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의 벽을 깬 새로운 도전 ‘또 다른 나’를 찾아
50~69세, 전체 인구 30%…은퇴 후 재취업·봉사로 삶 재설계
스킨스쿠버·국토대장정·밴드 활동…방송·출판·유튜브 도전
스킨스쿠버·국토대장정·밴드 활동…방송·출판·유튜브 도전
![]() 음악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만들고 있는 광주 중년밴드 ‘블럼’ 회원들. 김승주 회장(보컬), 김옥룡(베이스 기타), 김용관(드럼), 맹순희·이지선(기타) (사진 중앙에서 시계 방향으로)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
[5060 新중년, 인생 3모작을 꿈꾼다]
- 5060 ‘신중년’ : 노동의 의무보다 열정의 재미를 찾고 미래가 아닌 오늘의 행복을 중시하며 삶의 질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소비자들
‘100세 시대’에 5060 신(新)중년의 ‘인생 3모작’은 우리 사회의 당면과제다.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인 신중년은 은퇴 후에도 재취업을 고민해야 한다. 또한 자신이 가진 재능을 나누고, 나이의 벽을 깬 새로운 도전에서 ‘또 다른 나’를 찾는다.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일을 하면서 보람도 느끼고, 일정 수입도 취하는 신중년 ‘인생 3모작’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백세 시대 신(新)중년 ‘새로운 삶’ 주목
“가슴이 뻥 뚫린 듯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무엇보다 나이를 먹어서 도전했다는 것이 뿌듯합니다. 나이차가 있는 젊은 후배들과 어울려서 활동하니 저 역시 젊어지는 듯합니다.”
광주 중년 밴드 ‘블럼’ 김승주(61) 회장의 말이다. 밴드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 김 회장은 50대 중반 나이에 음악학원을 찾아 드럼을 배우면서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왔던 음악의 열정을 다시 지폈다. 1960년생인 그는 지난해 12월, 31년간 다녔던 회사를 정년퇴직했다. 새해에는 주민자치회 회장을 맡아 봉사하는 한편 색소폰에 도전하는 등 새로운 인생을 계획하고 있다.
밴드 ‘블럼’은 지난 2007년 개봉한 영화 ‘즐거운 인생’(감독 이준익)을 떠올리게 한다. 중년에 들어선 네 남자가 어렵사리 락밴드를 다시 결성해 젊은 날 이루지 못했던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블럼’은 광주시 서구 금호동 한 음악학원에서 드럼을 배우던 40~60대 남녀 중년들이 2014년 결성한 밴드다. 14명의 회원들은 정년 퇴직자와 대기업 생산직, 가구업체 사장, 자동차공업사 직원, 전업주부 등 직업과 나이가 다양하다. 하지만 일이 끝난 후 한자리에 모여 기타·드럼을 연주하고 노래하며 생활에 쫓겨 접었던 음악에 대한 열정과 꿈을 다시 펼치고 있다.
매년 두 차례 광주시 남구 사회복지시설인 소화자매원을 찾아 자선공연을 펼쳤고, 금호2동 마을축제 등 주민행사에서도 그동안 갈고 닦은 연주 실력을 주민들에게 선보였다. 김홍의 ‘내일 다시 해는 뜬다’와 홍진영의 ‘오늘밤엔’과 같은 최신 트로트 곡과 올드 팝송 등 레퍼토리도 다채롭다. 그동안 매주 한차례씩 모여 연습했으나 요즘은 ‘코로나 19’ 때문에 잠시 활동을 쉬고 있는 상태다.
