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개발 기술 독립 ‘K-우주 시대’ 열린다
조선대·연세대 대학원생 공동개발 큐브위성 3기 성공 발사
국내 기술 차세대중형위성 1호 도시·국토 촬영 임무 수행 중
독자 개발 발사체 ‘누리호 ’ 1단 종합연소시험 성공
10월 1차 발사·내년 2차 발사 성공 땐 세계 7대 우주강국 올라
2021년 03월 30일(화) 23:15
조선대에서 개발한 위성 ‘KMSL’(Korea Micro Gravity Science Lab). <과기부 제공>
‘K-우주’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을까.

한국 우주 산업에서 낭보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2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센터에서 조선대학교와 연세대학교 대학원생들이 힘을 합쳐 개발한 큐브위성 3기가 성공적으로 발사됐으며, 동시에 500㎏급 위성 ‘차세대중형위성 1호’도 궤도에 안착해 교신까지 성공했다. 지난 25일에는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1단 최종연소시험에 성공하고 마지막 단계인 조립 과정에 들어갔다.

맡은 임무는 각각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한국의 ‘우주 기술 독립’이라는 같은 꿈을 꾸고 있다.

차세대중형위성 1호. /연합뉴스
먼저 큐브위성 3기 중 조선대에서 개발한 1U 크기의 위성 ‘KMSL’(Korea Micro Gravity Science Lab)은 속칭 ‘지상 최강의 생물’ 곰벌레(물곰) 100마리를 싣고 우주로 향했다. U는 큐브위성 규모를 재는 단위로, 1U인 KMSL은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0cm 수준이다.

KMSL은 우주 환경에서 곰벌레가 생존할 수 있는지, 어떤 생활을 하는지를 관찰하는 임무를 받았다.

곰벌레는 몸길이 50㎛∼1.7㎜의 무척추동물로, 영하 273도부터 영상 151도까지, 심지어 방사성 물질에 노출돼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물로 알려졌다. 곰벌레는 ‘툰’(tun·생명활동을 일시적으로 멈춘 상태) 상태로 쏘아 올렸으며, 추후 물펌프로 수분·영양을 주입해 깨울 계획이다.

조선대 연구팀(지도교수 오현웅)은 지난 2017년 호남권 최초로 인공위성 ‘STEP Cube Lab’을 개발, 이듬해 발사까지 성공해 주목받았다. 지난 2017년, 2019년 두 차례 큐브위성경연대회에 나서 지역대학 중 유일하게 개발팀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같이 발사된 ‘큐브샛 연세’(CubeSat Yonsei·2U)는 우주선에서 발생한 화염의 전파와 소멸 현상을 분석하는 임무를 갖고 있다. 중력이 극히 낮은 환경에서 고체 연료가 어떻게 점화되는지, 대류·열 전달이 없는 환경에서 화염이 어떻게 전파되는지 등을 분석한다.

지난 25일 오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진행된 누리호 1단 종합연소시험. /연합뉴스
이번 큐브위성은 국내 산업체와 협력 개발해 제작 단가를 낮추고, 국산기술 성능 검증에도 도움을 줬다. 대학 간 상호 연구·협력을 통해 제작돼 국내 인공위성 연구 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위성 기술 독립’을 목표로 제작된 차세대중형위성 1호 또한 국내 산업체·연구기관을 이용,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됐다.

폭 1.4m, 길이 1.55m, 높이 2.89m인 이 위성은 추후 국내 중형급(500kg급) 위성의 표준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이 위성은 독자적인 정밀 광학탑재체(카메라)를 탑재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해외 기술에 의존해 왔던 광학탑재체 기술을 독자 개발하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국내 산업체와 공동설계팀을 구성했고, 흑백 0.5m, 컬러 2.0m급 해상도를 가진 탑재체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차세대중형위성 1호는 저궤도(고도 497.8㎞)를 돌며 우리나라 도시·국토를 촬영하는 임무를 받았다. 재난·재해에 대응하거나 정밀한 지도를 제작하는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다만 차세대중형위성 개발사업은 아직 나아갈 길이 멀다. 오는 2022년으로 예정된 차세대중형위성 2호 발사까지 성공해야 비로소 개발사업 1단계가 마무리된다.

사업은 2단계에 걸쳐 오는 2025년까지 총 5개 중형위성을 발사하는 게 목표다. 2단계에서 발사하는 3개 위성은 우주과학연구, 농산림, 수자원 감시 등 기능을 가진 국산 탑재체를 갖고 궤도에 오른다.

누리호는 우리나라의 ‘우주 기술 독립’을 완성할 필수 요소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독자적인 발사체를 갖고 있지 않아, 미국·러시아 등 다른 나라에서 제작한 발사체를 빌려 써 왔다. 예컨대 이번 큐브위성과 중형위성 모두 러시아 소유스 2.1a 발사체에 실려 우주로 향했다.

누리호가 개발 완료되면 우리나라에서도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 상공 600~800㎞ 저궤도에 쏘아올릴 수 있게 된다. 총 길이 47.2m, 직경 3.5m, 중량은 200t인 누리호는 1단 75t급 엔진 4기, 2단 75t급 엔진 1기, 3단 7t급 엔진 1기로 추진력을 얻는다.

지난 25일 연소 시험은 1단부 엔진 4기를 시험한 것이다. 1단부 엔진은 4기가 마치 한 몸처럼 동시에 작동하는 ‘클러스터링’ 기술이 접목돼 있는데, 발사체가 충분한 높이에 오를 때까지 모든 엔진이 동일한 추진력을 내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다. 클러스터링 기술이 잘 작동한다는 것은 곧 누리호 개발이 완료됐다는 의미라 볼 수 있다.

누리호는 오는 10월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시험 위성을 싣고 1차 발사할 예정이다. 2차 발사는 오는 2022년 5월로, 이 때에는 성능검증위성도 함께 실릴 예정이다.

발사에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오롯이 자체 위성 개발 기술을 갖춘 나라로 도약한다. 또 미국, 러시아, 유럽, 중국, 일본, 인도 등에 이어 세계 7번째로 독자적인 우주발사체 기술을 확보한 나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kwangju.co.kr/article.php?aid=1617113700717630166
프린트 시간 : 2025년 05월 14일 00:2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