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장환마을] 사시사철 풍부한 수산자원 보고…강태공들의 천국
갑오징어·감성돔·꽃게 등 풍부
전통 생산방식 무산 김 자부심
김 가공공장·양어장·조선소 조성
마을 6개 어가 주식회사 설립도
대 잇는 바다 사랑…젊은 어촌 강점
2021년 07월 24일(토) 02:00
연륙도로가 놓여지면서 사계절 강태공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장흥 장환마을은 육지와 섬의 매력을 모두 지녔다. 봄에는 갑오징어, 초여름에는 감성돔을 시작으로 서대, 장대(양태), 소라, 갯장어, 주꾸미, 병어 등으로 고깃배를 가득 채운다. /김진수 광주일보 기자 jeans@kwangju.co.kr
한반도 남단 장흥 장환마을(장흥군 관산읍 고마리)을 주민들은 흔히 ‘질구지’라고 불러왔다.

질구지는 우리나라 곳곳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땅 이름’답게 풀이도 다양하다.

길게 내린 언덕의 등성이(긴등)와 부리 모양으로 바다에 뻗은 곶을 떠올리면 장환마을 애칭이 어떻게 생겼는지 가늠할 수 있다.

장환도라고도 불리는 이 마을은 육지와 섬 마을의 매력을 모두 지녔다.

원래 섬이었지만 일제강점기 연륙도로가 놓였고 50년 전에는 간척사업으로 바다를 메워 농경지를 마련했다. 마을 뒷산 등줄기에는 시원한 산바람이 타고 내리고 고흥·보성·장흥을 아우르는 득량만의 청정바다가 섬을 휘감고 돈다.

장환마을은 무인도 ‘문여도’ 너머 펼쳐지는 해돋이와 갯바위 낚시가 유명해 제철 따라 강태공으로 북적거린다.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날이 특별하게 맑지 않아도 10㎞ 거리 고흥 소록도를 선명하게 내다볼 수 있다.

장흥은 새파란 해안선과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한 해안도로가 으뜸이다.

대덕읍 옹암, 내저마을을 시작으로 진목마을 작가 이청준 생가와 정남진방조제, 정남진전망대, 삼산방조제로 내달리다가 장환도에서 반환점을 맞는다. 장환도 한 바퀴 돌고 고마(고마정미소)→죽청→상발→남포원등→운정→수문(장재도)→용곡으로 이어지며 드라이브를 마무리한다.

마을에서 700여 m 떨어진 문여도에는 선비 부부의 애틋한 사연이 담긴 전설이 400년 전부터 내려오고 있다.

장환도에는 선바위와 문여도에 관한 전설이 있다. 글을 잘 아는 선비가 갑작스럽게 장환도 앞 무인도인 문여도에 들어가 홀로 기거하게 됐다. 걱정이 된 아내는 장환도에 찾아와 바다를 건너지는 못하고 몇 날 며칠을 내리 남편을 애타게 부르다 바위가 되어버렸다. 이 바위는 이후 선바위로 불리게 됐다. 바위가 있던 자리는 이제 찾을 수 없지만 마을 설화는 오랫동안 오르내리며 이어지고 있다.

장환마을 앞바다는 사시사철 수산자원이 풍부한 보고(寶庫) 그 자체다.

봄에는 자망어법으로 갑오징어를 잡고 초여름에는 감성돔을 시작으로 서대, 장대(양태), 소라, 갯장어, 주꾸미, 병어 등으로 고깃배를 가득 채운다.

금어기가 끝난 가을부터는 꽃게와 전어로 만선의 기쁨을 누리고 초겨울에는 낙지와 문어를 잡으며 살림을 꾸린다.

매일 30~40척 배가 드나드는 장환항은 마을 어민들이 땀 흘린 결실이 맺어지는 곳이다.
11월 말부터 이듬해 3월까지 수확하는 무산(無酸) 김은 장환마을의 자부심이다.

장환 앞바다는 조류가 심하지 않고 수심이 낮은 편이라 전통 무산 김 생산방식을 지키기에 적격이다.

장환마을에 사는 78가구 가운데 절반 가량이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어가들의 평균 매출은 7000만원에서 1억원 상당이다. 순수익이 5000만원에서 많게는 7000만원에 달하는 집도 있다.

장환마을이 부촌 반열에 오른 건 오랜 시간 동안 닦아놓은 자립경제 기반 덕분이다. 마을에는 김 가공공장 3개와 양어장 3개, 조선소 1개 등이 조성됐다. 마을 6개 어가는 주식회사를 설립해 자체적인 유통망을 구축했다.

지난 2012년에는 방문객 숙박시설과 주차시설, 회의실을 갖춘 연면적 343.75㎡, 지상 2층 규모 ‘정남진권역 장환도 다목적센터’가 문을 열기도 했다.

장환마을에는 빈집이 없다.

최근 10년 동안 10가구가 마을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주민 4명 중 1명 꼴인 37명이 30~40대일 정도로 젊은 어촌이다.

장환마을 주민들의 결속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지난해 4월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십시일반으로 성금 100만원을 모아 기탁했다. 마을 주민 전체가 나서 매달 하루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를 위한 마을 주변 공동 청소도 벌인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농번기에도 각자 바쁜 일손들을 접어두고 해안도로 풀베기, 폐그물 정리, 쓰레기 줍기 등에 열심이다.

올해 전남도 ‘청정전남 으뜸마을 만들기 사업’에 선정된 장환마을은 해양수산부 ‘어촌 뉴딜 300’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마을 핵심리더 양성, 주민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등을 펼치고 있다. 주민들은 마을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내 일처럼 팔 걷고 나선다.

고향이 아닌 장환마을에 귀어한 지 10년을 넘긴 김선탁(57)씨는 “이 마을에서는 50대 중반에 들면 다른 어촌서 다 하는 청년회원도 못한다”고 너스레를 놓았다.

김씨는 장환마을에서 2000평(6600㎡) 규모 육상 수조식 양어장을 운영하며 감성돔, 넙치 등의 치어를 키워내고 있다.

“제 장성한 자녀들도 바다의 매력에 푹 빠져 대를 이어 수산학, 어류질병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원주민 텃세는 장환마을 사전에는 없는 말일 정도로 어릴 적부터 자란 듯한 고향의 푸근함을 느낄 수 있죠. 마을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는 주민들의 인심이 가장 큰 마을 자랑거리입니다.”

/백희준 광주일보 기자 bhj@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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