100세 삶이 보편화되는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시대에 5060 세대를 일컫는 ‘신(新)중년’이 주목받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함께 신중년은 50년 이상을 살아왔지만 아직도 은퇴이후 30~40년이 남아있는 새로운 세대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부터 가족계획 정책이 본격화된 1963년 사이에 출생한 ‘베이비부머 세대’인 신중년은 20~30년 동안 청춘을 보낸 일터에서 퇴직한 후에도 부모 부양이나 자녀 뒷바라지 등의 이유로 경제활동을 이어가야 한다. 또한 그동안 미뤄뒀던 하고 싶은 일이나 사회공헌 활동 등 ‘새로운 삶’도 준비해야 한다. 그런 만큼 신중년의 ‘인생 3모작’은 한국사회의 당면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신중년은 ‘위기’이면서 새로운 인생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전체인구 3명중 1명이 5060 ‘신중년’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이 2019년 12월 펴낸 ‘신중년(5060) 경력설계 안내서’ 데이터로 보는 신중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신중년(50~69세) 인구규모는 1415만 명(남자 703만4000명, 여자 711만6000명)이다. 또 전체인구에서 신중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27.0%→ 2021년 30.0%→ 2026년 32.2% 등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2020년 트렌드를 전망하는 ‘트렌드코리아 2020’(미래의 창 刊)에서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한 5060 신중년 소비자들을 ‘오팔(OPAL) 세대’로 이름 붙였다. 오팔세대는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는 신노년층’(Old People with Active Lives)의 약자이면서 동시에 베이비부머를 대표하는 ‘58년생 개띠’의 58을 의미한다.
김 교수는 ‘오팔세대’에 대해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고 자녀의 독립으로 부모 역할을 졸업하면서 인생 1막을 마친 이들로, 이제까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맡았던 배역을 벗어던지고 능동적이며 진취적으로 제2의 인생을 열어가고 있다. 이제야 비로소 나만을 위한 삶을 꾸려가기 시작한 이들은 노동의 의무보다 열정의 재미를 찾고, 미래가 아닌 오늘의 행복을 중시하며, 건강·아름다움·삶의 질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소비자들”이라고 신중년에 의미를 부여한다.
◇‘또 다른 나’를 발견하기 위한 도전
신중년의 사례는 생활 주변은 물론 출판물과 방송, 유튜브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5060세대의 새로운 도전은 대중들의 높은 관심을 끌기 때문이다.
“옛날에 내가 해봤었는데, 요즘 유행어로 ‘라떼는 말이야~’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50대 나이에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도전하는 거죠.”
광주공고에서 중국어를 가르치는 이맹로(55) 교사는 최근 스킨스쿠버 레벨1(Open Water) 자격증을 취득했다. 전체 5단계로 된 자격증 가운데 첫 번째 자격증이다. 방과 후 남부대 수영장에서 이론 및 교육을 받았고 실제 바다에도 입수했다. 20대 해병대 복무시절에 비슷한 훈련과정을 이수했으나 실제 자격증을 따기 위해 수영장에 들어간 것은 30여 년만이다. 이어 2단계(Advanced Diver) 교육을 받다가 ‘코로나 19’ 확산 여파에 따라 잠시 멈춘 상태이다. 또한 그는 전통 활인 국궁(國弓)을 비롯해 판소리, 고법(鼓法)을 수년째 여가활동으로 익히면서 즐기고 있다.
33년간의 교직생활을 마친 강숙희(58)씨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다. 50 중반 나이에 자전거를 뒤늦게 배워 국토 대장정에 나섰다. 자전거길 국토완주 그랜드 슬램을 위해 페달을 밟으며 두 바퀴로 달린 거리는 무려 1861㎞. 이어 EBC(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히말라야 트레킹과 아프리카·티베트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국민연금공단 신중년 노후준비 아카데미에서 8주간 진행하는 ‘작가탄생 프로젝트’ 강좌에 참여해 작가가 됐다. 지난해 1월에 그동안의 도전기를 담은 ‘늦지 않았어, 오늘이야’(책과 나무 刊)를 펴낸 것이다.
작가는 히말라야 트레킹에 나선 이유에 대해 “나에게 익숙한 공간이 아닌 전혀 다른 특별한 공간과 마주하고 그 속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싶었다”고 밝힌다.
