력이 떨어지고 긴 글 읽는 것을 힘들어한다는 점을 교육 현장에서는 염려하고 있었다.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도 읽기 능력은 계속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다수의 자료를 읽고 평가해 자신의 의견을 적는 문항과 여러 자료를 검토해 실제 상황에 적용하는 문항의 정답률이 낮았다. 그러고 보면 코로나 이전부터 나타난 문해력 저하 문제가 비대면 상황과 맞물리며 수능을 통해 수면 위로 부상한 셈이다.
사실 디지털 교육 환경에서의 읽기는 책을 통하기보다 어렵다. 문자 기호에 시각, 청각 등 복합 감각을 아울러서 표현하기 때문이다. 제작자가 의도한 영상의 흐름과 속도를 따라갈 우려도 크다. 그러므로 대충 읽고 쉽게 ‘복사하기’(Ctrl+C)와 ‘붙여넣기’(Ctrl+V)하는 한 문해력 향상은 요원하다. 우리나라 만 15세 학생들의 ‘피싱 메일 식별 역량’ 평가 결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PISA 보고서에 유념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