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이 있는 ‘첫눈’처럼 기다려지는 공간”
정윤천 시인 화순 도곡에 복합문화공간 ‘첫눈’ 열어
갤러리·도서관 북카페 등 갖춰
갤러리·도서관 북카페 등 갖춰
![]() 정윤천 시인이 화순 도곡면에 연 복합문화공간 ‘첫눈’. |
‘첫눈’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겨울날 희끗희끗 흩날리는 송이눈을 떠올릴지 모르겠다. 바람을 타고 낙화하듯 사뿐사뿐 내리는 첫눈을 보노라면, 시간의 흐름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어린 시절 기다렸던 첫눈과 달리 어른이 된 지금 떠오르는 첫눈의 이미지는 사뭇 다르다. 어렸을 때는 이미지와 느낌에 사로잡혔다면, 지금은 불편을 견뎌야 하는 현실적 이유들과 마주해야 한다.
그러기에 첫눈은 아이의 마음, 시인의 마음으로 바라봐야 온전히 그 느낌을 품을 수 있다. 혹여, 잃어버린 첫눈의 느낌을 찾고자 한다면 이곳에 들르는 게 어떨까. 최근에 화순에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첫눈’(도곡면 원화리 282-2)은 이름만큼이나 겨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그렇다고 차가운 이미지는 아니다. 따스한 감성과 풍경은 한번쯤 들리고픈 생각을 갖게 한다.
주인장은 정윤천 시인. 실천문학으로 등단하고 지난해 ‘십만 년의 사랑’으로 제13회 지리산문학상을 수상한 전업 작가다. 긴 머리를 뒤로 질끈 묶은, 첫눈에도 ‘나는 예술가다’라는 아우라가 넘치는 시인은 “그동안 안 본 사이에 ‘큰일’을 하나 저질렀다”며 기자를 맞았다. 타원형의 뿔테 안경에 자연스럽게 기른 단발머리가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준다.
그는 “원래는 동생이 동물체험 공간을 위해 조성했지만 여의치 않아 중단된 상태”라며 “비어 있는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건물을 포함해 주위 부지가 3000평이다. 외부의 고풍스러운 나무와 ‘첫눈’이라는 이름이 한겨울 숲에서 마난 따스한 카페를 떠올리게 한다. 노란색 출입문과 사각의 통유리가 동화적 감성을 환기한다. 무엇보다 작고 앙증맞은 빨간 우체통이 눈길을 끈다. 첫눈이 오면 누군가에게 소식을 전하라는 뜻이려니 싶다.
안으로 들어서자 자연스럽게 구획된 공간들이 나온다. 1층에는 카페 겸 공연장,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 등이 있다. 일층에서는 북 토크를 비롯해 출판기념회,음악회 등을 개최할 수 있다. 2층에는 다양한 그림 작품이 걸려 있다. 설명하지 않아도 이곳이 갤러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3층은 강의와 세미나장 등으로 쓸 수 있는 강의실을 갖추고 있다. 카페 옆으로는 조만간 고미술품 경매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몇 년 전에도 다른 곳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어요. 저는 시와 그림은 일란성 쌍생아라고 생각합니다. 분리될 수 없다는 뜻이죠.”
시인은 문턱을 낮춘 갤러리를 지향한다고 했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그림에 대한 갈증을 풀 수 있는 ‘소박한 미술관’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문을 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채 전시를 했는데 예상밖에 완판을 했다. ‘첫눈’의 의미에 대해서 묻자 중의적 답변이 돌아온다. “처음 누군가를 만나거나 대할 때, 겨울날 기다리는 첫눈의 이미지를 생각했다”면서도 한편으론 “너와 내가 처음 보는 처음의 눈(目)의 의미도 함의한다”고 설명했다.
듣고 보니 ‘첫눈에 반하는’ 그런 공간이 될 수도 있겠다.(반하지 않고는 깊이 알거나 다가설 수 없으므로).