50세 이후의 ‘빛나는’ 인생 후반전을 위해 신중년은 어떠한 삶을 설계해야 할까?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50 플러스의 시간’(서해문집 刊)에 실린 ‘신노년 세대와 미래사회’에서 자식들을 출가시키고 난 뒤의 인생을 ‘번식후기’라고 지칭하며 “번식후기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 인간은 성공한 동물이 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 근거로 할머니가 존재하는 집단과 없는 집단을 비교했을 때 할머니가 있는 집단이 아이들을 돌봐주고 삶의 지혜를 줘 번성한다는 ‘할머니 가설’을 든다. 그리고 ‘번식후기’에도 지식의 영역을 넓히고 배움의 길을 계속 갈 것을 강조한다.
“고립되어 살지 마시고 뭐든 열심히, 부지런히 귀를 열고 눈을 뜨고 활기차게 사세요. 인생 이모작, 이제 겨우 시작입니다.”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 5060 ‘신중년’ : 노동의 의무보다 열정의 재미를 찾고 미래가 아닌 오늘의 행복을 중시하며 삶의 질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소비자들
‘100세 시대’에 5060 신(新)중년의 ‘인생 3모작’은 우리 사회의 당면과제다.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인 신중년은 은퇴 후에도 재취업을 고민해야 한다. 또한 자신이 가진 재능을 나누고, 나이의 벽을 깬 새로운 도전에서 ‘또 다른 나’를 찾는다.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일을 하면서 보람도 느끼고, 일정 수입도 취하는 신중년 ‘인생 3모작’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가슴이 뻥 뚫린 듯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무엇보다 나이를 먹어서 도전했다는 것이 뿌듯합니다. 나이차가 있는 젊은 후배들과 어울려서 활동하니 저 역시 젊어지는 듯합니다.”
광주 중년 밴드 ‘블럼’ 김승주(61) 회장의 말이다. 밴드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 김 회장은 50대 중반 나이에 음악학원을 찾아 드럼을 배우면서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왔던 음악의 열정을 다시 지폈다. 1960년생인 그는 지난해 12월, 31년간 다녔던 회사를 정년퇴직했다. 새해에는 주민자치회 회장을 맡아 봉사하는 한편 색소폰에 도전하는 등 새로운 인생을 계획하고 있다.
매년 두 차례 광주시 남구 사회복지시설인 소화자매원을 찾아 자선공연을 펼쳤고, 금호2동 마을축제 등 주민행사에서도 그동안 갈고 닦은 연주 실력을 주민들에게 선보였다. 김홍의 ‘내일 다시 해는 뜬다’와 홍진영의 ‘오늘밤엔’과 같은 최신 트로트 곡과 올드 팝송 등 레퍼토리도 다채롭다. 그동안 매주 한차례씩 모여 연습했으나 요즘은 ‘코로나 19’ 때문에 잠시 활동을 쉬고 있는 상태다.
100세 삶이 보편화되는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시대에 5060 세대를 일컫는 ‘신(新)중년’이 주목받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함께 신중년은 50년 이상을 살아왔지만 아직도 은퇴이후 30~40년이 남아있는 새로운 세대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부터 가족계획 정책이 본격화된 1963년 사이에 출생한 ‘베이비부머 세대’인 신중년은 20~30년 동안 청춘을 보낸 일터에서 퇴직한 후에도 부모 부양이나 자녀 뒷바라지 등의 이유로 경제활동을 이어가야 한다. 또한 그동안 미뤄뒀던 하고 싶은 일이나 사회공헌 활동 등 ‘새로운 삶’도 준비해야 한다. 그런 만큼 신중년의 ‘인생 3모작’은 한국사회의 당면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신중년은 ‘위기’이면서 새로운 인생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전체인구 3명중 1명이 5060 ‘신중년’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이 2019년 12월 펴낸 ‘신중년(5060) 경력설계 안내서’ 데이터로 보는 신중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신중년(50~69세) 인구규모는 1415만 명(남자 703만4000명, 여자 711만6000명)이다. 또 전체인구에서 신중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27.0%→ 2021년 30.0%→ 2026년 32.2% 등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2020년 트렌드를 전망하는 ‘트렌드코리아 2020’(미래의 창 刊)에서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한 5060 신중년 소비자들을 ‘오팔(OPAL) 세대’로 이름 붙였다. 오팔세대는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는 신노년층’(Old People with Active Lives)의 약자이면서 동시에 베이비부머를 대표하는 ‘58년생 개띠’의 58을 의미한다.
