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잔혹사
“요즘 광주비엔날레는 어떤가요?”
지난주 취재차 만난 서울의 미술계 인사는 첫 인사로 광주비엔날레의 ‘안부’를 물었다. 폐막일을 며칠 앞둔 ‘제13회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관심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비엔날레 기간중 뉴스를 통해 알려진 재단의 내홍이 궁금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툭 던진 한마디. “창설된 지 26년이 지났으니 이젠 자리 잡을때도 되지 않았나요.” 순간, 광주비엔날레를 바라보는 외부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 난감했다.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을 주제로 개막한 광주비엔날레가 39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 9일 막을 내렸다. 코로나19로 2차례 연기 끝에 개막한 광주비엔날레는 전시기간이 짧고 입장객을 제한하는 악조건속에서도 8만5000여 명이 다녀갔다.
하지만 올해 비엔날레는 대회의 성패를 가늠하는 전시 보다는 내부문제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김선정 광주비엔날레 대표의 인사권 남용 등을 둘러싼 불협화음이 터진 것이다. 비엔날레 노조는 지난달 26일 대표 이사의 재단 사유화와 재단 조직 시스템 붕괴를 비난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데 이어 진정서를 광주시와 국가인권위원회 등 3곳에 접수했다.
저간의 사정이야 어쨌든, 이번 비엔날레 조직의 분란은 20여 년간 공들여 쌓아온 광주비엔날레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그것도 재단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 행사를 정상적으로 치러야 할 전시기간 중에 말이다. 우여곡절 끝에 잔치를 열어 놓고 집안싸움을 벌이는 볼썽사나운 꼴을 국내외에 드러낸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논란은 예견된 결과라는 점에서 광주시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 2017년 광주시는 전시기획자인 김선정씨를 대표이사로 임명한 뒤 당시 공석상태였던 예술총감독을 총괄큐레이터제라는 명칭으로 바꾸고 김 대표를 선임했다. 말하자면 경영과 기획 등 재단의 막중한 임무를 김대표 1인에게 맡긴 것이다.
물론 전시기획자 출신이라고 해서 재단을 이끌어가는 대표가 될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전시기획에 대한 이해가 높으면 예산 배정과 그에 걸맞은 후원금 유치 등 수장으로서의 역량을 발휘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한 사람에게 모든 재단의 권한이 집중돼 있다 보면 견제와 비판,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에서 애초 광주시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셈이다. 실제로 노조는 총괄큐레이터를 맡은 김 대표가 리서치 명목으로 해외 출장이 잦고 ‘5·18 40주년’전시로 서울 사무소에 상주하는 기간이 많아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광주비엔날레에게 혁신은 ‘보여주기식 쇼’가 된 듯 하다. 초창기 비엔날레 정체성을 둘러싼 파열음은 차치하더라도 신정아 예술감독 학력위조 스캔들,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 파동 등 빅 이슈가 터질 때마다 강도높은 혁신을 외쳤지만 용두사미가 됐기 때문이다. 창설 이후 혁신위원회를 꾸린 것만 해도 얼추 4~5차례나 된다.
이처럼 광주비엔날레가 여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건 근본적인 해결 보다 겉햝기식 수술에 그친 탓이다. 재단내부의 정확한 문제진단과 처방이 이뤄지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인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 ‘무늬만 혁신’은 안된다. 그건 20여 년간 지역의 대표 브랜드로 자부해온 시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
지난주 취재차 만난 서울의 미술계 인사는 첫 인사로 광주비엔날레의 ‘안부’를 물었다. 폐막일을 며칠 앞둔 ‘제13회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관심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비엔날레 기간중 뉴스를 통해 알려진 재단의 내홍이 궁금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툭 던진 한마디. “창설된 지 26년이 지났으니 이젠 자리 잡을때도 되지 않았나요.” 순간, 광주비엔날레를 바라보는 외부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 난감했다.
하지만 올해 비엔날레는 대회의 성패를 가늠하는 전시 보다는 내부문제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김선정 광주비엔날레 대표의 인사권 남용 등을 둘러싼 불협화음이 터진 것이다. 비엔날레 노조는 지난달 26일 대표 이사의 재단 사유화와 재단 조직 시스템 붕괴를 비난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데 이어 진정서를 광주시와 국가인권위원회 등 3곳에 접수했다.
무엇보다 이번 논란은 예견된 결과라는 점에서 광주시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 2017년 광주시는 전시기획자인 김선정씨를 대표이사로 임명한 뒤 당시 공석상태였던 예술총감독을 총괄큐레이터제라는 명칭으로 바꾸고 김 대표를 선임했다. 말하자면 경영과 기획 등 재단의 막중한 임무를 김대표 1인에게 맡긴 것이다.
물론 전시기획자 출신이라고 해서 재단을 이끌어가는 대표가 될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전시기획에 대한 이해가 높으면 예산 배정과 그에 걸맞은 후원금 유치 등 수장으로서의 역량을 발휘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한 사람에게 모든 재단의 권한이 집중돼 있다 보면 견제와 비판,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에서 애초 광주시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셈이다. 실제로 노조는 총괄큐레이터를 맡은 김 대표가 리서치 명목으로 해외 출장이 잦고 ‘5·18 40주년’전시로 서울 사무소에 상주하는 기간이 많아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광주비엔날레에게 혁신은 ‘보여주기식 쇼’가 된 듯 하다. 초창기 비엔날레 정체성을 둘러싼 파열음은 차치하더라도 신정아 예술감독 학력위조 스캔들,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 파동 등 빅 이슈가 터질 때마다 강도높은 혁신을 외쳤지만 용두사미가 됐기 때문이다. 창설 이후 혁신위원회를 꾸린 것만 해도 얼추 4~5차례나 된다.
이처럼 광주비엔날레가 여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건 근본적인 해결 보다 겉햝기식 수술에 그친 탓이다. 재단내부의 정확한 문제진단과 처방이 이뤄지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인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 ‘무늬만 혁신’은 안된다. 그건 20여 년간 지역의 대표 브랜드로 자부해온 시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