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문화현장] 강진미술관·박물관, 국내 유일 ‘한옥 미술관’ 귀한 존재감 뽐내다
김재영 관장 ‘김충식 별장터’ 매입
공훈 작가 등 北미술품 꾸준히 수집
500여점 컬렉션으로 매년 기획전
강진고려청자 상징 지붕도 예술품
공훈 작가 등 北미술품 꾸준히 수집
500여점 컬렉션으로 매년 기획전
강진고려청자 상징 지붕도 예술품
![]() 강진만이 내려다 보이는 보은산 언덕에 자리한 강진미술관·박물관 전경. |
‘남도답사 일번지’로 불리는 강진군은 명성 그대로 볼거리가 많다. 다산초당과 백운동 원림, 사의재 등 다산 정약용의 숨결이 곳곳에 남아있는 데다 고려청자와 차문화를 만날 수 있다. 최근엔 지난 2018년 10월 ‘강진미술관·박물관’(관장 김재영·강진읍 동문로 39번지, 이하 강진미술관)이 문을 열면서 명실상부한 ‘문화답사 일번지’로 떠오르고 있다.
강진미술관은 강진읍 시가지와 강진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보은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5188㎡ 부지에 연면적 519.97㎡ 규모의 본관, 전시관, 레시던시등 한옥 건물 세 채를 중심으로 100여 년 된 나무와 돌로 제작된 석조 조형물들이 어우러져 방문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건 초대형 세종대왕 동상(조각가 우희석·남형돈)이다. 얼핏 서울 광화문의 세종대왕 동상을 연상케 하지만 크기는 국내 최대 규모다. 높이 6.3m, 폭 4.8m, 무게만 12.6t인 세종대왕 동상은 기단석을 포함하면 총 높이가 8m에 달한다. 그래서인지 입소문이 나면서 개관 2년 밖에 안된 강진미술관을 상징하는 명물로 자리잡았다.
이쯤되면 자연스럽게 남다른 스케일을 자랑하는 미술관의 주인장이 궁금해진다. ‘강진미술관’이라는 이름 때문에 강진군이 지은 군립미술관으로 종종 오해받지만 엄연히 개인미술관이다. 주인공은 강진출신의 기업인 김재영(63·서울수산대표)씨. 40여 년간 민물뱀장어 양식업을 하며 모은 40억 원을 투자해 사회환원 일환으로 강진에서 ‘가장 목이 좋다’고 소문난 자리에 미술관을 세웠다.
그도 그럴것이 미술관이 들어선 곳은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나라 4대 부자로 알려진 동은 김충식의 옛 별장(강진군 문화재 34호)터다. “강진에서는 김충식의 땅을 밟고 다니지 않으면 안된다”고 할 만큼 부호였던 김씨의 별장터와 대지 총 8000여 평을 매입한 그는 지역의 미래 세대를 위한 문화공간으로 가꾸기 위해 미술관을 건립했다.
“고향에서 사업을 해서 번 돈을 군민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미술관을 짓게 됐습니다.” 그의 말대로 당시만 해도 강진에는 변변한 미술관이 없었다. 평소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 하던 그는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이 미술관에서 상상력을 얻고 꿈을 키워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통큰 결정을 한 것. 미술관 앞 마당에 세종대왕동상을 설치하게 된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하지만 미술관 건립은 어찌보면 예정된 (?)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그는 500여 점의 미술품과 종유석 등 다양한 수집품 1000여 점을 모은 컬렉터다. 김 관장이 처음 미술에 눈을 뜨게 된 건 20대였다. 유년시절, 가난한 형편 때문에 예술을 가까이 하기 힘들었지만 아름다운 미술품을 보면 그렇게도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했다. 그러던 어느날, 지인의 권유로 광주 예술의 거리에서 열린 전시회를 찾은 그는 이기월 화백의 풍경화에 ‘꽂혀’ 큰 맘 먹고 작품을 손에 넣었다. 당시 주변에선 “무슨 어려운 형편에 그림이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지만 그는 집에 걸어둔 그림을 보면서 고단한 삶을 위로받았다.