김 교수는 ‘오팔세대’에 대해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고 자녀의 독립으로 부모 역할을 졸업하면서 인생 1막을 마친 이들로, 이제까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맡았던 배역을 벗어던지고 능동적이며 진취적으로 제2의 인생을 열어가고 있다. 이제야 비로소 나만을 위한 삶을 꾸려가기 시작한 이들은 노동의 의무보다 열정의 재미를 찾고, 미래가 아닌 오늘의 행복을 중시하며, 건강·아름다움·삶의 질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소비자들”이라고 신중년에 의미를 부여한다.
![]() 방과후 틈틈히 스쿠버 다이빙을 익히고 있는 광주공고 이맹로 교사(맨 오른쪽). 영어 원전과 고전읽기에도 열중하고 있다. |
신중년의 사례는 생활 주변은 물론 출판물과 방송, 유튜브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5060세대의 새로운 도전은 대중들의 높은 관심을 끌기 때문이다.
“옛날에 내가 해봤었는데, 요즘 유행어로 ‘라떼는 말이야~’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50대 나이에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도전하는 거죠.”
광주공고에서 중국어를 가르치는 이맹로(55) 교사는 최근 스킨스쿠버 레벨1(Open Water) 자격증을 취득했다. 전체 5단계로 된 자격증 가운데 첫 번째 자격증이다. 방과 후 남부대 수영장에서 이론 및 교육을 받았고 실제 바다에도 입수했다. 20대 해병대 복무시절에 비슷한 훈련과정을 이수했으나 실제 자격증을 따기 위해 수영장에 들어간 것은 30여 년만이다. 이어 2단계(Advanced Diver) 교육을 받다가 ‘코로나 19’ 확산 여파에 따라 잠시 멈춘 상태이다. 또한 그는 전통 활인 국궁(國弓)을 비롯해 판소리, 고법(鼓法)을 수년째 여가활동으로 익히면서 즐기고 있다.
![]() 33년간의 교직을 마친 후 네팔 희말라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트레킹에 나선 강숙희씨. <책과 나무 제공> |
작가는 히말라야 트레킹에 나선 이유에 대해 “나에게 익숙한 공간이 아닌 전혀 다른 특별한 공간과 마주하고 그 속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싶었다”고 밝힌다.
50세 이후의 ‘빛나는’ 인생 후반전을 위해 신중년은 어떠한 삶을 설계해야 할까?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50 플러스의 시간’(서해문집 刊)에 실린 ‘신노년 세대와 미래사회’에서 자식들을 출가시키고 난 뒤의 인생을 ‘번식후기’라고 지칭하며 “번식후기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 인간은 성공한 동물이 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 근거로 할머니가 존재하는 집단과 없는 집단을 비교했을 때 할머니가 있는 집단이 아이들을 돌봐주고 삶의 지혜를 줘 번성한다는 ‘할머니 가설’을 든다. 그리고 ‘번식후기’에도 지식의 영역을 넓히고 배움의 길을 계속 갈 것을 강조한다.
“고립되어 살지 마시고 뭐든 열심히, 부지런히 귀를 열고 눈을 뜨고 활기차게 사세요. 인생 이모작, 이제 겨우 시작입니다.”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