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의 불가피한 선택-홍행기 정치부장 겸 편집부국장
2021년 12월 07일(화) 23:30
“이달 들어 광주·전남 지역의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 분위기가 살아나는 것 같다. 남은 기간 동안 호남의 지지 열기가 서울과 수도권으로 얼마나 확산되느냐가 대선 승리의 관건이 될 것이다.”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4박5일간 있었던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광주·전남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일정 마무리 후 몇몇 지역 정치권 인사들이 들려준 자체 평가다.

실제로 최근 이 지역 선거 분위기는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듯하다. 경쟁이 치열했던 민주당 경선 이후 조금은 침체됐던 지역 민심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 서서히 결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광주·전남에서 진행된 매타버스 일정 동안 지역민들은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가는 곳마다 이 후보를 눈으로 직접 보려는 사람들이 운집해 인산인해를 이뤘고, 지역 언론에서도 ‘김대중 대통령 이후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다’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지금은 막상막하 ‘박빙 구도’지만

휴일이었던 지난달 28일 광주 언론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당사자인 이재명 후보도 “광주, 정말 감사합니다. 위대한 광주·전남 지역민들께 감사드립니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릴 정도였다. 가라앉았던 민주당의 분위기 반전은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대선후보 지지율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두 자릿수 이상 뒤졌던 조사 결과는 지난달 중반 이후 점차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지율이 ‘동률’이라는 여론조사도 일부 등장했다. ‘이번 대선은 막상막하 박빙의 대결’이라는 구도가 자리를 잡은 것이다.

특히 지난주에 발표된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이겼다는 ‘골든크로스’ 현상까지 나타났다. 각종 의혹과 논란으로 지지율이 추락을 거듭하던 때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하지만 수도권을 비롯한 호남 이외의 지역에서 민주당을 바라보는 시선은 아직까지 그리 따뜻한 것만은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수도권에 진출해 있는 수많은 출향인사들, 그리고 민주당에 우호적인 인사들이 전해오는 이야기들엔 ‘정권 재창출이 어려울 수도 있다’라는 위기의식이 담겨 있었다. ‘대전환이 없다면’이라는 조건을 달고 있긴 하지만 방점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데 찍혀 있다.

‘위기감의 근원’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다. 집 없는 시민에겐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가격이 문제일 테고, 집 가진 사람에겐 세금폭탄이 불만일 것이다. 당장 내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데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도 여당엔 좋지 않은 변수다. 비관적으로 본다면, 터져 나올 곳을 찾지 못해 쌓여만 가는 불만들이 여당에 대한 분노로 모습을 바꿔 투표 날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 수도권의 분위기가 그럴 가능성이 적지 않다.

현 정부와 차별화로 승리 노린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이재명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에 나서고 있는 지금의 모습은 대선을 앞두고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부동산세 완화 방침이나 탈원전 정책 재검토 등은 그동안 민주당이 추진해 온 주요 정책에 대한 분명한 거리 두기다. 이는 현 정부 정책에 거부감을 표시해 온 사람들에게는 ‘국민의 소리에 귀를 열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신호가 될 수 있다. 또한 이 후보가 그동안 강력히 추진해 온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이어 국토보유세까지 철회한 것은 ‘국민이 반대하면 하지 않겠다’는 유연성을 보여 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결국 이는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중도층으로까지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하나의 카드라 할 만하다.

하지만 결국 핵심은 ‘진정성’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현 정권과 차별화를 내세우고, 주요 정책을 수정·보류하는 것은 ‘오로지 국민을 위한 것’ 이라는 진정성이 확인될 때에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현 정권과의 차별화는 단순히 과거를 부정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과거 실책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에서 시작해, 편협한 진영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성공적인 차별화’의 관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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