이 때부터 조금씩 여유가 생길 때마다 한 점 두 점 사모으기 시작한 것이 500여 점의 미술품을 모으게 된 계기가 됐다. 추사 김정희 글씨와 겸재 정선 작품에서부터 이당 김은호, 심산 노수현, 청전 이상범, 의재 허백련, 소정 변관식, 심양 박승무 등의 산수화, 천경자, 송용 등 내로라 하는 작가들의 작품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이후 사업이 확장되면서 미술품에 대한 그의 관심은 더욱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지난 2000년 대 초 서울에서 열린 북한미술전시회가 대표적이다.
“지인의 권유로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북한미술전시회를 둘러 보게 됐어요. 평소 북한미술품을 접할 기회가 적어 별 기대 없이 갔는데 ‘문화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진으로만 봤던 금강산의 수려한 풍경과 산하를 극사실로 표현한 대작(2200호) 앞에 선 순간 몸에 전율이 돋는 것 같았어요. 금강산 일만이천봉을 그린 작품들은 더러 있지만 웅장한 스케일의 작품은 처음이었거든요.”
강진에 내려온 후 북한미술품이 눈에 밟혔던 그는 다시 서울로 올라가 북한의 공훈 예술가인 안명석의 ‘금강산 일만이천봉’, 장혁의 ‘백두산 천지’ , 박하룡의 ‘칠보산의 솔섬’ 등을 구입했다. 이 때부터 손에 넣기 시작한 북한미술품이 100여 점에 달한다.
이처럼 평생을 모은 미술품이 방대해지자 미술관을 짓기로 한 그는 김충식씨의 옛 별장과 조화를 이루는 콘셉트로 한옥을 선택했다. 신응수 대목장(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이 총 지휘를 맡은 미술관은 전통 방식대로 2017년 9월에 착공돼 1년에 걸쳐 지난 2018년 완공됐다.
한옥 본관 뒤편에는 김충식의 별장을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한 한옥전시관(42평·정면 5칸·측면 3칸, 팔작지붕)이 자리하고 있다. 백두산 소나무를 건축재로 사용해 1929년께 지은 이 곳은 임방울과 이화중선 등 전국의 유명 국악인들을 초청해 공연을 펼친 문화예술공간이었다.
무엇보다 김충식의 옛 별장에서 내려다 보이는 강진의 아름다운 풍광은 그 자체가 한폭의 그림 같다. 특히 강진미술관의 청자지붕은 강진고려청자를 상징하는 또하나의 예술품이다.
강진미술관은 500여 점의 컬렉션을 바탕으로 매년 상설기획전을 개최해 지역민들에게 문화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북한미술전시회와 상설기획전,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종유석 특별전 등은 지역민은 물론 전국에서 관람객이 다녀갈 정도였다. 상설기획전에서는 남농 허건의 10폭 병풍과 서양화가 박만수 화백이 그린 다산 정약용 선생의 초상화, 김은호, 허백련화백의 작품 등이 선보였다.
김 관장은 “청년 시절, 지인의 권유로 우연히 전시회에서 미술품을 접한 후 평생 예술을 가까이 해온 것 처럼 지역민과 청소년들이 이 곳에서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나눴으면 좋겠다”면서 “앞으로 강진미술관이 예술에 대한 다양한 담론이 소통되고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진=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남철희 기자 choul@kwangju.co.kr
/사진=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건 초대형 세종대왕 동상(조각가 우희석·남형돈)이다. 얼핏 서울 광화문의 세종대왕 동상을 연상케 하지만 크기는 국내 최대 규모다. 높이 6.3m, 폭 4.8m, 무게만 12.6t인 세종대왕 동상은 기단석을 포함하면 총 높이가 8m에 달한다. 그래서인지 입소문이 나면서 개관 2년 밖에 안된 강진미술관을 상징하는 명물로 자리잡았다.
![]() 40여년간 미술품을 수집해온 김재영 관장. |
그도 그럴것이 미술관이 들어선 곳은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나라 4대 부자로 알려진 동은 김충식의 옛 별장(강진군 문화재 34호)터다. “강진에서는 김충식의 땅을 밟고 다니지 않으면 안된다”고 할 만큼 부호였던 김씨의 별장터와 대지 총 8000여 평을 매입한 그는 지역의 미래 세대를 위한 문화공간으로 가꾸기 위해 미술관을 건립했다.
