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자동차
2020년 11월 17일(화) 05:00
오래전 초경량항공기(ULP) 조종을 배우러 다닌 적이 있다. 알루미늄 뼈대에 천을 씌우고 엔진과 조정장치가 달린 2인승 레저용 항공기였다. 비행기는 일정 거리의 활주로를 주행하면 양력을 받아 절로 서서히 떠올랐다. 교관과 나란히 앉았지만 처음 조종간과 스로틀(엔진 실린더에 유입되는 연료와 공기의 양을 조절하는 장치)을 잡아야 할 때는 잔뜩 긴장해야 했다. 차츰 비행시간이 늘며 새처럼 하늘을 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으나 IMF 한파가 닥치며 아쉽게도 면허증을 취득하지는 못했다.

하늘을 날고자 하는 열망은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다. 1997년 개봉된 SF영화 ‘제5원소’(감독, 뤽 베송)에서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택시가 등장한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2259년이다. 지금과 비슷한 생김새의 택시들이 줄을 지어 도심 초고층 빌딩 숲 사이를 날아다닌다. 여주인공 ‘릴루’(밀라 요보비치)는 실험실을 탈출해 고층 건물에서 뛰어내린다. 그러나 마침 그 밑을 지나던 남주인공 ‘코벤’(브루스 윌리스)이 모는 공중 택시에 추락하게 되면서 목숨을 구하게 된다. 먼 미래에도 인공지능(AI)이 아닌 운전기사가 택시를 모는 것으로 설정돼 흥미롭다.

유인용 ‘드론 택시’(에어 택시) 시연회가 11일 서울에 이어 어제 대구에서 열려 눈길을 끌었다. 이번 비행 실증에는 중국 이항사(社)의 2인승급 드론기체가 투입됐다. 안전사고를 우려해 사람이 타지 않고 80㎏ 정도의 쌀 포대를 싣고 무인 비행을 했다고 한다. ‘드론 택시’는 일반 비행기와 달리 수직으로 이착륙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SF영화 속 공중 택시는 언제쯤 실현될 수 있을까? 현대자동차, 한화그룹, 중국 이항사 등 여러 업체에서 발 벗고 나서고 있으니 머지않아 개발될 것으로 보이지만 상용화까지는 아무래도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다소 엉뚱한 발상과 아이디어가 늘 과학기술 발전을 촉진시킨다. 가까운 미래에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인간의 날고자 하는 본능을 충족시키면서 도시 교통 혼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운행 수단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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