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살무늬토기·무령왕릉금관…‘한류 비밀코드’는?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한류미학
최경원 지음
2020년 09월 11일(금) 00:00
“가령 옛 채색화를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은 오방색을 운운합니다. 그게 우리 문화의 가치를 제대로 드러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색은 눈의 시신경 작용과 관련이 큽니다. 이것을 빼고 색을 설명하는 이론은 의미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색채이론 중에서는 3원색을 기본으로 색상, 명도, 채도의 범주로 설명하는 현대 색채이론이 가장 과학적입니다. 그러니 우리 전통문화가 소중할수록 이런 가장 과학적인 논리로 살펴보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형태의 경우에도 ‘구도’나 ‘비례’, ‘대비’와 같은 기준을 가진 현대적 조형이론으로 살펴보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본문 중에서)

정교하고 세련된 솜씨를 자랑하는 백제 금동신발.
신라시대 금귀걸이


주먹도끼, 빗살무늬토기, 청동동검, 금동대향로, 무령왕릉금관, 백제의 연꽃와당…. 시대를 초월해 오늘날에도 인정받는 우리의 유물이다.

그렇다면 한류의 비밀코드는 무엇일까? 구석기시대 주먹도끼부터 오늘날 IT까지 적용할 수 있는 한류의 기원을 분석한 책이 나왔다. 디자인 연구소 소장이자 서울대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최경원 작가가 펴낸 ‘한류 미학’이 그것. 책은 ‘메이드 인 코리아의 기원’이 무엇인지 선사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까지의 유물에 초점을 맞췄다.

저자는 역사 속 삶의 지혜를 우리의 시각에서 유물에 투영한다. 이를 통해 우리에게 힘이 되고 전망이 되는 가치가 무엇인지 들여다본다. 유물이 만들어졌을 당시의 논리나 언어보다 문화 보편성에 초점을 맞춘 까닭이다. 저자가 직접 디자인한 이미지를 중심으로 유물을 설명하기 때문에 훨씬 더 생동감이 있다.

저자는 주먹도끼를 ‘구석기시대의 맥가이버 칼’로 묘사한다. 인체공학적으로 매우 뛰어난 도구였다는 의미다. “한쪽은 칼처럼 거의 굴곡이 없는 선에 날이 서 있고, 반대편은 지그재그로 울퉁불퉁한 선에 날이 선” 구조는 세 가지로 디자인된 형태다. 그만큼 용도가 다양했음을 보여준다.

빗살무늬토기는 최고의 디자인이다. 미니멀리즘 디자인에, 시각과 지성을 압도하는 역삼각형 구조는 주거지 환경에 최적화돼 있다. 생존에 필요한 물가와 인접한, 다시 말해 모래밭 환경에 적합한 그릇이다.

‘곡선의 아름다움으로 디자인된 캐릭터’인 고구려 사신도 벽화 또한 걸작이다. 벽화는 곡선미와 아울러 뛰어난 조형성을 내재하고 있다. 특히 강서대묘 사신도에 드러난 곡선의 아름다움은 일품이다.

“모두 부드럽고 아름다워 보이는데, 그 안에는 외재적인 힘을 표출하는 선들도 있고 내재적인 힘을 응축하는 선들도 있습니다. 이것을 보면 곡선을 자유자재로 참 잘 다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백제 무령왕릉금관은 또 어떤가. 저자는 “어쩌면 망한 백제의 영혼들이 자신들이 역사에서 완전히 잊히는 것을 막으려고 마지막으로 영혼의 힘을 모다 우리에게 남겨준 타임캡슐”이라고 상찬한다. 무령왕릉에서 총 2906점 유물이 출토됐는데, 가장 중요하고 상징적인 유물이 백제 금관 장식이다. 고전적이면서도 세련된, 그러면서도 모순적인 조형미를 지닌 백제 문화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다.

백제의 연꽃 와당은 조형적인 아이덴티티가 분명하고 아름답다. 백제 수막새 연꽃은 “시각적으로 아주 쾌한 느낌으로 정리된 디자인”인데, 뛰어난 비례감을 지닌다. 연꽃잎이 넓고 장식이 없는 것은 통일감과 변화를 담보하려는 조형방식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감은사지 동탑 사리구는 통일신라를 대표하는 유물이다. 불교 조각의 정교함과 화려함의 극치는 ‘뛰어난 외형과 심오한 내적 가치’를 포괄한다. 삼국을 통일했던 문무왕의 업적을 기려, 아들이 지은 절이 바로 감은사다. 은혜에 감사하다는 뜻보다 미학적 목적에 충실히 디자인된 탑과 사리구가 더 눈길을 끈다. <더블북·2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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