“고향에서 사업을 해서 번 돈을 군민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미술관을 짓게 됐습니다.” 그의 말대로 당시만 해도 강진에는 변변한 미술관이 없었다. 평소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 하던 그는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이 미술관에서 상상력을 얻고 꿈을 키워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통큰 결정을 한 것. 미술관 앞 마당에 세종대왕동상을 설치하게 된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하지만 미술관 건립은 어찌보면 예정된 (?)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그는 500여 점의 미술품과 종유석 등 다양한 수집품 1000여 점을 모은 컬렉터다. 김 관장이 처음 미술에 눈을 뜨게 된 건 20대였다. 유년시절, 가난한 형편 때문에 예술을 가까이 하기 힘들었지만 아름다운 미술품을 보면 그렇게도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했다. 그러던 어느날, 지인의 권유로 광주 예술의 거리에서 열린 전시회를 찾은 그는 이기월 화백의 풍경화에 ‘꽂혀’ 큰 맘 먹고 작품을 손에 넣었다. 당시 주변에선 “무슨 어려운 형편에 그림이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지만 그는 집에 걸어둔 그림을 보면서 고단한 삶을 위로받았다.
이 때부터 조금씩 여유가 생길 때마다 한 점 두 점 사모으기 시작한 것이 500여 점의 미술품을 모으게 된 계기가 됐다. 추사 김정희 글씨와 겸재 정선 작품에서부터 이당 김은호, 심산 노수현, 청전 이상범, 의재 허백련, 소정 변관식, 심양 박승무 등의 산수화, 천경자, 송용 등 내로라 하는 작가들의 작품도 다수 포함돼 있다.
![]() 강진미술관은 북한 공훈예술가들의 산수화와 풍경화 등 5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
“지인의 권유로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북한미술전시회를 둘러 보게 됐어요. 평소 북한미술품을 접할 기회가 적어 별 기대 없이 갔는데 ‘문화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진으로만 봤던 금강산의 수려한 풍경과 산하를 극사실로 표현한 대작(2200호) 앞에 선 순간 몸에 전율이 돋는 것 같았어요. 금강산 일만이천봉을 그린 작품들은 더러 있지만 웅장한 스케일의 작품은 처음이었거든요.”
강진에 내려온 후 북한미술품이 눈에 밟혔던 그는 다시 서울로 올라가 북한의 공훈 예술가인 안명석의 ‘금강산 일만이천봉’, 장혁의 ‘백두산 천지’ , 박하룡의 ‘칠보산의 솔섬’ 등을 구입했다. 이 때부터 손에 넣기 시작한 북한미술품이 100여 점에 달한다.
이처럼 평생을 모은 미술품이 방대해지자 미술관을 짓기로 한 그는 김충식씨의 옛 별장과 조화를 이루는 콘셉트로 한옥을 선택했다. 신응수 대목장(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이 총 지휘를 맡은 미술관은 전통 방식대로 2017년 9월에 착공돼 1년에 걸쳐 지난 2018년 완공됐다.
한옥 본관 뒤편에는 김충식의 별장을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한 한옥전시관(42평·정면 5칸·측면 3칸, 팔작지붕)이 자리하고 있다. 백두산 소나무를 건축재로 사용해 1929년께 지은 이 곳은 임방울과 이화중선 등 전국의 유명 국악인들을 초청해 공연을 펼친 문화예술공간이었다.
무엇보다 김충식의 옛 별장에서 내려다 보이는 강진의 아름다운 풍광은 그 자체가 한폭의 그림 같다. 특히 강진미술관의 청자지붕은 강진고려청자를 상징하는 또하나의 예술품이다.
강진미술관은 500여 점의 컬렉션을 바탕으로 매년 상설기획전을 개최해 지역민들에게 문화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북한미술전시회와 상설기획전,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종유석 특별전 등은 지역민은 물론 전국에서 관람객이 다녀갈 정도였다. 상설기획전에서는 남농 허건의 10폭 병풍과 서양화가 박만수 화백이 그린 다산 정약용 선생의 초상화, 김은호, 허백련화백의 작품 등이 선보였다.
김 관장은 “청년 시절, 지인의 권유로 우연히 전시회에서 미술품을 접한 후 평생 예술을 가까이 해온 것 처럼 지역민과 청소년들이 이 곳에서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나눴으면 좋겠다”면서 “앞으로 강진미술관이 예술에 대한 다양한 담론이 소통되고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진=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남철희 기자 choul@kwangju.co.kr
/사진=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