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무한도전’14년…국립심뇌혈관센터 설립으로 꽃피웠다
2007년 유두석 군수·정명호 전대병원 교수 제안 ‘첫 발’
연구 기능 초점… 국가 심뇌혈관 질환 대응 중추적 역할
2021년 정부 예산안에 센터 설립 관련 예산 반영 ‘쾌거’
연구자원 풍부 최적지…일자리 창출·축령산 연계 가능
2020년 12월 28일(월) 07:00
유두석 장성군수가 지난 11월 초 국립심뇌혈관센터 장성 설립 예산 확보를 위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센터 설립의 타당성을 설명하고 있다. <장성군 제공>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장성군이 희소식을 전했다. 이달 초, 국립심뇌혈관센터 설립에 관한 실시설계비 등 43억7000만원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포함됐다. 무려 14년에 걸친 장성군의 끈질긴 센터 설립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국가 심뇌혈관질환 연구 ‘중추적 역할’

암에 이어 국내 사망 원인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심뇌혈관질환은 그 범위가 넓다. 뇌졸중·중풍부터 각종 심장질환과 뇌·혈관 질환까지 아우른다. 서구적 식습관 등 영향으로 심뇌혈관질환의 국내 발생 빈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치료비 등 심혈관질환 관련 사회·경제적 비용도 동반 상승 중이다.

심뇌혈관질환 치료를 맡은 기관이 권역별 심뇌혈관질환센터다. 정부 주도로 지난 2008년부터 전국 11개 대학병원과 3개 종합병원에 지정됐다. 권역 내 환자가 3시간 이내 전문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장성지역에 설립되는 국립심뇌혈관센터는 권역별 심뇌혈관질환센터의 데이터를 통합하고 연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국의 권역별 심뇌혈관질환센터가 축적한 사례들을 분석하고, 독자적인 연구와 임상 실험을 진행한다. 심뇌혈관질환 연구 분야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아 국가의 대응력을 높이는 게 목적이다.

◇14년 전 센터 설립 최초 제안…부침 겪어

센터 설립의 발단은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건복지부가 심뇌혈관질환 종합대책 실행계획보고서를 통해 중앙심뇌혈관센터 설치의 필요성을 제시하자, 이를 접한 유두석 장성군수와 정명호 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협력해, 이듬해 장성 유치 계획을 공동 발표한 것이 시초다.

전국적으로 심뇌혈관계 환자 및 치료비용이 급증하면서 지역사회 문제로 대두되자, 유 군수와 정 교수가 장성군에 33만여㎡(10만평) 규모 센터 건립을 정부에 제안했다. 장성군민들도 1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센터 유치전에 적극 참여했다.

당시 장성군은 관련 연구·의료기관과 ‘심혈관계 의료기기 국제 공동연구 개발 및 투자유치 협약’을 체결하며 전방위적으로 노력을 기울였지만, 정부의 관심 부족 등으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한동안 답보 상태에 있던 국립심뇌혈관센터 설립이 다시 추진되기 시작한 것은 민선 6기 들어서다.

유 군수는 의료계, 언론계, 학계 등 각 분야별 전문가 22명으로 ‘국립심혈관센터 설립 실무위원회’(위원장 강신영)를 재구성해 센터 설립에 박차를 가했다.

위원회는 매주 회의를 열어 심혈관질환 관리 현황, 국립심뇌혈관센터 사업 내용, 추진 여건 등을 분야별로 토의하면서 전략적 유치 방안을 모색했다.

◇국정 100대 과제 포함…‘희망’을 보다

국립심뇌혈관센터 설립의 이론적 토대를 착실히 쌓아온 장성군은 2017년부터 이를 구체화했다.

장성군은 센터 설립의 당위성과 타당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관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현안을 설명하고 정책을 건의한 끝에, 마침내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선공약에 포함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어 광주연구개발특구 내 장성지역에 국립심뇌혈관센터를 설립하는 내용이 문재인 정부 국정 100대 과제와 국정운영 5개년 계획(광주·전남 상생과제)에 반영되면서 오랜 노력에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이후 꼼꼼한 준비 끝에 국립심뇌혈관센터 장성 설립이 현실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먼저, 지난해 12월에는 국토교통부 중앙토지계획위원회가 센터 설립 예정지를 포함한 광주연구개발특구 내 첨단3지구의 그린벨트를 해제했다. 올해에는 보건복지부가 국립심뇌혈관연구소 설립 타당성 및 기본계획 수립에 관한 용역(국비 2억원)을 추진하며 ‘첫 단추’를 꿰기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장성군은 국립심뇌혈관센터 실무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심뇌혈관질환 현황과 대책 등을 꼼꼼히 점검, 정책 대안을 건의했다. <장성군 제공>
◇‘뚝심’ 리더십의 승리

장성군은 당초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국립심뇌혈관센터 관련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음에도 치밀한 전략과 설득 논리 수립, 그리고 각계 주요기관 간 긴밀한 협업을 통해 이를 확보하는 쾌거를 거뒀다. 특히, 이번 국립심뇌혈관센터 설립 예산 확보에 유 군수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지역사회 중론이다.

유 군수는 국립심뇌혈관센터가 설립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 관계자들을 수십 차례 방문하는 등 다각적인 활동을 펼쳤다. 지난 11월 초에는 국립심뇌혈관센터 설립 예산 반영을 위해 이개호 의원과 함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 등 국회 보건복지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을 만나 ‘릴레이 국고 확보 활동’을 펴는 등 특유의 뚝심을 발휘했다.

◇장성, 연구자원 풍부한 ‘최적지’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국립심뇌혈관센터 관련 예산이 반영됨에 따라, 장성군은 앞으로 국가 심뇌혈관질환 분야 연구 및 산업의 발전을 이끄는 핵심기지로 우뚝 서게 됐다.

장성은 광주연구개발특구의 연구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최적지다. 전남뿐만 아니라 전북을 아우를 수 있고, 광주시와 인접해 있어 교통 접근성이 뛰어나다. 특히 장성 나노산업단지 주변에 광주과학기술원(GIST)·한국광기술원·한국심혈관스텐트연구소·나노바이오연구센터·인공지능(AI)센터 등 주요 연구기관을 보유한 광주연구개발특구가 함께 묶여 있어, 첨단 의료기술 및 기기 개발에 필요한 기반·인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센터와 주변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심뇌혈관 치료 관련 첨단 의료산업체가 들어서면 의료·행정·연구 분야 및 의료산업 분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여기에 천혜의 치유 공간으로 유명한 축령산 편백숲이 심혈관 질환자들에게 심신 안정과 재활치료 자원으로 활용된다면 지역자원을 활용한 재활치료 요양산업 개발 등 다양한 신규 먹을거리 창출도 예상할 수 있다. 아울러 충북 오송, 대구의 첨단의료복합단지에 이어 호남에도 의료 클러스터가 형성돼 지역 균형발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장성=김용호 기자 yongho@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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