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대신 꿈 품었더니 웃는 날 오더군요”
[광주시 서구 장애인 가족 수기 공모전 당선·응모작 모음집 ‘희망을 노래하다’ 발간]
뇌병변·청각 장애 아들, 치료·사회 적응훈련 등 37년의 고군분투기 ‘대상’
뇌병변 장애에도 ‘주부·사회 운동·시인…’ 1인 다역 사회활동 이야기 ‘금상’
2021년 01월 13일(수) 23:00
“하염없이 기다리고 지쳐도 아들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아들이 살아서 제 눈 앞에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저에게는 큰 기쁨이고 선물이었습니다.”

박모씨는 지적·뇌병변·청각 장애를 가진 아들의 엄마다. 박씨는 올해로 40세가 된 아들과 함께하는 매 순간이 행복하다.

박씨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37년 전, 3살배기 아들은 박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3층 옥상에서 떨어졌다. 박씨는 포장마차를 운영하며 일주일에 100만원이 넘는 병원비를 충당해야 했다. 15살이 될 때 까지 수술을 받아야 했던 아들을 보면 그저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고생 끝에 문을 연 식당은 IMF 외환위기로 한순간에 무너졌다. 신용불량자가 된 채 여동생 집에 얹혀사는 중에도 아들은 때때로 집을 나가 행방불명이 되곤 했다. 신발을 짝짝이로 신은 채 아들을 찾아 사방으로 뛰어다닌 것도 수차례, 그럼에도 그에게 가장 큰 보물이었던 아들을 포기할 순 없었다.

오빠의 도움을 받아 새로 식당을 열고, 일요일이면 시내로 나가 아들과 ‘사회적응훈련’을 하며 행복을 찾았다. 아들과 맛있는 음식도 먹고, 장난도 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가곤 했다.

최근 박씨는 장사를 그만 두기로 결심했다. 박씨의 건강마저 나빠지기 시작하자, 아들과 더 알찬 매일을 보내고자 결단을 내린 것이다. 박씨는 장애인 부모들에게 “기다림은 언젠가 큰 힘을 발휘한다”며 “지치고 힘들더라도,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고 노력하면 언젠가 행복을 느낄 것”이라고 전했다.

박씨의 이야기는 최근 광주시 서구가 발간한 수기집 ‘희망을 노래하다!’에 실렸다. 그는 서구에선 지난해 5~11월 진행한 장애인(가족) 수기 공모전에 글을 올려 대상을 받았다.

수기집에는 박씨의 이야기를 비롯해 수기 28편이 실렸다. 크고 작은 장애요인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이웃들이 ‘희망’과 ‘극복 의지’를 담아 쓴 글이다.

금상을 수상한 장모씨의 이야기도 가슴을 울린다. 뇌병변장애를 갖고 있는 그는 “타인이 나를 보면, 전동휠체어를 타고 말도 어눌하고, 많이 불편한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면서도 “하지만 이게 내 모습이다. 나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면 멋진 삶이 된다”고 말했다.

장씨는 갓난아이 때 황달 치료가 늦어져 뇌성마비 장애를 입었다. 하지만 그는 그 누구도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래를 그리며, ‘긍정의 힘’으로 고비를 넘겨 왔다.

그는 광주에서 특수 유치원을 나와 사회생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세상은 점차 장애에 대한 편견 없이 그를 이웃으로 받아들여줬다. 장씨는 이제 초등학교 아이를 둔 한 가정의 엄마이자 사회 운동가, 사회 부조리를 밝히는 칼럼니스트, 최근 첫 시집을 발표한 신인 시인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장씨는 “세상을 탓하지 말 것”이라 조언한다. 언제까지 장애인에게 불리한 사회 제도 안에 갇혀 있을 순 없다는 것. 그는 “삶의 고비가 찾아올 때 지혜롭게 넘어가느냐는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꿈을 좇아가는 삶을 살아왔는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한편 수기집은 장애인 관련 기관단체를 포함해 18개 동 주민센터, 서구장애인복지관 등에 배부될 예정이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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