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고도 700㎞ 진입 초속 7500m 궤도 비행해야 성공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 초읽기
우주강국도 1차 성공 30% 수준
발사 45분 후 성공 여부 판가름
기상상황·기체 결함 등 연기 대비
22일~28일 발사예비일 설정
2021년 09월 30일(목) 20:30
지난 8월 26일 발사 전 최종 점검을 위해 발사대로 이송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기립장치에 장착되어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발사 초읽기에 돌입한 ‘누리호’는 1.5t급 실용 위성을 지구 저궤도인 600~800㎞에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국이 독자 개발한 우주발사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누리호 발사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누리호 1차 발사 예정일을 오는 21일로, 발사 예비일을 22일부터 28일까지로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지난 8월 말 발사를 위한 최종 관문 격인 WDR(Wet Dress Rehearshal)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발사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따로 발사 예비일을 1주일 설정한 까닭은 막판에 혹시 불거질지도 모를 기계 등 결함, 낙뢰·폭우 등 악천후를 고려한 결정이다.

발사 예정일 오후 3시 50분까지 발사대 거치, 액체연료 주입, 최종 점검을 거친 누리호는 10분짜리 자동 프로그래밍에 의한 발사 전 과정을 거쳐 오후 4시 정각 자동 발사된다. 발사 시각은 2009년, 2013년 나로호 발사 때와 마찬가지로 순전히 고흥 나로우주센터 현장 인력이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일정과 편의를 고려한 결정이다. 향후 발사에도 날짜는 변화가 있겠으나 발사시각 변경 가능성은 크지 않다. 날씨에 무리가 없고 결함이 관찰되지 않아 예정된 시각에 발사된다고 해도 섣부른 성공 예감은 금물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선례를 볼 때 우주발사체 개발 후 1차 발사에서 성공하는 확률은 30% 수준이라고 한다.

지난 29일 고흥 나로우주센터장에서 만난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옥호남 나로우주센터장은 “국제적 통계를 볼 때 1차 발사에서 성공한 확률은 30%를 겨우 웃도는 수준”이라며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시험과 점검을 무한반복하며 준비했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항우연이 목표로 한 구체적 성공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옥 센터장은 “당초 계획했던 고도에 위성을 진입시키고, 목표 속도에 맞춰 궤도비행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문제없이 발사가 이뤄진다면 발사 후 45분 뒤 발사 성공 여부가 확인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총 3단으로 구성된 누리호의 1단부는 75t급 엔진 발사체 4기가 묶여 있다. 1단 로켓의 힘으로 시속 2만4840㎞ 속도로 하늘로 올라간다. 고도 59㎞에서 1단 로켓이 분리되면 75t급 2단 로켓이 점화돼 고도 258㎞까지 추력이 발생한다. 2단 로켓이 분리돼 떨어지면 7t급 3단 로켓이 점화, 고도 700㎞ 상공까지 모형위성을 운송한 뒤 분리된다. 이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발사부터 15분가량이다. 발사체와 분리된 모형위성은 지구와의 상대속도가 초당 7500m(시속 2만7000㎞)로 궤도 비행하도록 설계됐다.

이후부터 모형위성과 나로우주센터·제주 등 국내외 레이더추적소를 통해 송수신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30분이 소요된다. 이 과정까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발사 후 45분 안에 성공 여부가 확인된다는 것이다. 45분은커녕 단 몇 초 만에 성패가 갈릴 가능성도 있다. 기계적 결함이나 페어링(fairing·위성을 보호하는 덮개) 분리 실패, 극단적으로는 발사체 폭발 등 다양한 경우의 수가 거론된다. 러시아와 함께 발사에 나선 나로호의 경우 2번의 실패와 4번의 발사 연기 끝에 거둔 성공이었다. 2009년 8월 1차 발사에선 페어링 분리 실패, 2010년 6월 2차 발사에선 러시아가 책임진 1단 로켓에서 문제가 발생(추정)했고 2013년 1월 3차 시도에서야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항우연은 물론 전국민이 1, 2차 실패의 아픔을 지켜봤다.

누리호는 1차 발사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내년 5월 2차 발사에 들어간다. 2차 발사 후에는 누리호 후속 사업으로 한국이 개발한 위성을 누리호를 통해 발사하는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이 예정돼 있다. 국내 유일의 우주발사체 발사기지인 고흥 나로우주센터에는 향후 민간에게도 문호가 개방될 소형 발사장이 구축된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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