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생태 습지’ 진월저수지 꼭 메워야 하나
2020년 11월 23일(월) 05:00
광주시 남구가 진월저수지 일부를 메워 축구장 등을 갖춘 복합 운동장을 건립하기로 하면서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복지 증진을 위해 매립에 찬성하는 반면 환경단체들은 생태 및 환경 효과를 고려해 보존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 것이다.

남구는 최근 진월동 140번지 일대에 ‘진월 복합 운동장’ 조성 계획을 세우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진월저수지 일부를 매립해 축구·야구·풋살 등의 경기를 할 수 있는 2만 2000㎡ 규모의 운동장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남구는 당초 저수지는 그대로 두고 축구장 한 개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다 인근 아파트로부터 야간 조명과 소음으로 인한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계획을 변경했다. 여기에는 원래 농업용이었던 저수지가 현재는 벼농사를 짓는 사람이 없어 그 기능을 상실했다는 점과 저수지 나머지 부분을 수변 공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우선 이 일대 18만여㎡가 애초 제한구역에서 해제될 당시(2009년,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진월저수지 보전을 전제조건으로 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또한 열섬 완화와 홍수 시 호우 피해 저감,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처가 되는 점 등 저수지의 다양한 효과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과거 광주에는 경양방죽이라는 대표적인 자연 공간이 있었지만 일제 강점기와 광복 이후 두 차례에 걸쳐 태봉산을 헐어 매립한 이후 복원을 바라는 목소리가 간헐적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번 훼손된 자연 환경을 돌이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운천저수지 역시 금호·상무지구 등 대규모 택지 개발 이후 악취 등의 문제로 매립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자연생태공원을 조성하면서 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을 받고 있다. 남구는 이런 점을 감안해 도심 속 습지인 진월저수지 매립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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