시인은 본래 시를 쓰는 업 외에도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잡지사 기자와 이름을 대면 알만한 계간지 주간, 창작 강의 등 다양한 체험을 했다. 지난해 시집 발간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그동안은 문학과 동 떨어진 일에 매달려 있었다”는 말로 시를 쓰는 일에 매진하지 못했던 저간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와 이야기하면서 느낀 것은 사물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사뭇 ‘시적’이라는 것이다. 아마도 생래적으로 시인의 기질을 타고난 듯하다. 향후 복합공간이 지향점을 물었더니 ‘문화발전소’라는 집약적인 말이 돌아온다.
“책을 읽고 토론하고 문화 전반의 담론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합니다. 언제든 찾아와 시와 그림과 예술을 논할 수 있는, ‘첫눈’처럼 기다려지는 그런 공간 말이에요. 또한 지역의 문화 발전을 도모하고 남도를 대표하는 ‘문화발전소’를 꿈꾸기도 하구요.”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그러나 어린 시절 기다렸던 첫눈과 달리 어른이 된 지금 떠오르는 첫눈의 이미지는 사뭇 다르다. 어렸을 때는 이미지와 느낌에 사로잡혔다면, 지금은 불편을 견뎌야 하는 현실적 이유들과 마주해야 한다.
주인장은 정윤천 시인. 실천문학으로 등단하고 지난해 ‘십만 년의 사랑’으로 제13회 지리산문학상을 수상한 전업 작가다. 긴 머리를 뒤로 질끈 묶은, 첫눈에도 ‘나는 예술가다’라는 아우라가 넘치는 시인은 “그동안 안 본 사이에 ‘큰일’을 하나 저질렀다”며 기자를 맞았다. 타원형의 뿔테 안경에 자연스럽게 기른 단발머리가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준다.
건물을 포함해 주위 부지가 3000평이다. 외부의 고풍스러운 나무와 ‘첫눈’이라는 이름이 한겨울 숲에서 마난 따스한 카페를 떠올리게 한다. 노란색 출입문과 사각의 통유리가 동화적 감성을 환기한다. 무엇보다 작고 앙증맞은 빨간 우체통이 눈길을 끈다. 첫눈이 오면 누군가에게 소식을 전하라는 뜻이려니 싶다.
![]() 정윤천 시인. |
“몇 년 전에도 다른 곳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어요. 저는 시와 그림은 일란성 쌍생아라고 생각합니다. 분리될 수 없다는 뜻이죠.”
시인은 문턱을 낮춘 갤러리를 지향한다고 했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그림에 대한 갈증을 풀 수 있는 ‘소박한 미술관’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문을 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채 전시를 했는데 예상밖에 완판을 했다. ‘첫눈’의 의미에 대해서 묻자 중의적 답변이 돌아온다. “처음 누군가를 만나거나 대할 때, 겨울날 기다리는 첫눈의 이미지를 생각했다”면서도 한편으론 “너와 내가 처음 보는 처음의 눈(目)의 의미도 함의한다”고 설명했다.
듣고 보니 ‘첫눈에 반하는’ 그런 공간이 될 수도 있겠다.(반하지 않고는 깊이 알거나 다가설 수 없으므로).
시인은 본래 시를 쓰는 업 외에도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잡지사 기자와 이름을 대면 알만한 계간지 주간, 창작 강의 등 다양한 체험을 했다. 지난해 시집 발간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그동안은 문학과 동 떨어진 일에 매달려 있었다”는 말로 시를 쓰는 일에 매진하지 못했던 저간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와 이야기하면서 느낀 것은 사물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사뭇 ‘시적’이라는 것이다. 아마도 생래적으로 시인의 기질을 타고난 듯하다. 향후 복합공간이 지향점을 물었더니 ‘문화발전소’라는 집약적인 말이 돌아온다.
“책을 읽고 토론하고 문화 전반의 담론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합니다. 언제든 찾아와 시와 그림과 예술을 논할 수 있는, ‘첫눈’처럼 기다려지는 그런 공간 말이에요. 또한 지역의 문화 발전을 도모하고 남도를 대표하는 ‘문화발전소’를 꿈꾸기도 하구요.”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